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승우의 미디어리터러시(38)]

▲ 고승우 박사
지상파 TV에서 갖가지 오락프로가 주요시간대에 방영된다. 시청률이 높기 때문에 그 생명도 길다. 이런 저런 유사 상품이 줄을 잇는다. 남녀노소를 주 시청대상으로 삼은 TV 오락프로의 기세는 더 상승추세를 보일 듯하다.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시청자들이 머리를 식힐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TV 오락 프로는 드라마, 코미디, 게임 등이 대표적이다. 사람들이 TV 오락프로에 푹 빠져 지내는 시간을 갖는 이유는 웃고 즐기는 것과 함께 슬프거나 분노의 감정 등을 드라마 등장인물과 같이 느끼는 일체감을 통해 맛보는 카타르시스 효과 등의 효과 때문이다. 오락프로는 동일한 반응을 유도해낸다. 공포물은 시청자를 긴장하게 만들고, 이뤄질 수 없는 사랑 스토리는 눈물샘을 자극한다. 복싱, 격투기에서 피 튀기는 난타전에는 흥분하고, 시트콤이나 전통적인 코미디에는 깔깔대면서 시간을 보낸다.

TV, 특히 상업TV 오락 프로에 대해서는 대체로 두 가지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다. 하나는 과학 기술의 발달에 따라 인류의 생활 양식에 혁명적 변화가 이뤄졌다는 시각이다. 다른 하나는 오락프로가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유지 매커니즘의 하나로 작용한다는 시각이다. 두 시각은 상업TV에 대한 눈 높이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먼저 과학기술의 발달 속에서 TV의 등장을 보는 관점이다. 인류의 일상 생활에서 즐거운 시간을 갖는 기회는 TV가 등장하면서 혁명적인 변화를 겪었다. TV를 통해 도시는 물론, 산간 벽지나 외딴 섬의 주민들도 동시에 오락 프로를 즐기게 된 것이다. TV가 등장하기 전에도 인류는 희노애락의 감정을 충족시킬 시간을 갖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생활속에 도입했다. 갖가지 명목의 축제, 잔치, 스포츠, 음악회, 극장이나 연극 등을 통해 즐겁고 행복한 순간을 맛보았다.

▲ MBC 〈일밤〉 ‘우리 결혼했어요’ ⓒMBC
그러나 이런 행사나 공연 등을 모든 사람이 다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도회지에서 멀리 떨어진 오지나 외딴 섬 등에서 거주하는 사람들, 설령 도회지에 거주한다 해도 생활이 어려운 극빈층 등은 그런 기회를 맛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TV 시청이 가능해지면서 수많은 사람이 TV 연예, 오락 프로를 통해 즐거움을 맛보게 되었다. 

TV오락 프로는 많은 웃음을 선사하는데 이를 중시하는 정신의학적 관점도 있다. 웃음은 만국 공통의 언어로 인종이 달라도 웃음을 인식한다. 인간은 웃을 때 얼굴 표정이 바뀌고 때로는 소리를 낸다. 통쾌하게 웃을 때 몸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팔과 다리, 배의 근육이 크게 움직인다. 숨소리도 변한다. 웃음의 이런 특성은 인간을 건강하게 하고 사회적 분위기를 가볍게 만든다. TV가 웃음을 양산하는 프로를 많이 만들수록 전체 사회의 건강, 그로 인한 생산성 제고에 크게 기여한다는 논리가 가능하다.

