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화면 사용에도 세심한 주의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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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인권] 최성주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

▲ 최성주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리는 많은 감동과 기쁨을 느꼈습니다. 박태환 선수가 국민영웅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고 장미란 선수는 세계 역도의 역사를 다시 썼지요. 한국야구가 올림픽에서 최초로 금메달을 차지하는 등 날마다 들려오는 선수들의 승전보에 국민 모두는 큰 즐거움과 자부심을 선물 받았습니다.

그리고 한국 선수들의 승전보 사이사이 미국의 수영선수인 마크 펠프스가 8관왕이 되어 전 세계를 놀라게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인간능력의 한계는 어디인지 경이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인간한계를 극복하게 만드는지 궁금해 하던 차에 그가 ADHD 환자라는 것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발 빠른 우리 언론은 펠프스가 어린 시절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진단을 받았고, 팔은 길고 다리가 짧아 친구들로부터 괴물이라는 놀림을 받았지만 수영에서 잠재력을 발견하고 ADHD 특유의 뛰어난 기억력으로 수영천재가 되었다는 것을 전해주었습니다. 이는 같은 장애가 있는 가족들에게 큰 위로와 희망을 주는 소식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한 공중파 방송에서 이 소식을 전하면서 국내의 ADHD 장애아동을 취재한 자료화면을 사용하였는데 이들은 2년 전 이 방송사의 인터뷰 요청에 응했지만 다시는 이 화면을 사용하지 않기로 약속했던 아이들이었습니다. 그 당시 취재진은 형제가 모두 ADHD 장애를 가진 저소득 가정에 취재요청을 하였고 치료에 도움이 되리란 생각에 응했던 보호자들은 약속과 달리 병원진단 외엔 특별한 도움이 없었고, 부정적인 면만을 부각한 방송내용으로 인해 오히려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방송 이후 얼마간의 손해배상을 받고 촬영한 테이프는 모두 폐기하겠다는 각서를 받았었는데 올해 그 화면이 다시 사용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가족이 느꼈을 절망과 분노에 깊은 공감을 느낍니다. 아이들의 장애만으로도 삶이 힘겨운 그들에게 가난하고 힘이 없어 거대 방송사가 자신들을 그렇게 우습게 취급한다는 자괴감까지 얹어주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폐기 약속을 하고도 다시 사용해야할 만큼 그 자료가 자극적이라 그랬을까요? 아니면 그들의 말처럼 무시해도 될 사람들이라 그랬을까요? 이제 그들의 마음을 달래는 일이 그렇게 쉽지 않을 것 같지만 제작진들이 진심으로 그 가족에게 용서를 청하는 것이 순서일 것 같습니다.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누구도 소외됨 없이 방송해야 한다는 방송법 조문을 떠올리지 않아도 그저 상식으로,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함께 걸을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안팎으로 어려운 시기 언론이 지닌 신뢰의 힘이 우리를 지탱해주기를 기대합니다.

최성주 / 언론인권센터(http://www.presswatch.or.kr/)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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