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프로젝트와 YTN, 김세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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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 프로젝트와 YTN, 김세의 기자
[박건식PD의 미국 리포트(6)]
  • 박건식 (미국 미주리대 탐사보도협회 연수)
  • 승인 2008.11.24 13: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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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건식 MBC PD
애리조나하면 우선 1950년대 최초의 컨트리 뮤직으로 꼽히는 명국환의 ‘아리조나 카우보이’가 있습니다. “~카우보이 아리조나 카우보이, 광야를 달려가는 아리조나 카우보이, 말채찍을 말아들고 역마차는 달려간다”

올해는 애리조나 상원의원 존 매케인의 대선 출마로 관심을 받았으며, 최근에는 자넷 나폴리타노(Janet Napolitano) 애리조나 주지사의 국토안부장관을 앞두고 또 한번 관심이 뜨겁습니다.

그러나 애리조나가 저에게 관심을 끄는 이유는 바로 ‘애리조나 프로젝트(Arizona Project) 때문입니다. 애리조나 프로젝트는 제가 와있는 탐사보도협회의 출발과도 깊게 연결돼 있습니다. 애리조나 프로젝트는 전설적인 탐사보도 기자 돈 볼스(Don Bolles)를 기리기 위해 기자들이 연대와 단결의 힘으로 뭉친 사건을 말합니다.

1970년대 마피아에 의한 부정, 부패가 극심한 애리조나 주에 지칠 줄 모르는 사건폭로기자 돈 볼즈(Don Bolles)가 있었습니다. 모두가 두려워하던 마피아의 문제점을 수많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는 마피아 갱단의 불법거래를 끊임없이 파헤쳤고, 마피아의 협박도 늘어갔습니다.

1976년 6월 2일 돈 볼즈 기자는 범죄 관련 제보를 하겠다는 사람을 만나러 약속장소인 호텔에 갔습니다. 그러나 제보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돈 불스 기자는 하는 수없이 호텔 주차장에 세워놓았던 자신의 차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러나 차의 시동을 켜는 순간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했고, 불스 기자는 숨을 거두고 맙니다.

▲ 전설적인 탐사보도기자 돈 볼스(Don Bolles), 마피아 취재 중 사망함
그러나 이것으로 마피아가 승리한 것은 아닙니다. 불스 기자의 사망소식을 접한 전국의 저널리스트들이 속속 애리조나로 모여들었습니다. 이들 언론인들은 유례없는 연대를 과시하며 피닉스 폭파사건과 애리조나 주 전역에서 자행되던 경찰 부패와 조직범죄에 대해 집중적인 취재활동을 전개했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회사에 휴직을 하고 내려왔고, 무려 3년간이나 애리조나의 부정부패에 대한 탐사보도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탐사보도협회에 의해 ‘애리조나 프로젝트’로 이름 붙여진 탐사보도는 애리조나 주에서 만연하고 있던 범죄와 부패에 관한 연재기사들을 23회에 걸쳐 쏟아냈고, 피닉스에 있는 WKOY 방송은 매일 오후 3시 시리즈로 탐사보도를 방송했으며, 운전자들은 이 방송을 듣기 위해 승용차를 길가에 세우기도 했다고 합니다.

또, ‘애리조나 프로젝트’를 수행해 가는 과정에서 탐사프로젝트 구성과 자료수집, 기사작성의 노하우, 즉 탐사보도의 기초가 형성되어 갔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 탐사기자의 살해가 결코 언론의 탐사보도를 위축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보여준 언론의 정신이며, 연대와 단결의 힘일 겁니다.  
 

▲ 지난 20일 추운 날씨에 비까지 내렸지만 '두 번째 YTN과 공정방송을 생각하는 날' 촛불문화제에는 300여명의 시민과 언론인들이 동참했다. ⓒ PD저널
‘애리조나 프로젝트’ 하면 YTN이 연상되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매서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언론인들이 ‘YTN과 공정방송을 생각하는 날’ 서울역 앞 행사에서 언론자유와 공정방송을 향한 연대와 단결의 정신을 드높였습니다. ‘YTN 프로젝트’를 통해서 전 언론인들이 언론자유를 가로막는 세력들의 부정부패를 끊임없이 고발한다면 아무리 무모한 권력이라도 쉽게 YTN과 공정방송을 넘보지는 못할 것입니다.

또 하나는 군부대 내 ‘접대부 유흥업소’ 관련 사건입니다. 최근 군부대 안에서 여성접대부를 고용한 유흥업소 운영 실태를 고발했던 MBC 김세의 기자가 2심인 고등군사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절차상의 하자를 물고 늘어진 군사법원의 판결은 억지스러움을 넘어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공익적 보도를 문제 삼아 기소까지 한 국방부의 치졸한 보복적 행태입니다.

▲ 11월19일자 <기자협회보> 7면
공익적 보도에 대해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는커녕, 치졸한 보복을 가함으로써 다른 비판보도를 차단하려는 속셈입니다. 물론 보도에 대한 일부 장교들의 불만이 있다는 것도 모르는 바 아닙니다. 당연히 장교도 직업인이고, 복지가 중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반면, 그 시각 추위에 오들오들 떨면서 철조망 앞에 서있는 전방의 병사들과 철조망 내무반에서 수류탄이 터지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접대부 유흥업소’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제보자도 그런 문제의식에 제보를 했을 것이고, 국민들도 그렇기 때문에 분노했을 겁니다. 그러나 이 어처구니없는 판결 앞에 동료 저널리스트들이 보이는 분노는 아직 미약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애리조나 프로젝트’가 더욱 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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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qtmzh 2010-05-12 12:57:55
악법도 법인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광경입니다. 과연 어떤 것이 옳은 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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