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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한반도의 공룡' … MBC '북극의 눈물' … KBS '누들로드'

백악기 한반도의 공룡, 지구 온난화에 따른 북극의 변화, 국수를 통해 본 인류의 음식 문명사까지. 지상파 방송사들이 앞 다퉈 ‘대형 다큐멘터리’를 선보인다.

최근 방송사들은 1회 방송으로 끝나는 단편 다큐보다, 3부작 이상의 ‘대형 다큐’ 기획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각 방송사가 한두 달 내로 선보이게 될 다큐멘터리도 오랜 제작기간과 많은 제작비용을 들인 작품들이다.

▲ <한반도의 공룡> ⓒEBS

첫 번째 주자는 아시아 최초로 제작되는 공룡 다큐멘터리 영화, EBS <한반도의 공룡>(연출 한상호)이다. 오는 24일부터 3일 연속 방송되는 <한반도의 공룡>은 8000만년전 백악기의 마지막 낙원, 한반도에 살았던 공룡들의 모습을 첨단 CG로 재현한 작품이다.

다음달 7일 첫 방송되는 MBC 스페셜 <북극의 눈물>(연출 조준묵, 허태정) 3부작은 지구 온난화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북극의 변화를 통해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다큐멘터리다. 네 달 동안 제작진이 직접 경험한 북극의 변화가 화면 위에 펼쳐진다.

아시아의 국수(noodle)가 대륙과 문화권을 넘어 세계인의 식탁에 오르게 된 4000여년의 역사를 담은 KBS의 6부작 <누들로드>(연출 이욱정, 염지선)는 내년 1월 방송될 예정이다. <누들로드>는 ‘국수’를 통해 그 이면에 감추진 동서 문명교류의 수수께끼를 파헤친다.

세 편은 모두 1~2년의 제작기간을 소요했고, 각 방송사별로 다큐로서는 가장 많은 수준의 제작비가 사용됐다. 기존 우리나라 방송사의 다큐 제작여건과는 확실히 다른 조건이다. 이처럼 지상파 방송사들이 잇따라 대형 다큐멘터리를 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EBS의 김유열 편성기획팀장은 ‘멀티플랫폼 시대’를 맞는 지상파 방송사의 생존전략을 이유로 꼽았다. 김 팀장은 “방송채널의 다양화로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졌고,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이 TV뿐 아니라 케이블방송, IPTV 등 다양한 경로로 활용되는 시대이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제대로 된’ 한 편을 만든다는 분위기가 형성돼있다”고 말했다.

▲ <북극의 눈물> ⓒMBC

‘대형 다큐멘터리’ 활성화는 하나의 뚜렷한 ‘경향’

EBS가 24일부터 선보이는 <한반도의 공룡>은 1년여의 제작기간, 총 6억여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공룡 다큐멘터리 영화다. 8000만년전 한반도의 호숫가에서 생존을 위해 발버둥 쳤던 ‘점박이’ 타르보사우루스를 비롯해 부경고사우루스, 해남이크누스, 테리지노사우루스, 벨로키랍토르 등 공룡들의 삶을 재현했다.

제작진은 뉴질랜드 올로케이션으로 원시 자연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고, 영화 <유령>의 민병천 감독이 이끄는 제작사 ‘올리브 스튜디오’가 1년 동안 국내 CG기술로 재현한 공룡의 모습을 합성해 실감나는 화면을 완성했다.

EBS는 올해부터 전작제 방식으로 운영되는 <다큐 프라임>을 신설하면서 ‘대형 다큐’ 제작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유열 편성기획팀장은 “제작기간이 늘어나면서 PD들도 대형 다큐에 대한 욕심이 생겼고, 두 개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제작비로 여러 번 활용할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 하나를 만드는 게 낫지 않겠냐는 사고의 전환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또 “고화질(HD) TV 시대를 맞아 시청자들이 뛰어난 영상미를 갖춘 다큐멘터리를 선호하는 경향도 ‘대형 다큐’의 등장에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다큐멘터리 <차마고도>를 올해 국제 에미상 다큐 부문 후보로 올려놓은 KBS는 ‘해외 시장진출’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갖고 대형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김무관 인사이트 아시아 CP(책임 프로듀서)는 “아이템 선정부터 제작방식까지 해외시장, 특히 유럽시장을 염두에 두고 다큐를 만든다”고 밝혔다.

