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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C 시민주권찾기]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요즘 방송에서 ‘소비자 고발프로그램’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위 방송들을 자세히 보면 여러 가지 문제점들은 지적이 되지만 정작 어느 업체인지는 잘 모를 때가 많이 있다. 명예훼손 등 소송문제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알권리를 생각한다면 어느 업체가 그런 일을 하고 있는지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요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서도 위와 같은 논란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정보공개센터는 지난 11월 3일 서울시에 “쇠고기 원산지 표시 제도를 위반한 식당 상호명 및 위반내역, 행정처분 내역 등”을 정보공개청구 한 적이 있다. 위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서울시는 식당 상호명은 비공개 한 채, 위반내역 및 행정처분 내역만을 공개했다.

하지만 정보공개센터는 이미 쇠고기 원산지 표시 제도를 위반한 식당 상호명은 식약청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했더니, 서울시는 “해당업소가 정보공개로 인하여 과도한 재산상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유의하여주시기 바랍니다” 라는 단서조항을 달아서 “위반 업소 상호명”을 정보공개센터에 공개했다. 사실상 정보공개센터에 언론 및 홈페이지를 통해서 공표를 하지 말아달라는 요구였다. 위 사실은 정보공개센터가 국민의 알권리를 제약한다는 이유로 일부언론에 문제제기를 하면서 이슈화가 되었다.

▲ <경향신문> 11월24일자 5면.
위와 같은 사례는 너무나 많다. 정보공개센터는 식품의약안전청(식약청)에 “2008년 11월 3일 현재 GMO(유전자변형식품) 표시 농산물 수입업체 회사명, 제품명 전체”에 대해서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했다. 위 정보가 공개되어야 하는 이유는 GMO 안전성 여부는 세계적으로 논란거리가 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약청은 “기업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대상이 아님을 알려 드립니다”라는 답변으로 비공개 결정을 해버렸다. 하지만 식약청은 정보공개센터의 이의신청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 없이 공개결정을 내렸다.

이 뿐만 아니다. 필자는 지난 3월 보건복지가족부에 “2006년 1월1일~2007년 12월31일까지 국민건강보험법 85조(과징금)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금을 부당하게 신청하여 받은 병원 중 업무정지 및 과징금 부과 사례(병원명, 업무정지기간, 과징금 부과액, 위반양태)”에 대해서 정보공개청구 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가족부는 “당해 정보에 포함되어 있는 이름·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 되는 정보”라는 황당한 이유로 비공개결정을 해버렸다. 병원명이 공개되면 이사장 및 병원장의 이름을 공개될 수 있어 개인정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이의신청에도 보건복지가족부는 정보공개심의회도 개최하지 않은 채 다시 비공개결정을 해버렸다.

위 세 가지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바로 행정기관이 식당, 회사, 병원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 지극히 보수적이라는 점이다. 위 정보들이 공개되면 관련 업체들이 재산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과연 행정기관들은 국민의 알권리가 우선해야 하는가? 업체들의 재산상 불이익을 막는 것이 우선해야 하는가?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다. 위와 같은 문제들은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논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위 논란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에서 의외로 간단하게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정보공개법 9조 1항 7호(법인,단체,개인의 영업상 비밀)에서 “사업활동에 의하여 발생하는 위해로부터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나 “위법·부당한 사업활동으로 부터 국민의 재산 또는 생활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에 대해서는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위 두 조항은 영업 비밀에 대한 예외조항을 인정한다는 면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행정기관에서는 인용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 오직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만으로 비공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단서조항을 위 정보공개청구에 대해서 적용해 보면 쇠고기 표시 제도를 위반한 업소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는 매우 중요한 정보이다. 미국산 쇠고기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위 식당을 이용하지 않을 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 식당 등은 위법·부당한 사업 활동까지 하고 있었고 그에 대해 금전적 이익까지 받았으므로 국민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공개되어야 하는 정보이다.

또한 GMO가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느 업체들이 수입을 하는 지 관심을 갖지 을 것이고,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중요한 정보이다. 그것은 행정당국이 판단할 권한이 없다. 그저 제대로 공개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식당 및 기업들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업체 명을 비공개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 전진한 사무국장
병원사례도 마찬가지이다. 왜 보건복지가족부가 위법·부당한 사업 활동을 한 병원명단의 공개를 막아주는가? 보건복지부의 이런 태도는 국민의 재산보다 병원들의 개인정보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으로 비춰질 수 있다. 국민의 입장으로 분통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위와 같은 논란들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행정당국이 소비자들의 알권리를 무시한 채 업체들의 이익만 보호한다고 하면, 행정당국에 대한 불신은 점점 커져갈 것이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는 행정당국은 정보공개법 9조 1항 7호의 단서조항에 대한 국내외 판례와 외국사례들을 정확히 분석해서 앞으로 면밀히 대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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