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BS 가을 개편안이 우려스럽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미디어포커스>와 <생방송 시사투나잇>이 사실상 폐지된다는 것이다. 물론 KBS측은 해당 프로그램들이 <미디어비평>, <시사터치 오늘> 등으로 이름만 바뀔 뿐 폐지가 아니라고 강변할 것이다. 그러나 하나의 프로그램이 인지도를 높이고 시청습관을 형성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노력을 생각할 때 이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오죽하면 이를 ‘창씨개명’이라고 하겠는가.

<미디어포커스>나 <시사투나잇>이 현 정권이나 수구 세력에 미운 털이 박힌 것은 공공연한 얘기다. 이병순 체제에서 이들 프로그램을 손보는 것은 사실 충분히 예견되었던 일이다. ‘땡이뉴스’가 출몰하고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은 격주 정규편성되는 것에 오늘 KBS의 현실이 극명하게 노정되고 있다.

이런 이병순 체제 하에서 특히 본격적인 매체비평 프로그램인 <미디어포커스>는 개명과 함께  변질이 우려된다. 최근의 <미디어포커스> 방송분에서 ‘이명박 OUT’이라고 쓰인 손팻말 그림이 편집됐고, ‘유인촌 장관 막말 파문’ 보도 때는, “유 장관의 품위가 손상될 만한 민감한 내용들은 빼라”는 지시를 공공연히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담당 제작진은 “KBS 기자로서 자존심과 양심을 지키고 싶다”고 절규하고 나섰다. KBS 노조가 수수방관하고 있는 가운데 제작진이 반대 시위를 하고 기자협회나 PD협회가 연좌농성을 하고 있다. 딱한 일이다. 제작진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일부 간부들을 중심으로 밀실 추진하는 KBS의 11.17 개편은 장차 현 경영진과 노동조합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