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도 표현의 자유는 중요하다
상태바
인터넷에서도 표현의 자유는 중요하다
[언론과 인권] 송 경 재(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 송경재(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 승인 2008.12.02 17: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우연한 기회에 일본의 한 민간연구소 연구원들과 인터넷 규제와 기본권에 대한 인터뷰를 할 기회가 있었다. 한국과 일본의 인터넷과 미디어 환경에 관한 비교에서 시작되어 무척 흥미로운 질의와 응답이 진행되었다.

필자 : 한국에서는 최근 유명 연예인 자살 사건과 관련해 인터넷에서 글쓰기를 규제하자는 움직임이 많은데 일본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나요?

연구원 : 일본에서도 그 소식을 들어 알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일본에서도 인터넷 토론과 댓글이 서서히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일본 최대 커뮤니티 사이트인 2채널(2ch.net)은 익명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일부 사이트는 실명제를 실시하기도 한다.

필자 : 아! 그런가요? 한국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와 여당이 주도가 되어 인터넷 실명제와 사이버 모욕죄란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준비 중이다.

연구원 : 일본에서도 실명제 논의는 있다. 그리고 일부사이트에서는 법적으로 규제를 하는 곳도 있다. 예컨대, 2002년부터 일본에서는 명예훼손, 프라이버시 가이드라인이 있고, 저작권, 상표권 핫라인 등의 가이드라인이 총무성이나 경찰청이 주도하여 제정하고 있다. 그런데 오해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것은 자살예고나 저작권침해, 원조교재 등 현저한 위법․유해정보에 한정되는 것이다.

필자 : 그럼 일본의 인터넷 정책의 기본 원칙은 무엇인가요?

연구원 : 기본적으로 인터넷을 정부가 통제 감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위배이다. 여기에는 일본이라는 국가가 처해있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정치인들과 시민 모두 2차 대전 당시 언론검열에 대한 상처가 가장 큰 거부반응으로 남아있다. 둘째, 언론 스스로의 노력과 반대 그리고 진보적인 시민단체에서의 반대도 한 요인이 된다. 시민들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을 기본적으로 인식하고 있어 정치인들이 함부로 인터넷 규제 법안은 쉽게 발의를 못한다.

▲ 조선일보 10월6일자 10면
필자는 처음에는 일본도 한국과 같은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는데서 놀랐지만 그것이 자율규제(self-regulation)의 한 차원이라는 측면임을 알게 되었다. 이야기를 요약하면 일본은 인터넷에서의 언론의 자유를 존중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데 있어 국가의 역할보다 중요한 것은 사업자단체와 학자, 시민단체, 전문가, 관련 기업 등이 주축이 되는 특징이 발견된다.

조사 결과, 일본 인터넷 규제의 주요한 축은 금칙어(NG 단어)나 블로킹 등의 기술규제와 사업자 자율규제이고 이마저도 최소화한다. 다만 현저한 범죄성이 있는 만남 사이트 규제(인터넷 이성 소개 사업에 관한 규제), 특정상거래법(인터넷을 이용한 통신판매, 광고 등의 스팸 메일), 인터넷 옥션규제, 인터넷상의 살인 예고 등의 범행예고정보 통보에 관한 규제는 경찰청에 의해서 실시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인터넷에서 등장한 새로운 사회현상의 대응책을 모색 중인 국가는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비슷한 정보문화수준을 가진 한국과 일본의 대응방안은 상이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최근 논의되고 있는 한국의 <정보통신망법>이나 <사이버 모욕죄> 등을 통한 국가 통제강화가 반드시 정답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자율적인 정화 노력은 EU차원에서의 자율규제 장치와 토론과정을 살펴보면 장기간에 걸쳐 부작용과 실효성, 문제점을 잘 제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자율규제의 분명한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위해 정부만이 아니라 시민단체, 정당, 학계, 사업자단체 등이 공동의 노력을 가하고 이를 위한 교육과 핫라인 운영, 기술규제, 필터링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한다. 한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법적 처벌만을 강제하지 않고, 교육과 민주적인 시민의 양성을 통한 표현의 자유와 인터넷문화의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국가는 인터넷의 자유로운 정보 확산 기술에 두려움이 많았다. 따라서 사회의 질서 유지라는 명분으로 인터넷 역기능 현상을 제어해야 한다는 한정된 시각에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지난 경험에서 국가가 주도하는 인터넷 규제는 국가 개입이 심화될수록 결국 표현의 자유를 위시한 민주주의 기본권이 침해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의 인터넷 처벌과 규제논의가 다분히 행정 편의적이고 비(非) 인터넷스러운 마인드의 접근이 아닌가 싶다. 규제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개인의 자유권이 침해되고 제한되는 상황에서 외부로부터의 통제와 감시, 검열의 무서움을 다시 한 번 심사숙고 했으면 한다.

송경재 /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언론인권센터(http://www.presswatch.or.kr/) 1인미디어특별위원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