▲ SBS <야심만만-예능선수촌> ⓒSBS
TV가 등장하면서 쇼, 스포츠 등 언어적 소통이 불필요한 프로를 통한 문화상품 교류활성화를 통해 지구촌이 크게 변했다. TV는 지역과 인종적 장벽에 가로막혀있던 세계를 동일한 문화적 소재로 통일시키는 혁명적 역할을 담당했다. TV가 ‘지구 문화촌’을 탄생시킨 주역이 된 것이다. 지구촌은 TV 등의 미디어를 매기로 삼아 드라마, 영화, 스포츠, 뉴스를 통해 단일 공동체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TV는 새로운 형태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지역, 인종간 문화교류가 가능해지고 있다. 한류도 그런 현상 가운데 하나다. 한국의 TV 드라마가 일본, 중국, 중동, 동남아 등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한류는 과거 문화제국주의적 관점에서만 설명할 수 없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TV의 오락 전달 등의 기능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비판적 견해를 지니고 있다. TV가 지식과 오락을 전달하지만 대신 전통적인 사회 및 가족의 가치를 파괴한다는 것이다. TV가 보급된 뒤 가정에서는 가족들이 TV를 시청하면서 ‘모래알 가족’이 되었으며, 사회적으로도 노동자 계급 등이 TV가 전달하는 저급한 문화에 세뇌되어 사회적 모순에 대한 관심과 타파 노력에 등을 돌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TV가 자본주의의 가동에 주요한 역할을 한다는 주장을 살펴보자. 이는 TV 특히 상업TV의 주 프로인 연애, 오락 프로를 자본주의 비판적 시각에서 분석하는 관점이다. 상업TV는 의식이 없는 대중을 즐겁게 하면서 광고를 통해 상품과 용역을 의식없는 대중에게 판매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상업TV는 결국 기업, 방송사 등의 자본가에게 이익을 주는 주요 매커니즘의 하나라는 시각이다.

이런 극단적 시각이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하지만 두 가지 사실만은 수용되는 추세다. 즉 TV는 오락 기능이 강한 미디어라는 점과 기존의 정치, 경제적 지배구조를 뒷받침하는 TV의 주요 기능은 대중을 상품 소비 예비군으로 상정해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대중이 오락적 기능을 가장 선호한다는 점을 주목한 일부 상업TV는 프로그램과 상업적 이익을 밀접히 관련시켜 제작한다. 즉 오락 프로를 방영할 때 반드시 어느 부류의 시청자가 얼마나 시청하는지를 조사하고 광고주에게 시청율에 따라 조정된 가격으로 판매된다. 이런 추세는 상업TV가 뉴스조차도 드라마틱하게 가공하거나, 모든 정보를 교실에서 강의하는 것과 같은 형태가 아닌 오락적 형태로 만드는 ‘인포테인먼트’ 방식을 선호하게 만든다. 이런 과정을 거쳐 상업TV 시청자는 광고주에게 하나의 상품으로 거래되는 것이다.

상업TV에 대한 이런 시각에 대해 사회적 계층마다 견해가 다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기업주, 광고전문가, TV 경영층은 TV 프로가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매커니즘의 하나로 받아들인다. 반면 부모, 교사나 정치인들은 ‘의식없는 시청자’라는 개념에 분노한다.

▲ KBS <해피선데이> '1박2일' MC ⓒKBS
대부분의 TV 시청자의 시청 동기는 오락이나 휴식, 일상사로부터의 도피가 목적이다. 시청자는 TV 프로에 몰두하기도 하지만 다른 일을 겸하는 경우가 많다. TV 시청 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사람들은 TV 드라마나 다큐물 등을 통해 다양한 사회를 목격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시청하는 프로는 대부분 자신들의 실생활과는 관련이 적거나 없는 분야나 사람들에 대한 것이다. 즉 경찰이나 변호사, 의사들의 전문적인 직업 영역을 접하고 외국의 생소한 생활상, 제도 등을 접하게 되고 이런 것들이 지식으로 입력된다. TV에서 한 유명 연예인들의 말이 유행어가 되고 그들의 의상 등이 유행하게 되는 일은 흔한 사례의 일부다.

시청자가 상업TV프로를 통해 얻는 즐거움과 지식은 의미심장한 측면이 존재한다. 거기에는  자본주의 시장 논리 속에 빚어지는 거대한 비용이 숨겨져 있다. TV프로의 광고비가 오락이나 지식의 질적인 면을 결정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재미가 더 있고 매우 유익하다는 것은 그만큼 더 많은 비용이 투입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오락 프로의 내용은 사회의 계급구조 등을 온존시키는데 크게 기여한다. 물론 기존질서에 대한 도전이나 파괴, 수정과 같은 효과도 있지만 그것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TV의 오락 프로가 갖는 의미는 다양하고 눈높이에 따라 여러 분석결과가 생산된다. 오락프로는 TV가 지닌 정보 및 교육 프로와 함께 개인이나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다. TV 리터러시를 통해 오락프로 등이 함축한 영향력 등에 대한 심도있는 공론의 장이 펼쳐져야 한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