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의 사각지대, 성남시와 성남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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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의 사각지대, 성남시와 성남문화재단
[21C시민주권찾기] 하승수 (제주대 법학부 교수/정보공개센터 소장)
  • [21C시민주권찾기] 하승수 (제주대 법학부 교수/정보
  • 승인 2008.11.1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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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승수 교수
요즘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정보공개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년간 조금씩 진전되어 온 정보공개가 지자체에서도 후퇴하는 듯한 느낌이다.

얼마 전 필자가 참여하고 있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에서 지방자치단체 산하의 문화재단 관련 정보에 대해 공개청구를 했었다. 일단 서울시 산하의 서울문화재단, 경기도 산하의 경기문화재단, 성남시 산하의 성남문화재단의 3개 문화재단 관련 정보를 공개 청구했다. 공개청구 한 정보는 “문화재단 이사장 및 상임이사의 해외출장내역”, “문화재단의 2007년, 2008년 상세예산서”, “상임이사의 관용차량 실태(차명칭, 배기량, 구입액)”이었다.

그런데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서울문화재단과 경기문화재단의 경우에는 공개청구 한 정보가 공개되었는데, 유독 성남문화재단의 경우에만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성남문화재단의 답변은 자신들은 민법상 재단법인이므로 정보공개대상 기관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민법상 재단법인인 것은 서울문화재단이나 경기문화재단도 마찬가지였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서울문화재단, 경기문화재단은 정보공개의무가 있고, 성남문화재단만 정보공개의무가 없을 리 없다. 그래서 ‘성남시 정보공개조례’를 찾아보았다. 요즘에는 자치법규정보시스템(http://laib.go.kr/)이 있어서 앉은 자리에서 전국 지자체의 조례를 확인할 수 있게 되어 있다.

▲ 성남문화재단이 보내온 답변서
‘성남시 정보공개조례’를 보니, 성남문화재단은 정보공개의무가 있는 기관이 맞았다. 조례에 의하면, 성남시가 출연한 기관은 정보공개의무가 있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성남문화재단은 성남시가 돈을 출연한 기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남문화재단은 당연히 정보공개의무가 있다.

게다가 성남문화재단(http://www.sncf.or.kr/)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이사장이 누구인지를 보니, 바로 성남시장으로 되어 있다. 현 성남시장인 이대엽 시장이 이사장으로서 인사말도 올려 놓았다. 그런데도 성남문화재단은 정보공개를 회피했다. 성남시장이 이사장인 기관이 성남시 조례를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성남시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성남시는 자신들도 가지고 있을 정보인 성남문화재단 예산서의 공개를 성남문화재단에 떠넘기는 행태를 보였다. 성남시 조례인 ‘성남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의하면 성남문화재단의 사업계획서와 예산서는 성남시장의 승인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성남시는 성남문화재단의 예산서를 보유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현행 정보공개제도는 다른 기관으로부터 접수해서 보유하고 있는 정보도 공개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성남시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을 성남문화재단의 예산서라도 공개했어야 한다.

이것이 정보공개법 시행 10년이 지난 우리의 현실이다. 아직도 법의 내용, 조례의 내용은 무시당하고 있다. 정보공개의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지방자치단체 산하의 기관들도 사각지대 중 하나이다. 실제 운영은 시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지지만, 형식상 독립되어 있다는 이유로 불투명하게 운영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성남문화재단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경영공시내용을 보면, 성남문화재단의 수입 중 4분의 3 이상을 성남시의 보조금이 차지하고 있다. 2007년도에 성남시가 성남문화재단에 지급한 보조금만 해도 171억원이 넘는다. 성남문화재단은 사실상 성남시가 재정을 책임지고 있는 공적인 기관인 것이다. 그런데도 성남문화재단은 정보공개를 회피하고 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이런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이의신청을 했다. 이의신청을 하면 성남시 행정정보공개심의회라는 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다루게 된다. 뒤늦었지만 성남시와 성남문화재단의 잘못된 행태가 시정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와 산하 기관에 대한 언론과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많은 예산을 쓰면서도 실제로 시민들에게 그만한 혜택이 가고 있는지, 예산과 인사의 투명성은 확보되어 있는 지에 대해 언론이나 지역 주민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지방자치단체와 그 산하기관들은 계속 ‘그들만의 리그’로 남을 것이다.

하승수 / 제주대 법학부 교수,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www.opengirok.or.kr)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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