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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는 최근 인권위 정원을 절반으로 줄이도록 하는 방안을 통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인권위를 껍데기만 남기고 무력화시키겠다는 얘기다. “국가 인권기구는 다른 국가권력으로부터 독립적 지위를 보장받기 위하여 그 구성과 권한의 범위를 헌법 또는 법률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부여받아야 한다”는 ‘파리 원칙’이라고 있다. 성질 같아서는 없애버리거나 정부 내의 조직으로 해 마음대로 하고 싶은데 국내적 반발과 국제사회 여론으로 여의치 않자 이 같은 수단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현 정권이 인권위를 마땅찮아 하는 것은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인수위 시절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기구화하려다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정권 출범 이후에는 대통령이 인권위 업무보고도 받지 않는 협량한 태도를 보였다. 특히 촛불 당시 경찰의 진압과정에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결정을 지난 10월에 인권위가 내리자 정권의 비방과 공세는 가히 노도처럼 일어났다. 이번 조치는 그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는 2001년 김대중 정부 때 출범했지만 발단은 1960년 유엔이 국제인권법의 국내적 실현을 위해 각국에 특별한 인권기구의 설치를 적극 권장한 데까지 거슬러 오른다. 93년에 파리 원칙이 채택되고 유엔은 한국에도 국가인권기구의 설치를 요구했다. 이후 8년 만에 비로소 만들어진 인권위에는 지난 세월 한국에서 자행된 반인권적 행태에 대한 국가적 반성과 이를 극복하려는 시대적 합의가 결집돼 있다.

MB 정권 들어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해 인권위의 활동이 더 절실해졌다고 한다. 도처에 반인권적 역주행이 빈발하는 것이다. 이런 국면에서 인권위의 정원이 절반으로 줄게 된다. 또 지방에 있는 지역사무소도 폐쇄된다고 한다. 이는 사실상 인권위 기능의 마비로 이어질 것이 심각하게 우려된다. 정부는 인권위 무력화 기도를 중단하라. 그리고 이 무한질주를 그칠 것을 준엄히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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