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펜던트’ 적과의 동침을 선언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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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채석진 통신원 (영국)

디지털 매체가 빠르게 기존의 인쇄 매체를 흡수해 가는 상황에서, 최근 불어 닥친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는 신문 산업계에 최후의 일격을 가하고 있는 듯하다.

영국 신문 산업계는 지난 주 내내 경기침체의 격류에 휘말려 비틀거렸다. 일간지 <텔레그래프 (Telegragh)>와 <인디펜던트(The Indpendent)>가 각각 50명과 60명씩 인원 감축을 했고, <트리니티 미러(Trinity Mirror)>도 지역구에서 직원 78명을 해고했다. 연이은 여러 신문사들의 인원 감축에 이어 지난달 28일에는 영국을 대표하는 신문 가운데 하나인 <인디펜던트>가 경비절감을 위해 사무실 전체를 경쟁사인 <데일리 메일(The Daily Mail)>사 건물로 옮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즉, 영국의 대표적인 진보 신문 <인디펜던트>가 보수 성향이 강한 <데일리 메일>의 세입자가 된 것이다.

▲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
<인디펜던트>의 모기업인 INM(Independent News and Media)는 지난달 28일자 자사신문을 통해 “이번 사무실 이전은 오래된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감행하였고, 이를 통해 연간 천만 파운드 정도의 비용절감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계약에 따라 내년 1월 말부터 <인디펜던트>와 자매지 <인디펜던트 선데이>는 <데일리 메일>을 소유하고 있는 DMGT(Daily Mail & General Trust)의 본부가 있는 런던 서부의 켄싱톤에서 발간되게 된다.

<가디언> 1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번 INM의 극단적인 조치는 미디어 회사인 페어팩스(Fairfax)와의 주식거래가 무산되면서 발생한 재정 공백을 메우기 위한 것으로, 심각한 세계 경기불황 속에서 영국을 대표하는 신문으로서의 <인디펜던트>라는 이름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한다. 특히 두 그룹 간의 과거사를 생각해보면, <인디펜던트> 입장에서 이번 동거는 정말 힘든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현재 영국 내에서 <선(The Sun)>에 이어 가장 많은 판매부수를 가지고 있는 일간지인 <데일리 메일>은 2006년 아일랜드어 판을 만들면서 당시 아일랜드 시장을 이끌고 있던 <인디펜던트>에 큰 타격을 준 적이 있다. 또한 <인디펜던트> 사는 데일리 메일 그룹에 의해 운영되는 무가지 <메트로(Metro)>에 대항해 무가지 <헤럴드 에이엠(Herald AM)>을 만드는데 많은 투자를 해야만 했다.

<인디펜던트>는 이번 조치가 사무실을 공유하는 “단순한 부동산 거래”일 뿐 두 그룹의 편집권과 운영권은 완전히 분리된 채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인디펜던트> 신문과 그 자매지인 <인디펜던트 선데이>에 대한 소유권은 완전히 INM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디언>은 이번 조치가 <인디펜던트>의 독립성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인디펜던트>가 <데일리 메일>의 기지에서 발간된다는 사실을 기존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문제고, 향후 경기가 계속 악화될 경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른 조치들이 경제적인 논리에 따라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신문사를 소유 경영하는 것이 더 이상 큰 매력을 가지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신문들이 편집권의 독립성을 확보해줄 수 있는 경제적 힘을 확보하기는 갈수록 힘들어 질 것으로 보인다. 죽느냐 사느냐 이것이 문제다.

영국=채석진 통신원 / 서섹스 대학 미디어문화연구 전공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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