TV 프로 폭력성이 아동,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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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프로 폭력성이 아동,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
[고승우의 미디어리터러시(29)
  • 고승우 박사 (전 한성대 겸임교수)
  • 승인 2008.11.02 09:1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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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승우 박사
TV 프로에서 등장하는 폭력은 매우 박진감 넘치게 묘사된다. TV 주인공들이 악당을 물리치면서 휘두르는 폭력성이 대표적인 경우다. 주인공이 통쾌한 모습으로 휘두른 폭력이 처벌 받는 일이 TV 속에서 나오는 일은 별로 없다. 폭력 행사의 결과인 인명과 재산 피해 등에 대해서도 책임지는 모습이 방영되는 일은 드물다. 아이들은 멋을 한껏 부린 폭력적 주인공을 자신과 동일시 하거나 폭력이 일상생활에서 매우 흔한 일이라고 여기게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TV 폭력 프로를 시청한 어린이들은 강한 공격성을 나타내거나 폭력을 행사할 위험성이 커진다.

우리 지상파 전체 TV 프로에서 어린이 프로의 비중은 매우 낮다. 어린이들의 TV 시청시간 가운데 10% 전후만이 어린이용 프로이고 나머지 90%는 성인용이라는 미국의 연구결과가 우리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많은 TV 프로에서 폭력적 내용이 등장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수많은 연구 결과 TV 폭력성이 어린이와 10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은 여러 가지로 심각하다. 즉 폭력의 공포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폭력을 문제를 푸는 하나의 방법으로 인식한다. 또한 TV에서 본 폭력을 흉내내거나 주인공이나 일부 희생자 등과 자신을 동일시한다. 

TV 폭력물이나 폭풍, 홍수 등의 장면을 본 8~12살 아동은 공포심을 가지면서 자신이 폭력의 희생자나 자연 재앙의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고 두려워한다. 예를 들어 화재 장면을 찍은 TV 방영 물을 시청한 아동은 야영을 가서도 불을 지피기를 주저한다. 그리고 TV에서 익사 장면을 본 아동은 수영장에 가도 물속에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학교를 무대로 한 괴기영화가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학교 교실이나 정원에서 귀신이 나오거나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내용을 본 아이들은 어두워진 학교 교정을 돌아다니기를 두려워 하는 경우가 있다.

흡혈귀나 귀신 등이 나오면서 폭력적인 장면이 등장하는 TV 공포물은 아동에게 불면의 원인이 된다. 미국에서 아동들에 대해 조사한 결과 37%가 TV 프로 내용 때문에 놀라거나 공포심을 갖는 경험을 했다. 아동들이 느끼는 주요 증세는 불안한 감정, 혼자 있기를 두려워하는 것, 친구와 어울리지 못하는 것, 학교를 결석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괴물이나 귀신 등 공포를 자아내는 모습에 특히 놀라는 연령은 2살에서 7살 사이의 아동이다. 이들 아동에게 TV나 영화에 나오는 괴물 등이 실재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해줘도 소용이 없다. 아동들은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구분치 못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폭력적인 TV프로의 영향을 덜 받지만, 아동들은 깊이 몰입되어 방영 장면을 진짜인양 받아드리게 된다. 아동이 슈퍼맨을 흉내 내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다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한 것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철없는 아동들은 TV에서 방영되는 행동의 결과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공격적 행동을 흉내 낼 가능성이 높다. 아동들은 TV 장면에서 죽었던 탤런트가 다시 살아있는 모습으로 방영되기 때문에 죽음이 실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하기도 한다. 이 같은 점들 때문에 아동들이 아동용이 아닌 어론 용 TV프로를 자주 시청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TV는 안방을 무상 출입하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 이 점에서 TV 방송사들이 프로 내용을 건전하게 해야할 책무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창작의 자유를 최대한 보호한다는 전제 하에서 과도한 폭력성, 선전성 프로의 방영을 심의하는 장치가 있다. 그러나 그런 장치가 잘 지켜지는지 의문이다. TV 프로그램이나 영화등급 심의는 제작사의 경제적 이익 등과 직결되고 미디어 무한 경쟁이 심화되면서 어린이, 청소년들이 폭력적 내용에 노출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TV가 안방의 건강을 보살피지 않으면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독이 되는 메시지가 전달된다.

TV 폭력성을 증가시키는 요인의 하나인 컴퓨터 그래픽이 최근 지상파 TV의 연속극에까지 도입되는 것도 유의해서 지켜 볼 사항의 하나다.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신 제작 방식의 도입은 폭력성 묘사 경쟁을 부추기고 그것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무차별적으로 전달되고 있다.

