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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 정권의 반역사적이고 퇴행적인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른바 ‘과거사위 통폐합안’이 그것이다.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 등이 국회에 제출한 15개 관련 법률 개정안은, 현행 14개 과거사 위원회의 기능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로 합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예산 절감과 효율성 제고”를 입법 취지라고 밝혔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위원회 활동을 봉쇄하고 무력화하려는 심산이 보인다.

‘4.3사건 위원회’ 같은 경우는 이미 8년 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위원회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진상을 규명하고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인권신장과 민주발전 및 국민화합에 이바지한다”는 목적이 국무총리의 명의로 명기되어 있다. 4.3 위원회뿐이 아니다. 모든 과거사 위원회들은 당시 여야 합의에 의해 특별법이 제정되어 출범한 것이다. 우리 사회가 야만과 광기의 역사를 극복하려함을 보여주는 시대정신의 반영이었다.

그런데 현 정권은 효율성 증진을 빌미로 출범 과정과 활동 목적이 엄연히 다른 과거사 위원회들을 통합하려고 하고 있다. 시한부 위원회들의 사건 처리율은 대체로 20, 30%대에 머물러 있다. 통폐합을 거론하는 것은 업무의 연속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행정안전부의 “통폐합의 예산절감 및 효율성 제고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의견도 철저히 무시되었다.

한마디로 이 정권은 과거사 위원회의 활동이 달갑지 않은 모양이다.
그동안 과거사 위원회는 현대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희생의 의미를 되새기는 역사적 해원(解寃)을 모색해 왔다. 이는 한국 현대사의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장엄한 씻김굿이다. 과거사 위원회는 우리 사회의 성숙함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증거하는 것이다. 친일 반민족행위, 4.3사건, 노근리 사건 등 과거사 위원회 중 현 정권과 직접 관련된 것은 하나도 없어 보인다. MB 정권은 불행한 과거사와의 화해를 기피하고 심지어 비호(庇護)하자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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