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TV는 ‘산적소굴’로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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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TV는 ‘산적소굴’로 시끌
  • 북경=이재민 통신원
  • 승인 2008.12.3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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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국을 가장 뜨겁게 달구었던 유행어는 ‘산자이’였다. 원래 ‘산적 소굴’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이 단어는 ‘복제품’, ‘비주류’라는 뜻으로 확대 해석되다가 최근에는 ‘풀뿌리’라는 의미까지 가지게 되었다. 이 단어는 중국 광둥성의 휴대전화 제조업체로부터 시작이 된 것으로 당시에는 유명 브랜드 단말기와 극히 유사한 디자인과 기능을 가진 제품이 시장에서 1/3~1/4 가격으로 판매되면서 시작됐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사용한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어차피 유명 브랜드 제품을 사도 A/S가 완전히 보장되는 못하는 바에, 차라리 값싼 제품을 구입해서 고장 나면 버린다는 개념이었다.

▲ 중국에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산자이 스타’

그 후 이 단어는 영역을 뛰어넘어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시작, 이제는 사회 전체를 뒤덮는 단어가 됐다. 신화사는 올해의 단어 16개 중의 하나로 이를 삽입했고, 30분 분량의 CCTV 저녁 뉴스에서도 2분의 시간을 할애해 소개할 만큼 중요한 내용으로 다뤄졌다.

최근에 뜨거운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산자이 설날 특집쇼’다. ‘산자이 설날 특집쇼’는 중앙방송국인 CCTV에서 음력 섣달 그믐 밤에 하는 ‘설날 특집쇼’를 모방해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왜 이것이 이슈화 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특수한 문화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중국인들에게 음력 설은 1년 중 그 어떤 명절과도 비교될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 그믐날 밤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가족들이 모여 앉아 만두를 빚어먹고 CCTV에서 방영하는 특집쇼를 시청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밤 12시에 정각을 알리는 약 30초간의 광고가 우리 돈 9000만원에 팔려나갈 정도고, 쇼를 제작하는 PD에게는 보디가드까지 붙어 다닐 정도다.

이처럼 위풍당당한 특집쇼에 ‘산자이’가 도전장을 낸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사람은 자신의 직업을 ‘컴퓨터 만지기’라고 밝힌 올해 36세의 남성 스멍치 씨. 그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이용해 대중들로부터 출연신청을 받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쇼에 도전할 수 있다는 타이틀을 걸었다. 물론 유명스타의 외모를 닮은 각종 ‘산자이 스타’의 출연도 기대되고 있다.

처음에는 잠깐 동안의 우스갯소리로 받아들여졌으나 이미 1000여개의 아이템이 신청됐고, 최고령 72세 노인에서 최연소 5세 어린이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개성 넘치는 아이템을 내걸었다. 점점 규모는 확대돼 갔고, 최근에는 꾸이저우 TV에서 ‘산자이 특집쇼’를 전국에 생중계하겠다는 공개제안을 하면서 관심은 점차 달아오르고 있다.

‘산자이 특집쇼’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을 놓고 수많은 문화 평론가들은 물론이고 대중들조차 놀라움을 표현하고 있다. 사실상 이는 그 동안 무소불위의 CCTV가 방영했던 설날 특집쇼에 대한 반감의 표현이며, 더 나아가서는 ‘알아서 먹어주는’ 잘 짜인 문화 콘텐츠에 대한 식상함이 표출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혁명문화의 일률적인 교육의 세례를 받는 것에 익숙해 졌던 중국인들은 개혁개방 30년 동안 자본주의의 법칙에 의해 만들어지는 중국판 라스베가스 쇼에 찬탄의 갈채를 보내왔다.

▲ 북경=이재민 통신원/ 게오나투렌 중국투자자문 이사, 북경대 박사

하지만 이제는 누군가 권위 있는 대형 제작자가 꾸며놓은 화려하기만 한 파티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아마추어가 만들어낸 쇼 프로그램은 초등학교 학예회에 불과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지만, 일간지에는 ‘CCTV, 떨고 있는가?’라는 기사가 실리는 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설날, 중국인들에게는 ‘산자이’가 가져다 준 또 하나의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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