▲ <누들로드> ⓒKBS
내년 1월에 방영될 예정인 <누들로드>는 <차마고도>에 이어 ‘인사이트 아시아’ 시리즈의 후속편으로 제작된 다큐멘터리다. 제작기간 2년 4개월, 제작비 8억원을 들인 <누들로드>는 중국 양쯔강 유역의 신석기인들이 고안해 낸 ‘국수’가 4000여년의 시간동안 국경을 넘어 전파되고 진화하면서 세계인의 입맛을 바꿔가는 여정을 추적했다.

김무관 CP는 “처음부터 해외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만큼 기획 단계부터 철저한 사전조사를 거쳐 세계에 출시되지 않은 아이템을 찾았고, 유럽 시장을 겨냥해 영국 BBC 방송의 요리 프로그램 진행자로 활동하는 요리사 켄 홈을 프레젠터로 섭외했다”고 말했다. <누들로드>는 완성되기 전에 유럽과 중동, 아시아 지역 등 8개국에 선 판매되기도 했다.

다음달 7일부터 3부작으로 방송되는 MBC 스페셜 <북극의 눈물>은 제작비 총 14억여원이 투입됐으며, 지구 온난화에 따른 북극의 심각한 변화를 현지 취재한 작품이다. 제작진은 두 팀으로 나뉘어 각각 그린란드와 캐나다 북극권에서 5개월간 체류하며 직접 체험한 북극의 실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MBC 스페셜의 윤미현 CP는 ‘대형 다큐’의 등장과 함께 다큐멘터리 제작여건이 개선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윤 CP는 “다큐의 대형화에 따라 제작기간이 길어진 것은 기획기간이 긴 다큐멘터리의 특성상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미현 CP는 “1년에 한 두 편정도 대형 다큐를 제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고, 쓸 수 있는 제작비 규모도 예전에 비해 커진 것이 사실”이라며 “다큐의 촬영기간은 충분히 늘었지만, 아직까지 사전 리서치나 후반 작업 시간이 부족한 것은 앞으로 보완해야할 점”이라고 덧붙였다.

제작진에게 듣는 대형다큐 ‘맛보기’

“평범한 국수 통해 문명사 볼 것”
이욱정 KBS ‘누들로드’ PD


“‘누들로드’는 지금은 일반화된, 국수라는 음식을 통해 보이지 않는 문명의 길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굉장히 사소하고 평범하지만, 그 안에는 수천 년 동안 이어온 문명의 교류와 이름 없는 민초들의 창의성이 배어 있다. 맥도날드 햄버거가 세계에 퍼져 나가는 과정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의 확대 과정과 맞물려 있듯 국수가 생산·소비·전파되는 과정은 인류의 큰 흐름, 발전과 무관하지 않다. 문명사의 경우 조금은 딱딱하고 지루할 수 있지만, 국수라는 친숙한 소재를 통해 그것에 숨어 있는 더 큰 문명사를 보여줄 것이다. 문헌에 나오는 가장 오래된 국수인 ‘수인병’을 비롯해 고대·중세 문헌에 나오는 요리 방법을 그대로 재현해 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북극의 변화, 남의 일 아니다”
조준묵 MBC ‘북극의 눈물’ PD


“북극이라는 먼 곳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그것이 낯선 일은 아니다. 시청자들이 〈북극의 눈물〉을 보며 북극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변화들이 결코 남의 일은 아니라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곳에 사는 짐승, 사람들 모두 자신의 삶에 고유 방식이 있는데 그것이 현재 훼손당하고 있다. 〈북극의 눈물〉에서는 그것이 지구 온난화로 표현되지만, 그것이 어떤 것이 됐든 기본적인 삶의 법칙이 훼손당하는 것은 결코 먼 곳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 시청자들에게 느껴졌으면 좋겠다.”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입힌 다큐”
한상호 EBS ‘한반도의 공룡’ PD


“상상력과 이야기가 가미될 수 있는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공룡 점박이의 어린 시절부터 어미에게 독립할 때까지의 일대기를 드라마 형식으로 만들었다. 일종의 ‘팩션’(fact + fiction)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 발굴 등 사실에 기반하되 거기에 상상력을 첨가해 새로운 시도를 해본 것이다. 또 공룡과 관련된 전문가의 일반적인 인터뷰나 발굴 장면이 아닌, 공룡이 살았던 당시 세계를 우리의 눈과 귀 등 오감으로 느낄 수 있게 영화 형식으로 만들었다. 우리도 충분히 세계적인 영상 기술을 갖고 있다. 기술적인 부분과 함께 지적되는 스토리적 허술함도 보완했다. 그것이 제대로 표현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백혜영 기자 otili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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