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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윤수

|contsmark0|마술사들에게는 철저한 불문율이 있다. 아주 간단한 기술을 제외하고는 절대로 그 비밀을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30년 전에 약장수의 천막 안에서 흥미롭게 보았던 다섯 개의 철사고리는 지금도 세운상가 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모을 수가 있다. 이와 비슷한 비밀유지의 묵계를 요즘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온 사람들에게서 자주 보게되어 tv를 보던 시청자들의 마음이 씁쓸해졌다. 적어도 tv,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들에게서는 기대할 수 없는 동업자의 묵계이다. ‘포레스트 검프’에서 톰 행크스가 기가 막힌 실력으로 탁구를 치던 장면은 블루스크린 앞에서 빈 라켓만 휘두른 것이었고, 워싱턴 기념탑 밑에 운집한 군중은 일부분만 실제 촬영하여 나머지 공간에 복사해서 붙였다는 마술 같은 영상트릭은 영화가 개봉되자마자 미주알 고주알 밝혀지게 되었다. 심지어 이러저러한 장비를 사용하면 똑같은 효과를 낼 수가 있다고 광고가 대단하다. 그래서 영상산업은 발전해가고 있으나 마술사들은 별로 발전할 수가 없었는지도 모른다.1934년에 paul valery는 ‘편재성의 정복’에서 미술도구의 놀라운 증가, 유연성과 정밀성은 예술적 발상에 많은 영향을 주며 물질·공간·시간의 개념을 바꾸어 놓을 것이라고 지적했는데, 요즘의 영상매체에서는 개념의 전환뿐 아니라 일반적 상식의 파괴를 시도하고 있다. 문제는, 마술이나 영상이나 사람들이 점점 이를 믿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치뤄질 선거방송에서는 각 방송사에서 더욱 정밀하게 만들어진 cyber set를 선보이게 될 전망이다. 진행자들이 버튼을 누르면 책상 위에서 막대기둥이 솟아오른다거나, 세트가 솟아오르면서 사람이 위층으로 올라가는 정도는 이미 기초적 재주에 속한다. cyber set 제작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실제와 똑같게 만들거나 아니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섣불리 만들었다간 웃음거리가 되기 십상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례를 소개하면, mbc 뉴스데스크 에서는 참으로 이상한 일이 날마다 벌어지고 있다. 뉴스세트 앞에 앉은 앵커의 바스트샷에서 어깨걸이 그림을 위해 옆으로 pan을 하게 되는데 어쩐 일인지 인물만 움직이고 배경은 꼼짝도 않는다. 추측은 여러분에게 맡긴다. 이럴 경우에 cyber set를 사용하면 배경까지도 pan이 되어진다. 다시 말해 더욱 완벽한 영상트릭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거액을 들이지 않더라도 저가의 pc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영상편집 장비를 이용해서 종전에 전문 편집실에서나 가능했던 특수효과들을 손쉽게 만들어낼 수가 있다. 흔히 dtv라고 부르는 편집시스템을 이용하면 드라마, 다큐멘터리, 뮤직비디오를 탁상 위에서 넌 리니어 방식으로 편집할 수 있으며 화면합성까지도 처리할 수 있다. 몇 년전만 하더라도 영상제작자에게 필요한 능력중의 하나로 camera eye를 꼽았다. 촬영시점이나 그 이전의 구상단계에서 이미 마지막 영상을 완벽하게 그려낼 줄 아는 능력인데, 촬영기기나 전통적인 편집장비를 통한 결과를 추측하는 것으로 충분했지만 이제는 더욱 비약적인 상상력까지도 만족시켜 줄 수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드라마 촬영현장에서도 주도면밀한 콘티에 의한 촬영이 아니라, 가능한 한 많은 샷을 촬영하여 나중에 편집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현상이 늘고있다. 디지털 영상처리 기술로 고양이를 웃게 하고 진돗개가 춤을 추게도 할 수 있지만 지나친 영상효과는 시청자들에게 판단의 혼란을 초래할 여지가 많고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행인지 불행인지 우리나라의 tv 방송사에서는 후반작업이나 특수한 영상트릭에 할애할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는 편이라 아직은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국회 청문회를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것은 화면조작이나 의도적 편집을 배제한다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즉, 진실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줌으로써 전달되는 것이다.|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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