성인용 TV프로에서 흔한 충격적인 폭력 장면은 광고 효과를 떨어뜨릴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즉 강렬한 폭력과 성적 장면이 나오는 프로 중간에 광고를 내보낼 경우 시청자들은 광고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했다.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 연구진들은 지난 2004년 컴퓨터 그래픽 처리한 폭력과 섹스 장면이 나오는 TV 프로를 시청한 남녀 성인들이 그 프로와 함께 방영된 광고 상품을 기억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것은 시청자들이 TV프로를 좋아하는지 여부와 관계 없었다.

연구진은 폭력이나 성적 장면은 광고 내용에 대한 기억을 억제하는데 그 이유는 시청자의 주의력을 폭력과 성적인 생각으로 집중시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TV의 폭력성과 성적인 자극은 광고 메시지가 장기간  기억될 뇌의 활동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TV 가 방영하는 폭령적 내용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등장한 시기는 반세기가 넘었다. 미 하원은 1952년 TV 폭력성에 대한 청문회를 열고 ‘TV는 폭력성을 안방에 전달하는 주범’이라고 결론지었다. 이후 TV 폭력성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되었으며 1972년 미 외과의사협회는 수많은 연구결과들을 종합한 자료를 발표하면서 ‘TV 폭력성은 폭력범죄와 반사회적 행위를 증가시키는 주요인이다’라고 결론지었다. 그러면 그 이후 미국 TV에서 폭력적 내용들이 자취를 감추었는가? 그렇지 않다. 

미국 소아과협회, 심리학협회 등 미국에서 권위 있는 6개 의료단체가 지난 2002년 발표한 자료는 충격적이다. 이들 단체는 지난 30여 년간 발표된 미디어 폭력과 실제 생활에서의 폭력 등에 대한 연구결과를 분석한 결과 ‘1000여건 이상의 연구논문들이 미디어 폭력이 일부 어린이의 공격적 행위의 원인이 되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연예오락 프로의 폭력성이 어린이의 공격적 태도, 가치관, 행동에 영향을 미쳤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미국에서의 이상과 같은 연구결과는 우리에게도 일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공중파 TV는 연예오락 프로를 다투어 방영하는데 일부 내용은 폭력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즉 게임을 하는 도중 발생하는 몸 싸움, 언어 폭력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인격 모욕에 가까운 속이기를 웃음꺼리로 삼는 몰래 카메라 형식 프로 범람 등은 청소년의 가해 심리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은 과외공부에 시달리느라 TV나 게임을 즐길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어린이와 청소년을 자극할 내용의 TV 프로가 인터넷 등을 통해 알려지면 해당프로의 시청률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이런 것을 TV사에서 고려한 탓일까? 주말의 황금시간대에 방영되는 일부 지상파 TV에는 어린이를 아예 고정적으로 출현시킨다. 초등학교 입학 전후의 어린이가 나와 성인 개그맨들과 게임을 벌이거나 장기 자랑을 하는 일이 흔하다. 이런 점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출연한 어린이는 사회자 등이 무심코 던지는 말 한마디로 생의 방향이 바뀔 만큼 큰 영향을 받는다. 어린이가 TV 성인 프로에 출연하는 것을 시청하는 전국 어린이도 성인의 노래와 춤을 흉내내는 비슷한 또래의 어린이로 인해 큰 영향을 받는다. 이 점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어린이는 어린이답게 성장하도록 TV가 배려해야 한다. TV는 어린이의 가치관이나 행동을 결정하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부모는 자녀를 TV 폭력성에서 보호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노력하는 것이 좋다. 자녀들이 시청하는 프로를 잘 살펴서 TV 시청 시간의 상한선을 지키도록 한다. 가끔 아이들과 같이 TV를 시청하면서 폭력적 묘사가 현실과 다른 점 등에 대해 대화한다. 어린이 방에 TV를 두는 것은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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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노 2012-09-23 15:50:16
하지만 의견엔 반대다. 현대에 오기까지 미디어는 수많은 폭력을 묘사해왔다.
미디어는 현실의 창이지, 현실이 미디어의 창이 될 수 없다.
TV는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노출하거나, 재가공한다. 방송엔 심의와 연령제한이라는 것이 있다. 악영향이 없다면 그것은 거짓말이지만, 미디어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식의 접근은 무리수다.

TV시청 2008-12-11 15:26:42
글잘보았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기사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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