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 건강한 의사소통 구조 마련이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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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댓글(이하 악플)의 개념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한 달 동안에만 2000여명의 악플러를 검거한 것으로 보도됐다. 사이버 상에서는 리플을 다는 행위 자체가 해당 콘텐츠의 일부를 의미한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특정 문화 콘텐츠에 대한 사법기관의 직접적인 개입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입장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단속이 지난 2002년 마련된 사이버 명예훼손죄에 근거한 것인지도 불분명할 뿐 아니라 사이버 모욕죄 신설논란도 아직 진행형이라는 데에 있다. 더구나 인터넷 상에서 근거 없는 비방이나 인신공격을 했다고 해서 경찰이 이를 추적해 단속하는 나라는 지구상에서 별로 찾아보기 쉽지 않다는 사실이 국민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 〈LA 타임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라자러스의 12월 3일자 칼럼

사법기관의 특정한 단속행위가 국가 자체라고 할 수 있는 헌법 정신에 과연 합당한 것인지, 정치권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사이버 모욕죄 신설도 그것이 헌법의 정신에 적합한 것인지에 대해 사법부에 진지하게 묻는 움직임도 없다. 그뿐 아니라 그 어떤 관련 기관이나 전문가들도 이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전문적 차원에서 심사숙고하는 의사결정과정의 분위기가 우선적으로 형성되지 않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의 익명에 의한 의사소통은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나, 현실에서의 시민 사회적 차원의 ‘책임감 있는 의사소통’은 사실상 부재하다는 데 우리사회의 문제점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것이 소위 ‘악플’을 가능케 하는 사회적 토양이 아닐까 생각된다.

최근 미국 FCC(연방통신위원회)의 케빈 마틴 의장은 인터넷에서의 음란물로부터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을 전송하는 소위 ‘프로바이더’들이 이를 책임지고 차단하는 방식을 택해야 하며, 이를 위한 FCC의 관련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미국 언론들로부터 몰매를 맞고 있다. 〈LA 타임스〉의 칼럼리스트 데이빗 라자러스는 이에 대해 간단한 결론을 내린다.

한마디로 그 일은 학부모들에게 맡기라는 것이다(U.S should leave online censorship to parents). FCC는 왜 포르노만 문제를 삼는가, 그렇다면 증오범죄에 해당하는 주장들은 다 막아야 하는 것 아닌가, 예를 들어 그러한 방식으로 인터넷에서 음란물을 차단하려면, KKK의 주장이나 나치의 주장들도 모두 차단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것이 〈LA 타임스〉의 주장이다.

미국에서 방송·영화 등 문화 콘텐츠에 대한 검열은 철저히 시민사회의 몫이다. 그래서 지역마다 검열기준이 다르다. 보수적인 중부지역과 대도시 지역의 검열기준은 다르다. 지역사회 마다 그 정서가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열은 철저히 시민의 몫인 것이다.

미국인들의 정서에서 보자면, 예를 들어 악플로 인해 특정 연예인이 자살했다면(그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겠지만 사실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연예인 커뮤니티나 팬들의 자정 노력이나 민사적 소송으로 해결될 문제이지, 경찰이나 정부가 나설 일이 아니고, 사실상 나설 권한도 없다고 할 것이다. 만약 사법기관이 나설 경우 그것은 엄연히 제 1 수정헌법인 ‘표현의 자유’를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구속대상이 될 일이다.

▲ 이국배 LA통신원/ KBS America 편성제작팀장

개념이 모호할 수밖에 없는 상대적 의미의 ‘악플’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실에서의 건강하고 자유로운, 그리고 무엇보다 책임감 있는 의사소통 구조를 전방위적으로 마련해 나가는 일이다. 그러한 주체들을 우리는 ‘시민’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알고 있고, 그러한 주체들의 의사소통을 민주주의라고 부르고 있다고 우리의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이는 온라인상에서만 민주적인 것도 매우 반민주적인 것이라는 것을 동시에 의미한다. 현실에서의 사회적 의사소통의 신경망이 살아있지 않는 한, 어차피 개념이 모호한 ‘악플’은 또 다른 도덕적 입장에 따라 수없이 만들어 질 것이며, 이로 인한 피해자는 계속해서 양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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