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방글라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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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서] 박봉남 독립PD
  • 박봉남 독립PD
  • 승인 2008.11.26 15: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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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까지 14일째, 일주일 일정으로 KBS <인간의 땅> 방글라데시 편 2차 촬영을 왔다가,  일정을 1주일 연장해 방글라데시 남부 해안, 치타공이라는 도시에 나는 머물고 있다. 올 초에도 72일을 여기에 있었으니 꽤 오래 이곳에 있는 셈이다. FULL HD카메라와 장비, 인력을 데리고 80일 넘게 촬영을 하고 있으니 사실 <인간의 땅> 제작진은 간덩이가 조금 부은 셈이다.

▲ 선박해체소에 정박 중인 대형선박, 인간의땅 메인포스터.

<차마고도>, <누들로드>에 이어 방송될 <인간의 땅>5부작은 아시아 5개국(아프가니스탄,방글라데시,네팔,미얀마,아르메니아)을 아우르며 '아시아인의 절망과 희망'이라는 주제를 담아내고 있는 큰 프로젝트다. 2006년 가을부터 준비에 들어갔고 2007년 3월부터 촬영에 들어가서 현재까지도 촬영을 하고 있으니 제작기간만 해도 2년이 넘는다. 각 나라별로 3-4회에 걸쳐 촬영을 진행했으니 제작비가 엄청나게 들어갔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제작비는 전액 KBS에서 받아 FNS(대표 강경란)가 제작을 하고 있다. 헌데 제작진이 예상되는 적자를 감수하며 이 일에 올인하고 있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곳 방글라데시에서 내가 촬영을 하고 있는 내용은 치타공 해변에 위치한 ‘Ship breaking yard’(선박 해체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해변을 따라 20여개의 해체소가 있으며 약 2만 명의 가난한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거의 맨손으로 배를 해체하는데 이들은 한 달  60달러에 못 미치는 돈을 벌기 위해 사선을 넘나들며 이 일을 하고 있다. 이 일은 너무나 위험해서(또는 숨기고 싶은 것이 많은 곳이어서) 외부인의 출입이 철저하게 통제되는 곳이다. 한 번도 외국의 방송팀이 이렇게 장시간 촬영을 해 본적이 없는 곳이다. 그런 곳에 우리가 접근을 할 수 있었으니 나는 운이 좋았다. 근데 우리 제작진도 촬영기간 중 한 두 번 정도 죽을 뻔 했다. 생각해보면 아찔한 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상황이었는데 어쨌든 살아남아 이렇게 일을 하고 있으니 고마운 일이다.

우리 이야기에는 두 명의 주인공이 있다. 20살의 개스커터 벨랄과 40대 후반의 개스커터 러픽이다. 헌데 촬영 중에 하마터면 벨랄이 사고로 죽을 뻔했다. 다행스럽게도 그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흐흐, 우리 직업이란게 이런 거 같다. 그런 극적인 상황을 은근히 기다리는 것…. 사고 직후 저녁에 인터뷰를 하는데 이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이런 이야기 당신들에게 처음 하는건데요. 나 결혼했어요. 어린 나이에. 보름 전에 아내가 딸을 낳았데요. 근데 눈이 안 보인데요. 나 사실 그래서 맨날 울어요. 그 생각하느라. 언젠가는 사고가 날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이번에 다시 와서 그 친구를 만났다. 야근 작업을 하고 힘이 들었는지 숙소에 돌아와서 씻지도 않고 허름한 침대에 털썩 눕더니 이 친구가 누운 채로 울기 시작했다. 울어본 사람들은 안다. 울음 소리만 들어도 그게 어떤 울음인지….
오랫동안 이곳에 머무르며 이 사람들을 좋아하게 되었다. 솔직하고 근면하며 생계를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이들의 아픔과 희망을 잘 담아내야지 하는게 나의 첫 번째 목표다.

▲ 박봉남 독립PD

또 하나, 우리 제작팀이 이 일에 목숨걸고 매달리는 이유가 있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해야 다시 이런 큰 다큐멘터리 프로젝트를 외부에 맡길 수 있겠지. 우리가 진정한 독립꾼임을 보여줘야지’ 이것이 나의 두 번째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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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군 2008-11-26 17:05:03
힘내십시요. 희망을 읽읍시다. 좋은 것 만드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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