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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인권] 김진웅(선문대학교 교수/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장)

▲ 김진웅 교수
언론인권에 대하여 정기적으로 글을 쓰게 된 입장에서 미리 다음번 글의 주제를 머리에 그려보곤 한다. 때로는 아직 낯선 ‘언론인권’에 대한 인식의 확장을 위한 글을 구상하기도 하고, 또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아주 사소한 소재를 대상으로 떠올리곤 한다. 이번에는 사실 시시콜콜한 소재를 소개하려고 준비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요즈음 언론계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는 나로 하여금 생각을 바꾸게 만들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무엇을 어떻게 써내려야 할지 답답한 마음 뿐 이라는 점이다.

현상적으로 보면 여당과 야당, 혹은 여당과 언론노조와의 갈등처럼 비춰진다. 일부 보수언론에서는 특정 방송사 혹은 노조가 파국적 상황의 책임주체라고 몰고 가고 있다. 물론 현재 상황의 원인제공은 새로운 방송질서를 구축하고자 하는 정부여당에 있다(그것이 얼마나 타당하고 정당성이 있는가의 논란은 제외하더라도).

현 상황을 첨예한 정치적 입장과는 다소 거리를 둔 언론인권적 차원에서 생각해 보자. 우선 현재의 이원론적 관점으로 양극화되어 있는 구도는 반인권적이다. 여기서는 모든 시민의 권리가 직접적으로 존중되고 보장될 여지가 많지 않다. 마치 두 사람의 권리로 모든 국민의 인권이 수렴되는 것처럼. 이와 관련 ‘독재’나 ‘집중화’ 등 소수에의 권리집중의 문제는 항상 반민주적인 것으로 경계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쩌랴. 대의적 민주제도 하에서는 늘 시민의 권리가 간접적으로만 행사될 수밖에 없으니. 언론인권의 문제도 언론정책의 향배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어떤 정책방향이 언론인권을 더 존중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무엇보다도 언론주체의 설정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즉 최대한 다수가 언론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언론시스템이 언론인권을 신장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어느 특정 집단이나 개인이 언론권을 독점적으로 점유하거나 행사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은 자명하다. 예로부터 국가권력, 정치권력, 경제권력 등으로 하여금 언론을 소유하거나 지배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것은 이와 관련된다. 이러한 이상을 제도적으로 구현코자 한 것이 공영적 언론질서이기도 하고.

▲ 지난 6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네 번째 언론노조 총파업 결의대회에는 3000여 언론노동자가 참여했다. ⓒPD저널
그러나 바람직한 공영제도는 이상적이고 추상적인 차원이고, 실제상으로 방송정책은 늘 첨예한 정치적 갈등의 대상이 되곤 한다. 우리나라는 물론 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를 어떻게 합리적, 발전적으로 승화시키느냐에 따라 선진국형 방송질서가 정립되기도 하고 그렇지 못하기도 한다.

오늘날 전형적인 공영방송질서가 잘 정립되어 있는 독일방송도 사실 수십년간 정치적 갈등을 겪으며 성장한 결과이다. 독일 공영방송의 시작은 히틀러정권의 정치적 도구화와 같은 전례를 아예 뿌리 뽑기 위해 연합국이 이식시킨 것에서 출발하였다. 그 이후 늘 보수당과 진보정당, 여당과 야당 간의 긴장관계 속에서 방송질서는 쟁점의 대상이 되곤 했다.

중요한 점은 거대한 정치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언론질서가 휘둘리지 못하도록 엄격하고 중립적인 중재기관의 역할이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즉 연방헌법재판소는 전후부터 반세기 이상동안 독일 언론질서를 중립적 관점에서 정립시켜온 장본인이다. 여기서 정파적 이해관계나, 특정 이해관계는 모두 녹아 수렴되곤 하였다.

특히 지난 1960년대 초반 연방헌법재판소가 보수여당이 기획한 상업방송의 도입시도를 차단한 사례(일명 '1차 텔레비전 판결')는 유명하다. 핵심적 논거는 방송의 자유 보장을 위해 지상파방송은 공영적 질서로 견지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판례는 독일 공영방송이 다수 국민들의 신뢰 속에 성장하여 존속토록 하는데 근간이 되어 왔다. 최근 방송갈등과 관련 우리가 되새겨 볼만한 사례이다. 특정 정파적 입장이 아닌 엄정중립의 국가적 관점에서 방송질서가 구현되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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