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주제작 외형적 급성장, 속은 '빈익빈 부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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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정훈 대진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과거 ‘한류’의 열기 속에서 드라마는 방송사에게 높은 수익을 보장했지만 최근 드라마는 위기라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한국 드라마의 영욕의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공교롭게도 드라마 외주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영상산업 제작주체의 다양화의 목표로 도입된 외주제작프로그램의 의무편성정책의 도입으로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독립제작사의 수가 증가하고 외주제작 드라마는 지상파 방송사의 드라마 편성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게 되었다.

▲ MBC <주몽>

드라마 외주제작이 본격화된 90년대 중후반 많은 히트 드라마들이 외주제작사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한국 드라마의 흥행기 때 많은 드라마들이 외주제작사에 의해 제작되고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상파 방송사의 상당수 스타 연출자, 작가들이 외주제작사로 이동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많은 제작사들이 연예기획사나 통신자본과 합병하면서 영세한 제작사에서 높은 주가를 가진 기업으로 성장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최근 드라마 산업 전반적인 침체기에 들어서게 되면서 외주제작사들에게 여러 부정적인 징후들이 많이 보이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 여러 히트드라마를 제작했던 독립제작사들조차 재정이 악화되어 차기작을 선택하지 못하거나 제작에 재정적 제약을 받는 실정이다. 여기에 지상파 방송사들이 경기 불황을 이유로 드라마 편성을 줄이고 있기 때문에 외주제작사의 경영압박은 더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주제작사, 재정 악화로 경영압박 가중 예상

▲ SBS <천국의 계단>

지상파 방송사들은 외주정책 도입 초기에는 외주제작 프로그램의 편성에 일반적으로 소극적이었지만 차츰 외주제작 드라마의 편성비율을 높이다가 최근에는 의무적으로 정해진 비율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외주제작된 드라마를 편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편성경향은 지상파 자체제작 기회 자체를 축소시킴으로서 자체 연출인력의 기획 역량을 숙련할 기회가 상당히 축소됐고, 자체제작의 인프라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반면, 2007년 기준으로 문화관광부에 등록된 방송프로그램 제작사는 850개가 넘었다. 하지만 등록된 제작사 중 과반수가 지상파 방송에 단 한 편도 납품해보지 못하고 김종학 프로덕션, 제이에스픽쳐스, 올리브나인 등 소수의 제작사들만이 전체 외주제작 편성 프로그램의 70-80%를  납품하고 있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여러 작품을 제작하는 소수의 제작사를 제외하고는 산업 전반적으로는 제작사의 기업의 기본 활동을 영위하기에도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제작사는 자체 제작할 수 있는 기반이 부족하거나 없는 정도로 영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여러 비정상적인 현상들로 연결되고 있다. 

외형적으로 외주제작 드라마 산업은 급속하게 성장했지만, 질적으로는 기형적인 형태로 변하고 있다. 현재 상황은 실질적으로 예상되는 드라마 수요보다 넘치는 공급의 과잉경쟁, 드라마 제작요소에 과다한 투자를 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제작사들은 제작 규모를 줄이는 것보다 높은 위험도를 안고 높은 시청률을 목표로 하는 대작 드라마를 제작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규모의 경쟁이 더 격화되고 있다. 이제 전반적인 외주제작 산업은 약간 높은 시청률이나 경제적인 성공을 가지고는 수익성을 남길 수 없는 구조로 변했다. 드라마 제작비가 폭등하면서 지상파 방송사나 외주제작사 모두 흥행여부에 상관없이 적자에 빠질 수밖에 없는 모순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는 외주제작의 또 다른 모순은 제작요소에 대한 비용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것이 드라마 질의 향상과 크게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비용이 증가하기 전에 했던 제작요소들의 기능과 질은 별 다른 변동이 없지만 단지 시장 가격만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경쟁하는 제작사들이 경쟁을 이기기 위해 저비용?창조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이 비싼 스타파워를 앞세운 상업적인 접근을 택하고 있다. 드라마 기획안을 치밀하게 짜거나 다양한 소재를 찾기 보다는 시청자의 주목을 초반에 받을 수 있는 스타를 캐스팅함으로써 드라마 편성의 기회를 높이는데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제작비용 증가가 직접적인 드라마 제작의 질의 향상으로 연결되지 않고 시청률도 높지 않게 나오게 된다.

