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단 임원진 사퇴와 예의없는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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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재단 임원진 사퇴와 예의없는 노조
[사설]
  • PD저널
  • 승인 2008.11.19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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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재단 박래부 이사장과 정운현 등 3명의 이사들이 17일 퇴임했다. 그동안 문광부가 장?차관에서부터 국장, 과장에 이르기까지 모두 나서 가한 압박은 가히 목불인견이었다. 언론재단의 정부광고 대행업무 중 기타공공기관의 광고를 민간에 개방하겠다고 위협하는가 하면, 코바코는 언론재단에 위탁한 프레스센터 관리운영권을 갱신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가했다. 한마디로 ‘버티면 재미없다’는 위세를 가용한 모든 수단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로도 부족해 현 정권은 청와대, 국정원, 한나라당까지 나서 사퇴압력을 넣은 것으로 전해진다. 대선 캠프에 가담한 언론특보, 방송특보 수십 명이 줄지어 서 있는 MB 정권에게  노무현 정권 때 특보 출신인 서동구 씨의 전례 따위는 안중에 없다. 임기제의 정신도, 언론인으로서의 명예도 알 바 없이 오로지 전리품을 챙기는 것에 혈안이 되었다. 그리하여 언론계, 문화계에 특보 출신을 속속 투입시키고 있다.

임원진의 퇴진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언론재단 노조다. 이들은 문광부의 압력이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협박용’이라는 것을 능히 알 만함에도 임원 퇴진 운동에 가담했다. 임기 초반 서슬이 시퍼런 정권이 KBS 사장을 전격 교체하는 등을 보고 두려움을 가졌을 수는 있다. 또 누구든지 생활인으로서의 도생(圖生)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여기에도 최소한의 염치가 있어야 한다. 언론재단 노조가 어떻게든 밥그릇을 지킬 권리는 있을지는 모르나 감히 ‘임을 위한 행진곡’을 능멸할 권리는 없다.

임원진 퇴진 이후 ‘1타 4피’의 자리에 특보 출신 인사들의 하마평이 무성하다. 언론재단 노조는 낙하산 인사를 강력히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이것이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는 앞으로의 행보에 달려 있지만, 선행 유사 사례인 KBS노조의 경우를 볼 때에 매우 회의적이다. 어떻든 언론재단은 ‘분노 없는 시대, 기자의 실존’을 치열하게 진단했던 언론인, 친일 문제 전문가로서 우리 역사를 진지하게 고뇌하는 언론인을 예의 없이 떠나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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