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위기 타개할 장기적 계획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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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OBS 개국 1주년, 평가와 전망

OBS경인TV(사장 주철환)가 오는 28일이면 개국 1주년을 맞는다. 방송사상 초유로 재허가 추천거부를 당한 구 iTV(경인방송)의 방송 권역인 경기·인천지역의 새로운 방송사업자로 선정된 OBS는 지역민영방송사 가운데 유일하게 전국 네트워크 체제에 포함되지 않고 100% 자체 편성을 하는 독립 지역민방이다. OBS의 개국은 ‘공익적 민영방송’의 출범을 요구하며 정파 후 3년간 투쟁을 벌여온 구 iTV 희망조합원들의 염원이 담긴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OBS의 지난 1년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광고매출 악화에 따른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고, 임금·단체협상 난항으로 내홍을 겪기도 했다. 계속된 경영난에 최근 들어 인력 감축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OBS는 개국 1년만에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 경기 부천 오정동 사옥. ⓒOBS

▲광고매출 악화에 따른 경영난=올 11월 까지 OBS가 광고로 벌어들인 수입은 79억여원. OBS는 당초 한 달 50억여원의 광고수입을 기대했으나, 줄곧 월 10억원에도 못 미치는 광고수익을 냈다. 광고 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큰 민영방송사에게는 치명적인 일이었다.

사업계획 수정도 불가피했다. 9월 들어서는 제작비 또한 상당부분 축소돼 일부 프로그램이 폐지되고 재방송 위주의 편성이 늘었다. 노사 양측이 잠정 합의한 임금·단체 협상도 영향을 받았다. 상반기 결산 후 이사회 의장 등 일부 이사들이 임금 인상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임단협은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조정 결렬을 거치며 현재 표류 상태이고, 사측이 조정안을 거부하면서 노조는 합법적인 쟁의권을 갖게 됐다.

OBS는 결국 올해 41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자본금 1400억원 가운데 900억을 지출해 500억원이 남아있는 상태다. 광고 수입에 획기적인 변화가 없는 이상 OBS는 내년 자본금 잠식이나 증자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 OBS 개국 1주년 기념 학술 세미나가 지난 19일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열렸다. ⓒOBS

▲“공정 경쟁할 조건 필요”=OBS의 저조한 광고 수익에 대해 언론학자들은 “후발주자인 OBS가 자생력을 갖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줘야 한다”며 방송통신위원회의 역외재송신 승인 보류와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의 영업 방식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한국방송학회가 지난 19일 주최한 OBS 개국 1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강명현 한림대 교수는 OBS 활성화를 위해 역외재송신을 통한 시장규모의 확대, 광고 단가의 합리적 조정과 같은 법과 제도적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04년 구 방송위원회는 ‘자체편성 50% 이상인 지역방송은 수도권 지역부터 케이블을 통한 역외재송신을 허용한다’는 기준을 마련했고, 같은해 12월 OBS가 개국하자 서울지역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에게 일괄적으로 재송신을 승인했다.

하지만 방통위 출범 후 OBS의 역외재송신을 신청한 수도권 최대 MSO(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 C&M은 5개월 이상 승인이 지연되자 스스로 신청을 철회했고, 이 때문에 OBS의 역외재송신 문제가 불거졌다. 방통위는 결국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역외재송신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로 인해 SO를 통해 서울 전역 역외재송신을 노리던 OBS의 계획은 사실상 불투명해졌다.

강명현 교수는 “OBS는 광고 의존도가 높은 지역 독립방송사이지만 허가 권역이 인천과 경기도로 국한돼 있기 때문에 역외재송신과 같은 별도의 정책적 배려가 없는 한 시장규모를 늘릴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방통위가 역외재송신을 허용해 광고 시장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은 가장 효율적이고 실현가능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또 케이블을 통해 재전송되는 지역의 시청자수가 반영되지 않는 현재 광고 단가 책정 방법에 문제를 제기했다. OBS가 SO를 통해 서울 일부 지역에 역외 재전송되고 있는 만큼 이 또한 시청자 규모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청인구 등을 반영한 현재 광고 단가는 OBS의 SA급 프로그램이 100만원이며, SBS는 1300만원에 달한다.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은 “역외재송신 문제를 미룬 것은 전형적인 방통위의 직무유기”라며 “(구 방송위원회가 허가한 재송신 문제를) 보류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실장은 또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의 광고 판매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현재 OBS의 광고판매는 영업 4국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신생매체인 OBS가 KBS, MBC, SBS와 동등한 입장이라고 생각해 독자적으로 4국에 할당한 것이냐”며 다른 영업국의 광고이익을 할당하는 방식 등을 제안했다.