외주제작사의 과다한 경쟁으로 높아진 제작요소들의 가격은 드라마 제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스타성을 가진 특정 제작 요소에 과도한 비용이 투자됨으로써 다른 제작요소의 부실화 또는 영세화가 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한 전반적인 드라마 품질의 저하는 양질의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데 한계를 보이게 된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드라마는 출연진의 높아진 출연료와 제작비로 ‘고비용 저효율’의 대명사가 되었다.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적게 드는 예능부문은 광고수익이 오히려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 또한 드라마를 줄이고 예능부문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외주제작사 과다경쟁, 드라마 제작에 부정적 영향

앞서 논의된 외주제작의 이러한 편향은 외주제작 정책이 의도했던 수용자 복지나 제작 주체, 내용의 다양성을 달성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외주제작사의 드라마 제작의 원칙은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시장의 논리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대중들의 관심을 끌고 수익이 나올 만한 작품들이 선호될 수밖에 없다. 반면에 대중적인 선호도가 낮게 예상되는 것은 작품의 기획이나 소재의 참신성이 뛰어나더라도 제작의 기회를 갖기 어렵게 마련이다. 따라서 외주제작이 양적으로 증가했음에도 프로그램의 내용의 다양성은 증가하기 못한 것으로 보고된다. 

▲ KBS <미안하다 사랑한다>

드라마 외주제작의 현실을 지상파 방송사와 독립외주제작사의 이해관계의 다툼으로 단순화하는 것은 해결책을 찾는 것을 어렵게 한다. 지상파 방송사의 수직적 결합을 해체함으로써 혹은 독립제작사의 방송편수를 수량적으로 보장하는 것만으로는 방송영상산업의 역량이 저절로 높아지는 것도 아니고 수용자복지를 위한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것도 그 간의 관찰을 통해서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논의되어진 외주정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현재 외주제작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생산요소에 의한 드라마 제작역량이 영향을 받아서 좌지우지되는 것이 가능하지 않도록 산업적 안정성을 구축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현재 제작비의 절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스타 연기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작가와 다른 생산요소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연출인력도 당연히 포함시켜서 생각해야 한다. 드라마 제작 시스템이 좀 더 체계화되어서 한 두 명의 인력에 의해서 역량이 규정되어지지 않도록 산업 전반적인 생산 체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드라마의 기획이나 새로운 소재 개발을 위한 드라마 제작 지원체계나 드라마의 제작의 질이나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모니터하고 지속적인 의견 제시를 가능하게 하는 연구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드라마 생산주체들의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양적으로 성장한 외주 제작사를 법적 제도나 기존의 영향력으로 견제하는데 초점을 두기 보다는 지상파 방송사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지상파 방송사는 영세한 외주제작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품의 선정에 있어서 자유롭고 시청률에 의한 책임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참신하고 창조적인 작품의 시도가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한 번 시도되어 상업적으로 성공했던 기획이나 소재의 반복적인 사용이  아니라 실험성이나 작품성을 바탕으로 한 창조적인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으로 단막극이나 특집극 같은 제작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의 개발이나 강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상업적 드라마가 다루지 않는 다양하고 특화된 소재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또, 제작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신인을 많이 육성해야 한다. 방송사 드라마 제작 역량의 핵심은 신인작가와 신인배우, 그리고 신인 연출자를 육성하는 것인데, 현재 방송사의 경향은 이러한 육성기능을 점차 약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산업적 안정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보완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지상파 방송사와 외주제작사와의 관계 전향적으로 논의해야

지상파 방송의 제작주체의 육성 방안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경영주체들도 드라마 부문은 항상 이익을 남겨야 한다는 전제를 포기할 필요가 있다. 물론, 오랜 기간 동안 드라마 부문은 수용자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아왔고 경제적인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부문 이였지만 드라마 부문도 다른 영역처럼 수익에 의해서만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가 영향을 미치는 다른 프로그램에 대한 호감, 인지도도 통합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 이정훈 대진대 신문방송학 교수

마지막으로 외주제작사와의 관계도 보다 전향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물론, 지상파 방송사의 드라마 제작에 투여된 드라마 제작비의 정산방식에 합리적인 합의가 도출되면 실질적인 저작권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지상파 방송사는 외주제작사들이 제작을 위해 사용한 비용, 시설이용료 등에 대한 보상 체계 등 제작과정에 투여된 지상파 방송사의 기회비용에 대한 정당한 계산이 산출된다면 지상파 방송극의 이익 실현은 1차 창구에 한정하고 1차 창구인 지상파 방송 편성 이후의 판로개척이나 유통기획에 외주제작사들이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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