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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인권]

태초에 말씀이 계셨다. 요한복음 첫머리에 나오는 이 구절은 (그 신학적 의미를 차치하고) 변호사인 나에게는 매우 큰 시사점을 던져 준다. 그 이유는 말씀이 국가 이전부터 존재했고, 따라서 말씀을 할 자유(Freedom of Speech) 역시 국가 이전부터 존재했음을 알려 주기 때문이다.

나는 자연인이다!

십여 년 전이던가. 꾸숑 최민식씨가 드링크제 광고에서 이렇게 외쳤다. “나는 자연인(自然人)이다~~” 누가 최민식씨 더러 법인(法人)이라고 했던가? 몸뚱아리를 가지고 삼시 세 때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배설을 하는 우리들을 굳이 자연인이라고 지칭해야만 했던 이유는 유형(有形)의 실체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법기술적 편의상 권리?의무의 주체로서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는 법인(法人 - 주식회사를 떠올리면 이해하기가 쉽다)이란 개념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연인과 법인의 관계를 자연과 법의 관계로 확대해보면, ‘자연’이란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아니하고 세상에 스스로 존재하거나 우주에 저절로 이루어지는 모든 존재나 상태’를 의미하고, 따라서 국가와 비교했을 때 자연이란 ‘국가 이전’부터 있었던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즉 자연은 ‘국가 이전’을 의미하지만, 국가가 존재한 이후에 비로소 명확해진 개념인 것이다.

Freedom of Speech의 함의(含意)

한편 권리란 국가 권력에 의해 그 존재와 범위가 확인되고, 국가 권력에 의해 강제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국가를 전제로 하는 것이고, 따라서 인간이 자연 상태에서 누리던 것들은 국가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권리가 아니지만, 국가 이후에 비로소 탄생한 권리보다 더 보호되어야 한다(왜냐고? 한 살이라고 더 먹은 형님을 아우보다 더 대접하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한 아름다운 미풍양속이기 때문이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의회는 표현의 자유, 출판의 자유를 제한하는 어떤 법률도 제정할 수 없다”라는 미국 수정 헌법 제1조인데, 여기서 ‘자유’란 국가에 의해 비로소 보호되는 자유인 Liberty가 아니라 국가 이전부터 있었던 자유인 Freedom인 것이다.

Agora 또는 Forum

미국산 쇠고기 수입 때문에 한참 뜨던 daum의 Agora는 광장(廣場), 시장(市場)이라는 뜻도 있지만, 원래 ‘연설하다’라는 ‘agoreuo’에서 유래한 말로 민회(民會)를 뜻했고, Forum 역시 시장, 광장의 의미로 Agora와 마찬가지였다. 즉 Agora 또는 Forum이란 Freedom of Speech가 펼쳐지는 광장임과 동시에 누구의 말씀이 다수의 동의를 얻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장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사상의 자유 시장 이론(Theory of Market of Ideas)이 도출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상의 자유 시장 이론은 (신)고전학파 경제학, 공리주의 철학과 더불어 3종 세트로 판매가 되고 있는 것이다.
 

▲ 김학웅 변호사 / 언론인권센터 언론피해구조본부장
2MB 정권은 YS, DJ, 노무현 정권과 마찬가지로 (신)고전파경제학과 공리주의에 충실한 작은 정부를 표방하고 있다. 그 이야기는 국가의 개입을 억제하고 ‘보이지 않는 손’이 지배하는 시장의 선택에 따름으로써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런데, 지금 2MB가 자신이 표방하는 이념에 부합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가? 2MB의 정책은 과연 효율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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