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심의위 심의규정 9조4항, 올바르게 적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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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박경신 고려대 교수 (법학과)

YTN노조 측이 신임사장 임명자 구본홍 씨에 대해 대통령과의 특수관계를 이유로 거부를 선언한 후 사측은 무더기 해고를 하고 노측은 파업 및 농성 등으로 맞서고 있다. 이 분규와 관련된 노측의 의사표시가 소위 ‘상복’ 진행이나 ‘YTN사태 100일 … 희망의 노래’ 제하의 뉴스 등의 YTN의 보도 프로그램의 내용을 통해 표출되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심의위)가 이에 대한 개입을 하며 사태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우선 심의위는 ‘상복’진행과 ‘희망의 노래’ 방영분에 대해 방송심의규정 제9조(공정성)4항의 ‘방송은 당해 사업자 또는 그 종사자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되는 사안에 대하여 일방의 주장을 전달함으로써 시청자를 오도하여서는 아니 된다’라는 조항을 위반하는지를 검토 중에 있다고 한다.

그러나 위 조항을 잘 살펴보면 문제 방영분에는 적용이 불가능함을 알 수 있다. 이 조항의 원래 취지는 예를 들어 MBC가 새로운 케이블채널 사업을 신청하면서 신청승인의 타당성만을 보도하는 경우이다. ‘종사자’라는 문구는 방송사업자는 법인인 상황에서 실질적 이해관계자인 자연인들도 수범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실질적 정의에 부합하기 때문에 부가된 것일 뿐이다.

▲ 지난해 10월 24일 방송된 YTN 〈뉴스 오늘〉 ‘YTN 노조가 부르는 희망의 노래’의 장면. 사진제공=YTN
예를 들어 SBS의 대주주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였는데 SBS가 그에게 유리한 편파보도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문제의 보도내용은 위의 사례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여기서 논쟁의 양당사자는 하나의 방송사의 노 vs. 사이지 A방송사 vs. B방송사 또는 A방송사 종사자 vs. 외부인이 아니다.

실제로 위 조항을 적용해보려 하면 금방 적용이 불가능함을 알 수 있다. 위 조항에서 공정성은 더욱 심도 있고 섬세한 정의를 필요로 하겠지만 가장 간단하게는 논쟁의 양당사자에게 공평한 발언기회를 주는 것이다. 심의위가 지금까지 ‘공정성’을 해석해 왔던 사례들을 살펴보아도 이와 같은 해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불공정성은 논쟁의 한 당사자에게 불리하게 보도함을 말할 것이다. 그런데 위 방영분이 노측의 입장만을 대변하여 사측에 불리하다고 할지라도 심의위는 위 방영분은 사측의 승인이나 묵인 없이는 방송이 불가능하였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희망의 노래’나 ‘상복’진행 모두 부장대우까지만 노조에 속할 수 있기 때문에 편성권을 가지고 있는 부장의 승인이 없이는 방송이 불가하였고 최소한 사측은 위 방송을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사측은 데스크를 통해 위 문제 내용의 송출 여부를 최후까지 결정할 수 있었고 결국 자신의 촬영기기와 방송기기를 이용하여 송출함으로써 보도내용에 대한 종국적인 책임을 졌다. 즉 위 내용을 보도한 것은 방송사업주체인 사측이지 노측이 아니다. 그렇다면 보도가 불공정하다는 것은 논쟁의 일방의 입장은 누락되었다는 뜻일 것인데, 사측이 송출한 보도는 적어도 사측에 대해서는 불공정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위의 9조4항을 노사분규에 적용할 사례를 찾는다면 도리어 사측이 방송사업의 주체이면서도 노측과의 분쟁에 있어서 사측에게 편파적인 방송을 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90년대의 방송위원회 시절에 노사분규에 처한 MBC나 KBS의 임원이 사측의 입장을 방송을 통해 홍보하는 경우이지 지금처럼 방송사업자가 자신의 직원들이 만들어온 방송내용을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겸허하게 송출해 주는 경우는 아니다.

