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바퀴를 되돌리려는 권력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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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인권]

지난 가을 (사)언론인권센터는 광주에 첫 지부를 설립했습니다. ‘언론인권광주센터’의 창립식과 기념 세미나에 참여하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광주는 우리 역사에서 가장 큰 언론피해를 당했던 곳입니다. 평범한 시민들이 어느 날 갑자기 무장한 군인들의 총에 무고하게 부모형제를 잃었어도 자신들이 당하는 억울함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못하고 철저히 소외되었던 일차적 언론피해의 지역이었지요.

가족을 위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폭력에 저항했던 부모형제들을 빨갱이라고, 폭도라고 왜곡하는 언론에 의해 이차적 언론피해를 당했던 아픔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역사의 땅이 광주입니다. 그들이 당한 숨 막히는 고통 앞에서 왜 제대로 알려주지 않느냐고, 왜 자신들에 대해 왜곡보도 하냐고 언론을 향해 목청조차 높이지 못했던 일을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사람들이 그곳에 살고 있습니다.

이제 그 소외와 왜곡의 상처를 넘어, 개별 언론에 의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열악한 지역 언론의 현실을 공유하고 적극대처 하자는 결의를 다지는 시민들이 모여 ‘언론인권광주센터’를 설립한 것입니다.

돌아오는 길 망월동 묘역에 가서 교복차림으로 역사의 주인공이 되어있는 앳된 얼굴의 묘지 주인들에게 말을 걸어 그들이 소망했던 민주주의를 위해,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위해 마음과 시간을 내어 함께 하는 분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하며 가볍지 않은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사)언론인권센터는 언론으로부터 피해를 당한 힘없는 시민들을 돕는 일을 합니다. 시민의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권력화 되어있는 언론과 만나는 일이 주 업무인 셈이니 언론인의 입장에서 보면 참 불편한 일을 하는 단체입니다.

그런데 2008년이 저무는 지금, 오히려 정치와 경제 권력으로부터 언론을 지키는 일에 힘을 보태고 마음을 더 써야하는 시점에 와 있음을 느낍니다.
 
언론이 정권의 눈치를 보는 사이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당하지 않도록, 사회적 약자들이 정책적으로 소외당하지 않는지 감시하는 일을 소홀하지 않도록, 언론이 바른 길을 갈 수 있게 힘을 주고 도와주어야 할 책임을 모두가 나눠져야 하기 때입니다.

▲ 최성주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

마치 고장 난 버스처럼 민주적 절차도, 대화도 무시한 채, 바른 말을 하는 구성원들을 밀쳐내면서, 역사의 바퀴를 되돌리며 달려가고 있는 권력 앞에서 추워진 날씨만큼 국민들의 마음이 얼어붙고 있습니다. 정권의 유한함을 알려주는 몫도, 역사는 모든 것을 기록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몫도 언론에 있음을 생각하며 그 무한한 책임에 감사와 격려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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