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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가 2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리는 창립 20주년 기념식과 제18회 민주언론상 시상식이 어제 거행되었다. PD연합회는 20여 년 전 6월 항쟁의 세례를 함께 받은 운동 동지로서 언론노조의 그 간의 강고한 투쟁과 노고에 경의를 보낸다.

통상 어떤 단체의 20주년이라면 성년됨을 상찬하는 축하의 자리다. 그러나 작금 언론계 상황을 반영하듯 어제의 행사는 자못 엄숙하고 또 처연했다. MB 정권 등장 이후 지난 9개월 한국 사회에 드리워진 암영을 최일선에서 맞닥뜨리고 있는 것이 언론계이기 때문이다. 24일 민주언론상 수상자가 YTN 노조, 〈PD수첩〉 제작진인 것에서도 이는 여실하다.

작금 정권은 언론 장악의 마각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 정권은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의 원인을 자기반성보다는 언론 특히 공영방송 시스템에 전가하면서 이에 대한 보복과 응징으로 대처하고 있다. 그 명분을 시장주의, 산업논리, 방통융합 등 무엇으로 치장하든 본질은 다르지 않다.

그 결과 우리 앞에 KBS의 장악, MBC의 순치, YTN의 고난 등이 놓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통제위원회’로 둔갑한지 오래고 관계기관 대책회의가 되살아났다. 특정 후보에의 충성을 커밍아웃한 ‘졸개’들이 한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언론계를 혼탁하게 하고 있다.

대관절 지난 20년의 역사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가 진전해 왔다는 믿음은 불과 9개월 만의 퇴행 앞에 참담하게 스러진다. 그러나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다. 24일 언론노조는 20년 전 창립선언문을 되새기면서 “노동자, 농민, 시민, 학생들의 희생에 진 빚을 갚을 기회가 왔다”고 천명했다. 이 약속의 실천이야말로 지나간 20년의 의미를 부여하고 다가올 20년을 기약해줄 것이다. PD연합회 또한 함께 나설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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