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조처럼 머리를 처박았던 KBS
상태바
타조처럼 머리를 처박았던 KBS
[e야기] 이정호 참세상 편집국장
  • 이정호 참세상 편집국장
  • 승인 2008.12.23 13:37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정호 참세상 편집국장
민주노총 간부는 김대중 정권 시절 KBS <심야토론>에 처음 얼굴을 내밀었다. MBC <100분 토론>에선 그 전부터 종종 민주노총 현직 간부의 얼굴을 볼 수 있었지만 KBS는 좀처럼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김대중 정권 하의 KBS는 한때 민주화 운동을 지지했던 박권상 사장이 자리잡고 있었지만 민주노총은 늘 외면했다.

언론인이자 4선의 국회의원에, 김영삼 정부때 노동부장관까지 지낸 남재희 씨는 이런 주류 사회의 민주노총 폄하에 대해 자신의 책 <언론 정치 풍속사>(민음사/2004)에서 “그때 정부 입장은 실세인 민주노총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권영길 당시 민주노총 위원장)와 빈번히 만나 술을 마셨다. 민주노총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마치 타조가 땅 속에 머리를 처박고 ‘없다’ 하는 것이다. 그런 게 김영삼 정권까지의 민주화의 한계였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도 남 씨는 정부가 불법단체로 규정한 민주노총 권영길 위원장과 종종 술자리를 하면서 서로를 격려했다. 남 씨는 1972년 서울신문 편집국장 때 사회부 기자였던 권영길 위원장과 인연이 아니어도 충분히 그랬을 것이다.

타조가 땅 속에 머리를 처박듯 했던 KBS가 민주노총 현직 간부를 생방송 심야토론에 토론자로 앉힌 건 철도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철도 민영화 논쟁이 뜨겁던 때다. 당시 생방송에 나온 사람은 민주노총 정책부장이던 오건호 씨다.

그런데 KBS는 끝까지 몽니를 부렸다. 참석한 토론자의 이름과 직책을 화면에 표기할 때 버젓이 현직의 ‘오건호 민주노총 정책부장’ 대신 ‘오건호 사회학 박사’라고 달아야 한다고 고집했다. 그것도 생방송 하루 전날. 민주노총은 KBS의 행태에 분노하며 토론을 포기하느냐 마느냐 고민했다. 결국 민주노총은 국민에게 철도 민영화의 문제점을 알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KBS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만큼 KBS는 보수적이었다.

▲ KBS 사옥 ⓒKBS
그런 KBS가 불과 몇 년 뒤 노무현 정권에 와선 <인물현대사> <미디어포커스> <시사투나잇> 등의 개혁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당시 MBC <미디어비평> 등은 다소 도발적인 문제의식을 던지며 한국 방송지형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었다. 나는 그때 KBS 분들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KBS가 정권의 나팔수였던 보수꼴통 방송을 벗어나 상식을 가진 공영방송으로 거듭나려면 몇몇 튀는 프로그램으론 안 된다. 튀지 말고 전체 프로그램을 반걸음만 왼쪽으로 옮기라고 주문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KBS 안에는 88올림픽 방송준비를 위해 80년대 초중반부터 들어온 무수한 함량 미달의 직원들이 수두룩하다. 80년대 중반만 해도 방송의 ‘방’자도 모르는 육군 소령이 방금 예편해 낙하산 간부로 들어와선 야전에서 사용하던 지휘봉으로 부하 직원들의 군기를 잡던 곳이 KBS다. 그런데 KBS가 정권 바꿨다고 갑자기 튀는 프로그램 몇 개 내놓으면 노무현 정권이 보기엔 좋겠지만 KBS의 장래를 위해선 덕이 될게 없다.

따라서 나는 전체가 동의하는 부드럽고 조용한 개혁을 주문했다. 사례도 들었다. 사료 값이 폭등해 농약 먹고 자살하는 농촌을 외면하고 KBS는 <6시 내고향>에 요란한 맛집 소개 수준의 화면만 보여준다. “열에 한 번쯤은 <6시 내고향>에도 어두운 농촌의 현실이 나와야 한다. <아침마당>도 시시콜콜한 연예인 뒷이야기나 늘어놓지 말고 아주 가끔씩은 시사적인 주제도 다뤄달라고 주문했다. 그 중에 일부는 받아들여졌지만 KBS는 노무현 정권 시절 몇몇 튀는 프로그램으로 보수진영으로부터 곤혹을 치렀다.

5년이 지난 지금 나는 KBS에 새로운 주문을 한다. 내부부터 추스르시라고. 사용자는 사용자일 뿐이고, 정권은 정권일 뿐이다. 임금 동결 등 노사화합을 발표했지만 외피를 씌우는 것으로 해결될 건 없다. 내부에서 한 목소리를 내야 준비된 후퇴도 가능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나타조 2008-12-24 10:37:59
이 양반 방송 제대로 모르면서
"카더라" 식의 글 썼구만,,,
지금 당신의 행태가 꼭 타조 같소.
이명박 정부 시절 타조처럼 머리박은,,,,

개발기 2008-12-24 02:20:42
개박스러운 놈의 개자식 새끼.

확대경 2008-12-24 01:04:58
방송의 ‘방’자도 모르는 건 정연주도 마찬가지
븅신같은게 수신료도 못올리고
정권 넘겨주는데 혁혁한 공헌했지.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