▲ YTN노조는 구본홍 사장이 '날치기 주총'을 통해 대표이사로 선임된 7월 18일부터 출근저지투쟁에 돌입했다. ⓒPD저널
혹자는 사측은 일선기자들과 PD들의 압박에 못 이겨 송출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할지라도 현재 방송심의제도는 기자, 프로듀서 또는 이들의 조직에 대해 심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방송사업자 즉 사측에 대해 심의를 하는 것이다. 방송심의의 결과가 구속력을 갖는 것도 사측이 그 심의대상이 되는 방송권 재허가 심의에 연계되어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므로 사측은 압박에 못 이겨서 내리게 된 송출결정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게 된다. 도리어 가장 올바른 해석은, 사측을 대변하는 데스크가 일선기자들이 준비한 내용의 공정성을 어느 정도 수긍하였기 (물론 내키지는 않았겠지만) 때문에 방송불가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이고, 방송불가 여부를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사측의 입장은 이미 반영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위와 같은 해석을 따르지 않으면 위 사안에 대해서는 심의위의 소명제도가 의미를 잃게 된다. 심의위의 징계대상은 방송사업자이지 그 종사자가 아니다. 즉 노측에 유리하고 사측에 불리한 보도라고 할지라도 그 보도를 옹호하는 소명기회를 갖는 것은 사측이지 노측이 아니다. 그렇다면 징계대상자인 사측이 징계를 피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의 보도가 ‘공정하다’라고 주장해야 하는 양심의 자유에 심히 반하는 이해상충적인 상황에 놓이게 된다. 또는 사측은 일부러 징계를 받아서 회사 전체를 ‘외부적 위기’에 처하도록 하고 그 원인을 제공한 노측을 노사협상에서 압박하려 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사측의 이해상충이나 도덕적 해이를 피하는 방법은 사측이 책임지고 방송한 보도의 내용에 대해 다시 ‘사측에 불공정한가’를 심의하는 모순된 상황 자체를 피하는 것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의위가 개입하여 ‘사측, 당신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간섭하며 사측을 제재하는 것은 여러 가지 정책적인 모순도 발생시킨다. 첫째, 사측이 노사분규 와중에도 일선제작진의 독립성을 존중하여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을 방송하도록 허용한 품위와 아량을 국가기관이 징계한 꼴이 된다. 이에 따라 사측은 앞으로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보도는 모두 송출을 거부할 명분을 갖게 되었다. 결국 분규에 임한 당사자들 사이의 타협과 존중을 국가기관이 깨뜨리고 있는 것이다. 둘째, 사측의 방송의 자유에도 심대한 침해가 된다. 국가기관이 사측에게 “사측의 입장을 반영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사전검열 중에서도 가장 극악무도한 사전검열이다. 하려는 말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보다 더 심한, 하기 싫은 말을 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더욱 심한 양심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희망의 노래’ 제작진은 사측의 입장도 취재를 하려고 하였으나 사측은 인터뷰를 거부하고 다른 방식으로도 아무런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측은 방영분이 어차피 노조에 편파적인 내용일 것이기 때문에 이에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순환논리이다. 보도에 사측의 입장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노조에 편파적으로 되는 것이지 미리 노조에 편파적이라고 단정하고 이를 이유로 사측이 입장표명을 하지 않은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 YTN 노조가 진행한 블랙투쟁 장면. 오른쪽 아나운서가 검정색 정장 옷을 입고 있다.
혹자는 위 방영분이 사측에 불공정하다는 것이 아니라 YTN노조의 파업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에게 불공정하기 때문에 심의위가 제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정성을 그렇게 확대해석하는 것은 공정성의 내용을 형해화 하는 것이다. 그와 같은 시민단체들의 입장도 포함되어야 한다면 그 시민단체들의 개입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모든 논쟁의 양당사자는 각각의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의 입장을 모두 반영하라는 것은 방송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방송사의 자사 노사분규 보도에 대한 심의위의 심의는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YTN사태에서는 심의위가 그와 같은 보도에 대해 ‘시청자 사과’라는 중징계를 내리자 방송통신위원회는 이 제재사실을 이유로 하여 재허가를 보류하고 있다. 그리고 YTN사측은 재허가보류를 근거로 노조 측을 압박하고 있다. 결국 심의위가 앞으로도 노조 측이 사측을 설득하여 자신의 입장을 방송을 통해 내보냈을 때마다 공정성의 칼날로 규제를 한다면 앞으로도 노조 측은 다른 모든 사안들에 대해 보도를 할 수 있더라도 자신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슈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결국 심의위가 방송사 노사분규 보도에 대해 심의규정 9조4항을 올바르게 적용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앞으로 언론의 독립성을 지켜내야 할 언론노조에게 중차대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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