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원감축 막지 못하면 사퇴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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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원감축 막지 못하면 사퇴하겠다”
[인터뷰] 주철환 OBS 사장
  • 김도영 기자
  • 승인 2008.12.24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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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환 OBS 사장은 매달 한 번씩 ‘사원과의 대화’를 갖는다. 지난 22일 제17차 사원과의 대화에 참석한 주 사장은 구조조정설로 흉흉한 사내 분위기를 고려한 듯 한 시간동안 허심탄회하게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사원들과 대화를 마친 주철환 사장은 한결 가벼운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 주철환 OBS 사장 ⓒPD저널
- 개국 1주년을 앞두고 인원 감축 등 구조조정설로 직원들이 술렁이고 있다.
“인원 감축을 통한 구조조정은 절대 반대한다. 온정주의 때문이 아니다. OBS는 잉여 노동력이 없는 회사다. 물론 필요한 인물이 적재적소에 있느냐는 검토해 볼 수 있지만 적어도 남는 인력은 없다. 이사회에도 인력 감축을 강행하면 사퇴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리해고 대상자 명단이 확정되려면 사장의 최종 결재가 필요하다. 이사회와 주주들이 계속 인원 감축을 밀어붙인다면 ‘오너십’과 ‘리더십’이 충돌할 때가 올 것이다.“

- 하지만 사퇴는 무책임한 선택으로 비쳐질 수 있는데.
“그게 딜레마다. 직원들에게는 생존권이 달린 문제다. 그만큼 최후까지 인원감축을 피하기 위한 대안 마련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사회에 먼저 ‘인원감축을 하게 되면 사퇴할 것’이라는 카드를 던졌다. 이사회도 이 문제를 고민 중이고, 대반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인력감축은 피해야한다. 고통분담 차원에서 소수 사원이 해고된다면 남아있는 사람들도 불안감 때문에 생산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노조나 사원들도 적극적으로 대안을 제시하며 문제에 접근해 주길 바란다.”

- 출범 첫해부터 구조조정까지 고려하게 된 것은 광고매출 악화에 따른 경영난 때문이다.
“불공정한 경쟁이었다. 역외재전송이 안 된 탓이 크다. 서울 전역으로 역외재전송만 됐어도 사정은 달라졌을 것이다. 현재 서울 지역 45%만 케이블을 통해 OBS를 시청할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구 방송위원회가 허가해준 서울지역 역외재송신 승인을 보류하고 있다. 지난주에도 서울 영등포, 여의도 지역 SO(유선방송사업자) 씨앤비가 신청한 역외재송신을 방통위가 허락하지 않았다. 역외재송신 문제가 해결됐다면 시청인구가 늘고 광고 매출도 증가했을 것이다. 코바코(한국방송광고공사) 광고 영업도 마찬가지다. 신생 방송사를 영업 4국에 편성해 KBS, MBC, SBS와 똑같이 독자적으로 영업하라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 지난 1년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지역방송이 출범해 정착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광고 매출 저조도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올해의 경우 예상치와 실제 매출액의 차이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컸다. 역외재송신 등 제도적 문제를 해결해 공정한 조건에서 경쟁한다면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독립 민영방송은 방송의 다양성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처음부터 전국 방송을 목표로 할 수는 없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OBS를 시청하고, 타 지역의 시청자들까지 우리 방송을 보고 싶어 한다면 자연스럽게 전국방송이 되지 않겠나. 그 전까지 가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내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 OBS 사장으로 1년 6개월을 보냈고 개국 1주년을 앞둔 소감은.
“취임사에서 강조한 네 가지 키워드가 생각난다. 이 가운데 소통(Communication)과 인간미(Humanity)는 대성공이었지만 창의성(Creativity)은 약간 성공, 조화(Harmony)는 미흡했다. 물론 직원들과는 조화를 이뤘지만 이사회나 방통위, 코바코 등과의 조화는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신 경영은 정치, 경제 상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지금 OBS에는 정치력을 가진 CEO(최고경영자)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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