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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닷컴] 김순규 목포MBC PD

전세계에 불어 닥친 경기침체의 한파에서 자유로운 곳은 아무 곳도 없다. 방송도 예외일 수 없다. 다만 침체에 대한 체감지수는 조금 다를 뿐이다. 각 방송사의 경영악화에 따른 대처방법도 대개가 비슷한 처방전을 갖추고 있다. 경비절감, 명예퇴직을 비롯한 인력구조조정, 그리고 빈자리는 비정규직 아웃소싱으로 대처하는 방법이다.

“어 이렇게 하다간 노조위원장도 아웃소싱하지 뭐”

아웃소싱도 이제는 경계가 없어졌다. 예전에는 시설운영관리나 제작스텝에 국한되었던 분야가 이제는 방송송출 분야를 포함해 카메라기자, 프로듀서까지 그 폭이 광범위해졌다. 항간에는 “어 이렇게 하다간 노조위원장도 아웃소싱하지 뭐” 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그리고  “갑은 을(아웃소싱노조위원장)에게 노사협상 한 건당 OOO원을 지급하고, 단체협상을 원만히 타결했을 때 OOO원의 특별수당을 지급한다” 뭐 이런 식의 계약서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지 않은가? 물론 웃자고 한 소리다.

▲ 지난달 30일 전국언론노조 총파업 2차 결의대회에는 4000여명의 조합원이 모여 '언론장악 저지'를 외쳤다. ⓒPD저널
인류역사에서 가장 아웃소싱이 활발했던 분야는 아무래도 전쟁일 것이다. 용감무쌍했다는 스위스용병을 비롯해 군비를 대주고 이이제이전략을 구사한 중국황제들의 전략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많은 전쟁사에는 아웃소싱이 등장한다. 순전히 절대 권력자의 이익과 몸뚱아리는 있지만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의 마지막 선택이 교묘히 결합된 구조이다. 지금의 아웃소싱은 국제분업구조에서 네트워크나 생산비절감차원에서 이야기된 것이 광범위하게 퍼진 것인데,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철저한 경제논리를 중심으로 모든 것을 풀어가려는 경향이다. 그리고 신자유주의는 아웃소싱의 전지구적 망령을 경영기법을 넘어 사상적 실체로까지 완성해 가고 있다. 

그런데 이쯤해서 우리 스스로가 되짚어 봐야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지상파방송과 관련된  아웃소싱 경향이다. 지상파방송은 사회구조적으로 전파라는 한정된 공공재를 이용하고 언론이라는 공적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이다. 하지만 재정과 운영은 (시청료를 받는 KBS1은 제외) 국민의 세금이 아니라 시장을 통해 운영한다. 다시 말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전국민에게 공짜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책임 있는 노력과 함께 시장에서 경쟁력도 갖춰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제작과정에 일정한 아웃소싱은 필요하지만, 방송의 내용을 책임지는 부분, 특히 오랜 경험적 성과물로 만들어져가는 휴먼웨어까지 모든 것을 아웃소싱한다는 생각에 이르다면 이것은 지상파 스스로의 역할과 책임을 버리는 것이다.

▲ 김순규 목포MBC PD
최근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공동 기획한 방송관계 7대 악법을 저지하기위해 방송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나섰다. 필자 또한 새벽 댓바람부터 목포에서 여의도까지 올라가 살인적 추위에도 불구하고 목이 터져라 외쳤다. 그러면서 1인사주가 지배하는 사영화 된 공중파방송이 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아마 아웃소싱이 난무할 것이다. 그것도 경제 살리기라는 허울 속에  악법을 통과시켜 왔듯이 경영이라는 미명하에 방송내용이 입맛에 맞지 않으면 마음껏 아웃소싱 할 것이라는 것….

서울, 지역 할 것 없이 아웃소싱에 대해 우리 스스로 생각해 봐야한다. 그리고 아웃소싱이 경비절감차원이라면 차라리 봉급을 좀 덜 받더라도 지킬 것은 지키는 것이 지금 이 시기에 더욱 필요하다고 본다. ‘아웃소싱에 대한 한번 더 생각해 봅시다’ 이것이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언론노동자들이 함께 내세워야 할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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