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정이었다. ‘미드’(미국 드라마의 줄임말)라는 한국형 일반명사를 만들며, 2005년 8월 우리 앞에 선을 보인 FOX TV 〈프리즌 브레이크〉가 3년 만에 시즌 4로 막을 내린다.
〈프리즌 브레이크〉는 1990년 초반 〈맥가이버〉의 인기를 능가하는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다. 주인공 마이클 스코필드 역을 맡은 웬트워스 밀러가 ‘석호필’이라는 애칭을 얻었고, 그의 방한을 보기 위해 수많은 팬들은 인천공항에서 진을 치기도 했다. 그의 채취를 좇기 위해 러닝타임 4시간 10분을 자랑하는 영화 〈다이노토피아〉를 보는 팬도 생겼는가 하면, 매력적인 한국의 보이스들을 제치고 안성기·한석규의 계보를 잇는 커피 CF도 따냈으니, 미드 전성시대는 가히 ‘석호필’이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시즌1이 너무 빛을 발해서였을까. 〈프리즌 브레이크〉는 시즌을 거듭할수록 평균 시청자수에서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며 종영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억울한 누명을 쓴 형을 구하기 위해 등에 문신을 새긴 채 감옥에 들어가 탈옥을 시도한 스코필드. 영원히 탈출하지 못할 것 같았던 폭스리버(시즌1)에서 탈출에 성공한 뒤, 시즌2에서는 죄수복이 아닌 평상복을 입고 FBI 요원 머혼에게 쫓겨 다녔다.
소나는 브라질에서 실제로 존재하던 카란디루 교도소에서 모티프를 따온 것으로, 미국의 여타 교도소와는 다른 곳이다. 죄수들이 벌인 끔찍한 폭동 이후 교도관들은 감옥에서 철수를 했고 감옥은 잔인한 우두머리, 레체로(로버트 위즈덤)가 정한 체제에 따라 생활했다.
알렉스 머혼(윌리엄 피츠너, ‘컴퍼니’의 음모를 돕는 일원이자 변절한 FBI 요원)과 브래드 벨릭(웨이드 윌리엄스, 보상금을 노리고 마이클을 쫓게 된 전직 폭스 리버 교도관), 소아성애자에 살인범인 한손잡이, 테오도어 티백 백웰(로버트 네퍼)이 결합하며 시즌3는 절정을 향해 치달았다.
그런데 이걸 웬걸. 미국작가조합(Wirter Guild of America) 파업이 터졌다. 20회 에피소드를 거뜬하게 넘기던 〈프리즌 브레이크〉는 시즌3에서 13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고, 무기한 파업으로 인해 얼렁뚱땅 시즌4로 넘어갔다. “폭동이 일어나서 모두 탈출했다”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내레이션으로 시즌4의 시작을 알린 것은 가장 큰 패착이었다. 여기에 목이 댕강 잘려나갔던 새라가 살아서 돌아왔을 때 ‘미드족’들은 시즌1의 작가와 시즌4의 작가가 동일 인물인지 의심마저 할 정도였다.
결말은 예상된다. 결국 ‘실라’를 찾아 시즌1에서부터 이들을 옭아맸던 숙적인 컴퍼니를 붕괴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관건은 어떻게 예측 불가능한 방법으로 이를 실현하느냐다. 영화 〈식스센스〉를 능가하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시즌제 드라마의 즐거움을 알려준 〈프리즌 브레이크〉가 반전의 묘미를 선사할까, 허무하게 결론을 내릴까.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지가 되기도, 또 다시 적이 되는 살벌한 약육강식의 세계를 보여준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4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오는 22일 미국 FOX TV를 통해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