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또 다른 ‘전국방송’ 출범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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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④종합편성PP와 지역방송

지역방송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케이블, 위성방송, DMB 그리고 IPTV 등 약 5년에 한번 꼴로 출현하는 뉴미디어들은 방송권역의 개념을 무너뜨리고 있다. 지역문화를 책임지는 지역방송의 설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본지는 뉴미디어시대 지역방송이 생존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이고 앞으로 어떠한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역방송 현업인들의 글을 받아 연재한다.

〈연재순서〉

 1.총론 - 지역방송의 개념과 역할 
 2. 민영 미디어렙 설립에 따른 영향
 3. IPTV재송신, 독인가 약인가 

 4. 종합편성 PP와 지역방송 
 5. 기로에 선 지역방송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는 올해 안으로 종합편성채널사용사업자(PP)도입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벌써 대기업, 메이저 신문, 케이블, PP, 외주제작사 등이 이런 저런 컨소시엄을 구성하기 위해 합종연횡의 움직이고 있다. 지상파 노조들은 일찌감치 종합편성PP도입을 결사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가시화 되면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쐐기를 박고 있다. 당분간 방송계는 종합편성PP를 꼭짓점에 두고 일대회전을 준비하고 있는 느낌이다.

도대체 종합편성PP가 무엇이길래 이토록 회오리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일까?

종합편성이란 단일한 장르를 편성하는 전문편성과는 달리 보도를 포함해 드라마, 오락, 교양 등의 장르를 망라해 편성하는 채널을 말한다. 따라서 채널 영향력이 기존의 전문편성 PP와는 비교가 안 된다. 시청습관을 유도할 수 있으며 시청자의 신념과 가치판단 나아가 국민여론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현행 방송법은 종합편성PP에 대해 지상파방송사의 허가에 준하는 까다로운 승인제도를 두고 있으며 종합유선방송사업자와 위성방송사업자는 이를 의무 편성하도록 한 것이다.

방송내용상으로의 법적지위는 지상파방송과 동일하다. 단지 콘텐츠를 전송로가 공중파가 아닌 케이블, 위성 등의 채널을 임대해 전국방송을 하는 것이 다른 점이다.

▲ 48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은 지난 6월 26일 오후 대기업의 방송진출을 용이하게 하는 법개정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재 전체 80%에 달하는 시청자들이 지상파방송을 케이블, 위성 등을 통해 시청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종합편성PP 승인은 지상파방송을 허가 받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방송사를 허가하는 것이다. 또한 종합편성PP는 유료방송사업자의 의무전송 채널로 분류돼 허가하는 동시에 ‘전국방송’이라는 날개를 덤으로 얻는 셈이다.
한발 더 나아가 보면 종합편성PP는 유료매체로 지상파방송에 비해 각종 편성규제가 느슨할 뿐만 아니라 PPL활용한 간접광고 등을 활용한 이윤추구까지 맘껏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단 한 번도 승인심사를 받았거나 승인한 바 없지만 방송법상으로만 봤을 때 종합편성PP는 분명 ‘전가의 보도’임에 틀림없다.

이와같이 종합편성PP의 사회적인 영향력이 큰 만큼 방송법에는 지상파방송사와 동일한 진입장벽을 두고 있다. 자산총액 3조 이상 기업집단, 간신문 등은 지상파방송사는 물론 종합편성 또는 보도채널을 겸영하거나 그 주식 또는 지분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안으로 종합편성PP도입을 검토하겠다는 발표와 함께 대기업의 ‘자산총액 3조’를 ‘자산총액 10조’로 완화하고 일간신문사의 종합편성PP진출이 가능하도록 방송법 시행령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대기업과 조·중·동에게 종합편성PP라는 ‘전가의 보도’를 쥐어 주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불꽃이 튄다. 정부가 대기업과 신문사가 참여를 전제로 종합편성PP를 허용하겠다는 것은 지상파방송을 타깃으로 설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무료보편서비스인 지상파방송을 타깃으로 한 프로그램 편성과 보도가 이루어질 것이며 지상파방송광고시장을 잠식해 올 것이다.

이미 지상파방송광고의 점유율은 전체광고시장에서 30%미만으로 떨어졌고 올해 판매율은 60%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상파방송도 생존을 위해 ‘녹슨 보검’을 갈아 맞대응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결국 방송의 공영 존(Zone)은 사라지고 선정성과 오락성 그리고 시청률만이 이 시대 최고의 가치가 될 것이다. 현 정부가 원하는 종합편성PP도입의 정책목표가 비로소 달성되는 것이다.

▲ 김석창 사무총장
‘전가의 보도’와 ‘녹슨 보검’의 진검 승부는 지역방송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농기구로 밭이나 갈아온 지역방송의 운명을 고래 등 싸움에서 굳이 논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끝으로 방송통신위원회에 묻고 싶다. 방송법 70조에는 특정 분야에 편중되지 아니하고 ‘다양성’이 구현되도록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채널을 구성 운용하여야한다. 그래서 대통령령(53조)에는 ‘다양성’을 위해 케이블, 위성 등 모든 플랫폼에서 종합편성PP를 의무재송신 하도록 한 것이다. 혹시 ‘다양성’을 ‘선정성’이나 ‘획일성’으로 오역한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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