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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19일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창립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공영방송, 공민영방송, 또는 민영방송 등 여러 가지로 일컬어지고 있는 MBC의 정명(正名)은 과연 무엇인가. 이 자리가 축하의 말보다 오늘의 현실을 다시 돌아보는 냉엄한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MBC가 지난 1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 국민의식 속에 무엇을 심어주었는지 돌아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생일잔치상에 재를 뿌린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방문진은 20년 전 여야 합의로 특별법이 제정되어 탄생한 MBC의 대주주다. 돌이켜 보면 1987년 6월 항쟁으로 직선제가 쟁취되었으나 양김씨의 분열로 민주세력은 정권 획득에 실패했다. 그러나 민심은 여소야대의 국회를 만들어주었다. 이 국회가 MBC를 권력의 품이 아닌 공영방송으로 두어야 한다는 시대적인 요청에 부응해 만든 체제가 바로 방문진인 것이다. 최위원장은 바로 이 방문진에 저주를 퍼부었다.

이 정권은 KBS, MBC 등 공영방송을 눈엣가시로 여겨 어떻게든 기존의 시스템을 붕괴시키려 하고 있다. 그것이 KBS의 사장 갈아끼우기로 드러났고 지금의 7대 미디어악법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도가 뜻대로 달성될 것인지는 두고볼 일이다. 그러나 적어도 남의 생일잔치에 악담을 들이대는 것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예의의 문제다. 현 정권 실세의 멘탈리티가 고작 이 정도인가.

이날 국회의장, 국회 문방위 위원장이 먼저 축사를 했다. 이들은 의례적인 수준의 덕담을 했다. 나중에 등장한 최시중 위원장이 오만한 발언을 한 것은 현 정권의 권력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 권력 메카니즘이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극명히 보여주었다. 이 나라에는 법치도 민주주의도 없고 오로지 대통령을 에워싼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다. 그가 말한 ‘정명’은 정명(政命) 즉 '정권의 명령’이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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