▲허가추천조건 이행 ‘미흡’=OBS 창립에 참여했던 경인지역새방송창사준비위원회(이하 창준위)는 지난 11월 “OBS는 시·도민주 공모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발기금을 발기인들에게 돌려주기로 결정했다. 창준위는 이와 함께 OBS와 맺은 ‘시·도민주 공모에 관한 업무 제휴’를 해지하고 OBS에 대한 지지도 철회했다. 시·도민주 공모를 위해 지역민 7825명이 내놓은 기금은 약 10억원에 이른다.

구 방송위원회는 OBS의 허가추천 조건으로 시·도민주 100억 공모를 포함시켰다. 하지만 OBS측은 그동안 ‘경영 악화’를 이유로 시·도민주 공모를 미뤄왔다. 박종수 수원대 교수는 “2010년 방통위의 재허가 심사에서 허가추천 당시의 조건 이행 여부는 중요한 심사기준”이라며 “자본 감시·견제를 위해 마련된 시·도민주 공모가 무산된 것은 OBS의 다음 재허가 추천 심사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허가추천 조건인 ‘소유와 경영 분리’도 문제로 지적될 소지가 있다. OBS는 개국 초기 공모 사장 위에 회장, 부회장이 있는 이른바 ‘옥상옥 구조’였다. 이를 통해 대주주가 경영에 간섭할 수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고, OBS는 지난 8월 회장, 부회장을 공석으로 둔 사장중심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하지만 임단협 최종서명을 앞두고 회사측이 새롭게 제시한 협상안이 최대주주가 노무법인의 자문을 받아 만든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노조는 “소유와 경영 분리원칙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이밖에도 OBS는 2009년 10월까지 인천지역에 신사옥을 건립하고 이전하는 조건으로 허가추천을 받았지만 이 또한 불투명한 상황이다. OBS 관계자는 “지금부터 부지 매입을 서둘러도 기한을 맞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OBS <최진실의 진실과 구라>, <박준형의 하이! 스쿨>, <박경림의 살림의 여왕>, <주철환·김미화의 문화전쟁>(왼쪽 위에서 시계방향) ⓒOBS

▲리얼리티·지역성 강화 변신중=개국한 지 1년이 됐지만 OBS하면 바로 떠오르는 프로그램이 없다. 이른바 ‘킬러 콘텐츠’는 없다는 평가다. 개국 초기 OBS는 많은 제작비를 투입해 개국 초기 최진실, 박명수, 박경림 등 스타들을 내세운 ‘5인5색쇼’ 등을 선보이며 방송사를 알리는데 치중했다. 하지만 KBS, MBC, SBS 등 메이저 방송사와 차별화 전략에 성공하지 못했고, 역외재전송 문제도 해결되지 않아 실제로 OBS를 본 시청자는 많지 않았다. 편성팀 관계자는 “아직도 OBS가 지상파 방송인지 PP(채널사업자)인지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고유한 스테이션 브랜드는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내년에는 ‘OBS만의 색깔 찾기’를 목표로 ‘체질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경영악화에 따른 제작비 축소도 원인이 됐다. OBS는 상반기를 넘기며 광고매출이 기대치를 훨씬 밑돌자 제작비를 줄일 수밖에 없었고, 9월 이후에는 개국 초기 방송됐던 프로그램의 재방송을 내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제작국의 한 CP(책임PD)는 “올 초에는 광고수익에 대한 전망이 낙관적이었기 때문에 스타를 내세운 프로그램들을 선보이며 많은 제작비를 쏟아 부었지만 하반기 제작비는 당초 계획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OBS는 저예산으로 OBS만의 특징을 살릴 수 있는 프로그램 준비에 한창이다. 제작국의 한 팀장은 “그동안 개국 초기의 시행착오를 겪었고, 올 하반기는 체질개선을 위한 ‘숨고르기’ 단계였다고 생각한다”며 “OBS의 전신인 iTV가 강세를 보였던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강화, 지역기반 프로그램 활성화에 힘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OBS 뉴스 또한 경인지역의 정체성을 찾기 어렵고, 주요 방송사들과 차별화에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보도국 관계자는 “지역 내 의제 설정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시청자들의 피드백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보도국은 지난 11월부터 지역 뉴스의 비중을 늘리는 등 지역성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보도국의 한 팀장은 “경인지역의 영향력 있는 매체가 되겠다는 단계적 목표를 설정하고 지역성 강화에 초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 사업계획 필요=최근 사측이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제작국의 한 PD은 “인원감축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계획도 없이 당장 인건비를 줄여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식의 접근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개국 첫 해 OBS가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은 방통위의 역외재송신 보류나 코바코의 광고판매 부진 등 외부환경의 영향 탓도 있었지만, 경영진의 장기적 사업계획 수립 등 경영능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제작국의 다른 PD는 “역외재송신 문제나 광고판매에 대해 경영진이 방통위나 코바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며 “사원들에게 경영 악화에 따른 희생만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수익사업 다각화 등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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