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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침묵을 떨치고 입을 열었다. 그녀는 최고중진회의에 모처럼 참석해 “한나라당이 국가 발전을 위하고 국민을 위한다면서 내놓은 법안들이 국민에게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어 굉장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수당으로서 국민 앞에 큰 그림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야당의 의사당 점거를 지적하는 등 양비론을 취했지만 초점은 한나라당 내부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안에 관한 언급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진 박 전 대표가 왜 이 시점에 이런 발언을 하는지 흉중을 아로새기기란 사실 쉽지 않다. 가급적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자면 그녀는 한나라당이 보인 속도전식 절차에 대해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직권상정에 대한 유감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녀의 야당 대표 시절 열린 우리당의 직권상정에 반대했던 데까지 연원이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이번 발언이 당내 견제용인지 대국민 인기용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시기가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이 박 전 대표는 차기 대선의 유력 주자다. 연초부터 나오는 때이른 여론조사에서 그녀는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 정도라면 아니 무릇 정치적 지도자라면 현안에 대해 견해를 피력하고 국민들로부터 검증을 받아야 한다.

박 전 대표의 발언 이후 한나라당에 내홍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심한 일이다. 한나라당은 일사불란한 군대조직인가. 이만한 당내 민주주의나 토론문화도 존립할 수 없단 말인가. 하기야 이 당의 의원들은 법안을 보지도 않고 서명을 할 정도니 더 할 말이 없다. 박근혜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이런 논의구조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녀의 진정성은 미구에 닥칠 법안 의결시에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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