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가지 중독’은 최강희의 로드무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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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리뷰] 올리브TV ‘강희의 6가지 중독’

최강희는 전도연이나 심은하 같은 연기파 배우는 아니다. 각종 매체를 통해 알려진 그의 골수기증과 같은 선행이나 ‘동안’으로서 여성의 부러움을 샀던 배우로서의 역할이 더 컸다. 그러나 최근 그의 연기는 차츰 농익어 가고 있는 중이다.

최강희는 〈어른들은 몰라요〉(1995)에서 아역으로 데뷔해 〈학교〉(1999)의 민재의 선머슴 캐릭터나 MBC 〈단팥빵〉(2004)의 초등학교 선생님 가란이 보여준 털털한 모습에서 어느 순간 벗어나고 있었다. 그는 그만의 매력을 차곡차곡 쌓으며 서른 한 살의 최강희가 보여줄 수 있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해 나갔다.

지난 8월에 종영된 SBS 〈달콤한 나의 도시〉(2007)에서 은수는 자신의 실제적 캐릭터와 배역이 잘 구분되지 않을 만큼 일상들을 연기에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강희는 30대 초반의 직장인 여성들이 으레 꿈꾸는 연애와 결혼의 판타지를 대변해냈다. 은수가 했던 파마와 액세서리들은 잇 아이템(it item)이 됐다. 최강희는 얼굴이 앳돼 보이는 ‘동안배우’에서 잇걸(it girl)로 넘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 <강희의 6가지 중독> ⓒ올리브TV
그런 점에서 지난 15일 방송된 케이블방송 올리브TV 〈강희의 6가지 중독〉은 그의 캐릭터를 고스란히 담아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첫 편은 자신을 한 번 돌아보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여기서 최강희는 미국의 뉴욕, LA로 여행하기 전 서울과 부산 등에서 자신이 찾을 아티스트를 위해 선물을 준비하는 소박하고 다채로운 일상을 보여줬다.

6가지 중독은 뭘까. 그는 각각 동갑내기, 나쁜 남자, 커피와 뉴욕, 달콤한 수다, 하늘을 나는 시간, 그리고 삐삐를 꼽았다. 첫 번째 중독인 ‘동갑내기’ 편에서 그는 신사동 가로수길, 삼청동 카페 등에서 보낸 일상을 소개했다. 특히 최강희가 가로수 길로 나가 직접 만든 초콜릿을 만들어 파는 모습은 꽤 신선해 보였다. 창피해 하면서도 매직펜으로 스케치북에 꾹꾹 눌러쓰며 홍보하는 모습은 그녀였기에 가능해 보이는 장면이었다.

최강희가 가로수길 근처 음반점과 장난감점에 들러 ‘동갑내기’ 중독 아이템으로 고른 것은 바로 제이슨 므라즈(Jason Thomas Mraz)의 음반과 아이 야마구치의 작품집이었다. 제이슨 므라즈는 밴드 사운드에 기반을 두며 팝, 록, 포크, 힙합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는 감성적인 멜로디와 보컬사운드로 사랑을 받는 미국 팝 아티스트로 그의 마음을 빼앗아 버렸다. 일본의 아이 야마구치의 작품집은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로 동갑인 최강희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1977년에 기둥을 박아 최강희의 동갑내기 아이템으로 꼽힌 성수대교, PD의 추천으로 가게 된 동작대교를 배경으로 연출한 영상은 다리(bridge)에 대한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또한 부산국제영화제의 연예인 최강희와 날이 밝은 다음날 방파제 등대 밑에서 기타를 치던 인간 최강희는 같으면서도 다른 최강희를 보여주었다.

▲ <강희의 6가지 중독> ⓒ올리브TV
이날 방송이 돋보일 수 있었던 것은 색감이 좋은 파스텔로 색칠한 듯 예쁜 화면과 그의 개성이 도드라질 수 있도록 적절하게 아이템을 배치했기 때문이다. 특히 기획력이 돋보였다는 점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지상파가 기획력 부재에 허덕이며 대형 스타를 위시한 집단 버라이어티에 방점을 찍는 사이, 케이블에서는 이 같이 아기자기한 기획과 연출이 돋보이는 프로그램이 속속들이 선보이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강희의 6가지 중독〉은 〈인간극장〉의 다소 무거워 보이는 화법보다 좀 더 가볍고 신선하게 다가간다는 게 또 다른 매력이다. 세상 속 스포트라이트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자신만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게 목적이라고 한다.

최강희가 1부 말미에 “요즘에 진짜 혼란스럽다”며 “그냥 밖에서는 잘 행동을 하면서 사실은 나 답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나는 누구일까에 대해 고민한다”고 토로하는 점은 이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바를 말하고 있기도 하다. “내 이름은 최강희가 아니라 배.우.최.강.희. 다섯 글자 같다”고 말하는 건 배우에 대한 자신의 고민이 시작됐다는 점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그동안 올리브TV가 다수의 여배우들을 통해 선보였던 여행 시리즈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처럼 보인다. 과연 뉴욕과 LA 여행에서 최강희의 로드무비를 볼 수 있을까. 〈델마와 루이스〉 같은 로드 무비의 가장 큰 매력은 여행에서 벌어지는 예측 불허의 사건들이지 않은가. 그 속에서 존재를 찾아가는 최강희에 우리의 모습 또한 투영해 볼 수 있을까. 남아있는 5개의 중독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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