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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의 미디어리터러시(37)]

▲ 고승우 박사
피겨 여왕 김연아의 인기는 대단하다. 그녀는 피겨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혜성처럼 나타나 세계무대를 주름잡는다. 그녀의 아름다운 경기 장면은 TV로 즉각 국민에게 전달된다. 그녀가 세계의 강자들과 미와 기를 겨루는 모습은 TV를 통해 생생하게 안방에 전해지고 그녀의 인기는 수직상승한다.

그녀가 TV로 중계된 경기에 출전했을 때 시청률은 압도적이다. 예를 들어 지난 13일 그녀의 경기 실황이 생중계된  2008-2009 SBS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싱글 프리스케이팅의 시청률(TNS미디어코리아 조사)이 24.9%이었다. 같은 시간대 방송된 KBS 2TV 주말드라마 <내사랑 금지옥엽>의 시청률은 16.7%로 전주보다 5% 포인트 가량 떨어졌다. 그 전날 열린 김연아 출전 쇼트프로그램 경기의 시청률은 21.6%였다.

김연아 선수를 생중계한 방송시간에 방영된 광고 가운데 몇 개는 김 선수가 출연한 광고였다. 그녀는 의류, 식품 등 10여개 광고에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의 스포츠 기량은 TV를 통해 대중적 관심사가 되었고 이제 그녀가 소비생활의 패턴에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하고 있다.

TV를 통해 스포츠 선수가 하루 아침에 대중의 스타가 된 케이스는 얼마든지 있다. 지난 여름 북경 올림픽에서도 몇 명의 스포츠 스타가 탄생했다. 스포츠 스타 탄생은 대부분 경기의 TV 생중계를 통해 이뤄진다. 스포츠가 TV 시청자에게 큰 인기가 있는 것은 스포츠가 지닌 특성, 즉 매우 자연스럽고 사전에 기획할 수 없으며 예측불가능한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TV가 등장하기 전까지 올림픽이나 큰 국제스포츠 행사는 지구촌의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런 행사는 개최지에서의 주목을 크게 받았을 뿐이다. 그러나 TV가 중계역할을 하면서 그런 행사들은 지구촌의 축제가 되었다.

▲ 김연아 선수 ⓒSBS
HDTV가 보급되면서 스포츠 시청률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조사에 따르면 HD TV를 구입한 가정에서의 스포츠 시청률은 아날로그 TV를 사용하는 가정보다 54%가 많았다. HDTV의 영상미가 뛰어난 점이 스포츠 시청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결과다. 우리나라에서도 HDTV가 본격 보급되는 수년 후부터 스포츠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스포츠 업계에서도 HDTV 대중화 시대를 겨냥한 전략을 수립할 때다.

TV가 스포츠와 맺고 있는 밀접한 관계는 TV와 현대 사회에서도 발견된다. TV는 현대인의 일상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인기 스포츠나 드라마 등의 방영 시간이 되면 많은 사람이 만사 팽개치고 TV 앞으로 달려간다. 스포츠는 특히 인종, 종교, 국경의 장벽을 뛰어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스포츠는 TV를 매개로 한 사회, 한 국가, 나아가 전 지구촌이 하나가 되게 만든다. 드라마나 인기 쇼프로가 갖는 대중적 인기도 대단하다. 드라마에 대한 사회적 인기가 클 경우 드라마 내용을 시청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기도 한다.

TV는 강력한 흡인력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물론 TV가 개개인을 사로잡는 이유는 다양하다. TV를 통해 얻는 만족의 질과 양에 차이가 있다. 사람에 따라서 TV를 매개로 흥겨운 시간을 갖거나,  휴식을 취한다. 뉴스를 듣거나 다른 지식을 얻기위한 수단으로 TV가 활용된다. TV의 다양한 프로를 통해 다양한 취향과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들의 공동체가 다양하게 형성된다.

