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통신]파리엔 커피 자판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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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통신]파리엔 커피 자판기가 없다
  • 승인 2000.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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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한국에선 흔히 영국 하면 전통을 떠올리지만 프랑스 하면 유행과 변덕, 화려함을 연상한다.
|contsmark1|이런 인상이 지워진 것은 중고교 시절에 배운 정치사 위주의 세계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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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정치제도만을 본다면 물론 영국이 전통을 잘 지킨 나라이다. 영국은 군주제를 유지한 채로 의회민주주의를 발전시
|contsmark5|켜 왔지만 프랑스는 대혁명을 통해 왕을 처형하고 그 뒤에도 변덕스럽게 공화정과 왕정을 번갈아 바꿔왔기 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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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7| 그러나 필자가 지난 2년 가까이 파리특파원을 지내면서 느낀 점은 영국에 못지 않게 프랑스도 전통을 아끼고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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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1|프랑스인들은 전통자체를 일상의 생활에서 즐기고 있다.
|contsmark12|우선 프랑스에는 집집마다 가르디엥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집사를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 이 가르디엥이 주로 하는
|contsmark13|일이 편지분류이다. 예를 들면 kbs파리지국이 세들어 있는 건물의 주소는 17-19 avenue montaign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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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6|그런데 이 건물에는 kbs이외에 10여 개의 회사가 입주해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편지를 보낼 때 보통 회사이름은
|contsmark17|쓰지 않고 사람이름만 써서 보낸다. 그런데도 신통하게 편지가 정확히 받을 사람에게 전달된다.
|contsmark18|바로 여기에 가르디엥의 비밀이 있다. 가르디엥은 회사별로 사람들의 이름을 파악하고 있다. 그러므로 프랑스의 아
|contsmark19|파트나 건물은 가르디엥 부부가 살 수 있는 살림방을 하나씩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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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2|영국만 해도 9a, 8b로 표시해 9층 a호, 8층 b호로 호수를 표시하지만 프랑스는 그 번거로운 전통을 고수하는 것
|contsmark23|이다. 또한 프랑스에서의 신문구독은 가판대 판매가 절반을 넘는다. 신문사가 배달소년을 구한다는 것은 인건비 때
|contsmark24|문에 엄두를 못내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지만 그보다는 프랑스인들은 가판대에서 잉크냄새 맡으며 신문사는 것
|contsmark25|을 즐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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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8|또 하나 재미있는 현상으로 파리의 길거리나 지하철역 등 공공장소에는 커피자동판매기가 없다.
|contsmark29|커피는 카페에 앉아 분위기 잡고 정식으로 마셔야지 콜라처럼 길에 서서 먹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전통을
|contsmark30|중시하는 프랑스이고 보니 직업의 귀천을 따지지 않고 어느 분야에서나 일인자를 존중하고 대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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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3|매년 5월이 오면 프랑스는 빵 축제를 개최한다.
|contsmark34|우리말의 빵이 불어의 빵(pain)에서 왔을 정도로 프랑스는 빵의 나라이다. 프랑스의 전통 빵 중에서 최고로 치는
|contsmark35|것이 야구방망이 처럼 길쭉하게 생긴 바게트빵이다. 빵 축제기간에 프랑스 전국에서 최고의 바게트빵을 만든 사람
|contsmark36|을 엄격한 심사를 거쳐 1명을 뽑아 "바게트 대상"을 수여하고 "바게트 최고장인"칭호를 주는데, 이 장인에게는 1년
|contsmark37|간 프랑스 대통령이 사는 엘리제궁에 빵을 납품할 권리도 함께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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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0|이런 이면에는 세계를 휩쓰는 미국 맥도널드 햄버거에 맞서 프랑스 고유의 빵을 더욱 살려나가야 한다는 업계와
|contsmark41|정부의 의지가 숨어 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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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4|프랑스인들이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모습은 그 숱한 고가구 상점과 벼룩시장에서도 나타난다.
|contsmark45|우리로 말하면 옛날 구식장롱이나 뒤주, 옷을 넣는 궤짝을 파는 가게가 동네마다 하나씩 있으며 벼룩시장도 수시
|contsmark46|로 열리는데 언제나 사고 팔려는 사람들로 북적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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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9|이런 프랑스 사람들을 보면서 필자는 요즘 어렸을 때 공부하던 아버지가 물려준 작고 단단하던 앉은뱅이 책상을
|contsmark50|쓸모 없다고 버린 것이 두고두고 후회된다.|contsmark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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