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테나바깥테나]

지난 6월29일치 중앙일보에는 "일본 표절기자 해고·편집국장 경질"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려 눈길을 끌었다."일본의 유력지 아사히(朝日) 신문이 28일치 사회면에 문책인사를 실었다"로 시작하는 이 기사의 내용은 아사히 신문의 히로시마 주재기자가 "핵확산금지조약(NTP) 재검토 회의" 기사를 작성하면서 140줄 기사 가운데 50줄 가량을 지방지인 주코쿠(中國) 신문에서 그대로 베낀 사실을 자체 조사결과 확인했다는 것이다. 아사히는 이러한 사실이 밝혀지자 해당기자를 해고하고 편집국장과 지역본부장, 히로시마 지국장을 감봉처분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사히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6월22일 주코쿠 신문에 사과를 하고 23일치 신문에는 그 동안의 경위를 전하는 "본사 기자가 기사 도용"이라는 기사와 사과문도 실었다. 물론 이 기사에는 주코쿠 신문에 실린 기사와 베낀 기사의 유사점을 정리한 표까지 곁들였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오사카 본사 편집국장의 사과담화도 내보냈고 28일치에 실린 문책인사는 그 후속조치였다고 중앙일보는 전했다. 지난해 MBC 드라마 <청춘>과 SBS <서세원의 슈퍼스테이션>의 표절파동으로 한차례 떠들썩했던 방송계는 올해에도 몇차례 드라마와 오락프로그램 등이 표절시비가 있었다. 는 당시 PD들이 직접 표절에 대해 자성과 따끔한 비판의 내용을 담은 글을 받아 싣기로 했으나 원고청탁을 실패한 바 있다.(191호, 5월5일치 2면) 담당기자에 따르면 당시 PD들이 원고청탁을 거절한 이유는 "표절시비에 오르내리는 PD가 다른 방송사 PD도 아니고 얼굴 맞대고 지내는 사이라서 어려울 것 같다"거나 "일반적이고 원론적인 얘기 이상은 할 수 없겠다", 또 "시비에 오르내리는 것만을 가지고 비판의 글을 쓰기는 부담스럽다" 등이었다. 이번 아사히 신문의 표절 기자 해고 사건을 보면서, 그리고 유력 신문사가 표절에 대해 철저한 자기비판을 하는 것을 보면서 "표절"시비가 곧잘 일어나는 우리의 방송계와 비교해 볼 때 많은 것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물론 우리 방송사의 제작여건이 너무나 열악하다는 PD들의 지적을 모르는 바 아니다. 더구나 방송사 경영진은 물론이고 시청자들까지 "시청률"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는 우리의 방송현실을 감안했을 때 "솔직히 "표절"의 의혹에 끌릴 때도 있다"고 말하는 PD들의 고충을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니다. 그러나 오늘날 방송 프로그램의 폭발적인 대중적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표절"에 대해 그전보다 더욱 엄격한 자기반성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한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일본 대중문화 3차 개방 계획에 따라 머지않아 일본의 각종 방송프로그램들이 우리의 안방에 선보일 것이다. 제작일선에 있는 PD들이 표절에 대한 철저한 비판의식이 따르지 않는다면 우리 국민들은 안방에서 일본과 한국 방송사가 각각 만들지만 내용은 비슷한 프로그램을 보게 되는 불상사가 일어날 지도 모른다. "프로그램을 만들 때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그것 마저도 피해가야 한다. 또 열악한 환경을 들이대는 것도 핑계다. 제작여건이 나빠도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온다. 문제는 새로운 프로그램 제작을 두려워하는 방송가이 관행이다"라고 말하는 한 현업 PD의 말이 새삼스럽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