예를 들어 특정 수용자들이 TV를 통해 영화, 음악이나 오페라 감상을 원할 때 수용자들은 똑같은 프로를 즐기는 다른 시청자나 음악 감상가들과 연대하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프로를 감상하는 사람들과는 분할된 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 수많은 공동체가 대중문화의 생산 또는 소비처가 된다. TV 속에서 대중문화가 생성소멸하는 것이다.

TV는 대중문화의 생성소멸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대중매체다. TV는 헤어스타일, 의상 등의 유행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인기 드라마 출연자의 머리 모양이나 옷차림이 시청자들의 취향을 변화시킨다. TV 속의 음악이 크게 유행하거나 TV에 방영된 스포츠 스타가 하루 아침에 대중의 우상이 되기도 한다. TV는 대중문화의 전달자이자 창조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대중문화는 TV라는 영상매체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고 스스로 변하기도 한다. 대중문화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일컫는다. 인간의 관습과 행동을 결정하는 대중문화는 끊임없이 변하면서 세대를 통해 전승되기도 한다. 대중문화는 개인, 집단, 조직, 정부나 대중미디어에 의해 만들어지며 그것은 행동, 규범, 관습과 같은 형태로 구체화된다.

우리의 문화계는 서구의 영향을 많이 받은 탓인지 고급 또는 대중문화를 가리는 기준도 외국과 비슷하다. 고급문화로는 발레, 심포니, 미술관, 고전문학 등을 일컫는다. 대중문화는 드라마, 록 음악, 랩, 라디오 토크쇼, 만화책 등을 가리킨다.

▲ 대중문화는 TV에 의해 생명력을 얻어 영향력이 커지고 TV는 대중문화를 매개하면서 미디어의 중심적 위치를 차지한다.
전통적인 고급문화와 구별할 때의 대중문화는 한 사회 속의 모든 사람의 문화라 규정할 수 있다. 개개인이 살고 있는 세계나 문화세계와 같다고 할까? 그것은 개개인의 태도, 신념, 습관, 행동을 다 포함한다. 또한 개개인이 행동하는 방법이나 그 이유를 일컫기도 하고 음식이나 의복으로 상징된다. 나아가 사회의 구조물인 건물이나 도로, 교통 수단, 연예오락이나 스포츠, 정치, 종교, 의료 행위 등도 대중문화 속에 포함된다.

TV는 대중문화의 전파자로 역할하면서 시청자에게 갖가지 삶의 모델이나 행동 규범들을 전달한다. TV가 다중의 이미지를 확산시키는 것이다. 즉 개개인이 원하는 것, 갖고자 하는 것, 입는 것, 행동하는 것 등을 광범위하게 시청자에게 전달한다. 그 결과 유행하는 패션이 바뀌고 생활 방식이 새로운 모델로 제시된다. TV는 생각하고 느끼고 맛을 보는 방식까지 변화시키는 강력한 동기나 자극을 전달한다. TV는 소비 철학을 대중문화의 한 부분으로 변화시키면서 전파한다.

대중문화는 TV에 의해 생명력을 얻어 영향력이 커지고 TV는 대중문화를 매개하면서 미디어의 중심적 위치를 차지한다. 인기 드라마, 인기 스포츠 등이 TV 전파를 탈 때 수많은 시청자들이 브라운관 앞에 앉아 동일한 감정상태를 맛본다. 이런 문화적 일체감을 형성하는데 TV는 다른 미디어보다 월등한 파워를 발휘하고 있다. 앞으로 TV가 인터넷 등 다른 미디어와 융합해 시청자에게 접근할 때 그 영향력은 더욱 가공할 수준에 이를 것이다.

TV는 대중문화와 고급문화의 경계를 허물거나 두 분야가 융합하도록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 결과 두 문화가 서로 섞이면서 그 경계가 모호해진다. TV의 요구가 있기도 하지만 두 분야의 예술가들이 생존을 위해, 대중의 인기를 위해 서로의 영역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대중문화는 무언가 고급스런 맛을 풍기고 싶어 하고, 고급문화도 대중 속으로 더 넓게 파고들어가고 싶어 한다. 이런 변화는 TV를 중심축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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