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와 우리안의 ‘학력숭배’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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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리는 ‘학력숭배’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

미네르바로 추정되는 인물이 체포된 것을 전하는 언론 보도에서 주목을 끌었던 게 있다. 그가 △현재 특별한 직업이 없고 △공업고등학교를 거쳐 전문대를 나왔다는 점이다. 오늘자(9일) 중앙일보가 특히 이 부분을 주목해서 보도했는데 묘한 감정을 느꼈다. 우리 사회가 ‘무직’과 ‘공고출신 전문대졸업자’에게 갖고 있는 편견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검찰과 보수신문의 의도를 짚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인터넷 경제대통령? 그래봤자 무직이고 공고출신 전문대졸업 밖에 더 되냐.” 이걸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인터넷 논객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까지 덧씌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루 종일 놀면서 인터넷이나 하는 사람들이라는 바로 그 이미지 말이다.

▲ 중앙일보 1월9일자 3면.
불편했던 미네르바 진위논란

검찰 발표 직후 미네르바에 대한 진위논란이 제기됐을 때 솔직히 좀 불편했다. 진위논란이라 …. 물론 아직은 추정되는 인물일 뿐이고 검찰 발표내용을 전적으로 믿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런 차원의 진위논란이라면 충분히 수긍이 간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이런 저런 글들을 보면서 느꼈던 건, 조금 달랐다. 가령 이런 것이다. 외국에서 석․박사 정도는 받고 외국 금융 기관에서 근무한 전문직 종사자 정도는 될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거 가짜 아닐까. 뭐 이런 느낌을 받았다고나 할까. 그래서 미네르바를 둘러싼 진위논란을 지켜보면서 혹 저변에 우리도 모르는 ‘학력숭배’에 대한 부분이 있는 건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좀 불편했다.

지금 많은 네티즌들이 보수신문과 검찰을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냉정히 생각해보자. 우리 자신들도 어쩌면 미네르바라는 인물에 환상(?) 비슷한 걸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무직’ ‘전문대졸’이라는 미네르바의 경력에 내심 스스로 실망(?)을 한 건 아니었을까. 한편으로 진위논란에 기대(?)를 걸면서 진짜(?) 미네르바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런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사실 개인적으로 미네르바의 실체 논란에는 관심이 없다. 인터넷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한 행위를 가지고 긴급 체포까지 되는 작금의 상황이 좀 어이없을 뿐. 하지만 미네르바를 둘러싼 논란을 지켜보면서 아직도 우리 사회에 학력숭배가 강고히 자리잡고 있음을 느낀다. 미네르바에 대한 미디어의 엄청난 관심의 이면에도 이런 요인이 있는 건 아닐까.

만약 정말 기대했던(?) 대로 외국 금융기관에서 근무한 경력의 소유자가 미네르바로 밝혀졌다면 어땠을까. 그때도 진위논란이 불거졌을까. 그럼 언론보도는 어디에 초점을 맞췄을까. 그리고 우리 자신을 비롯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또 어땠을까. 지금까지와는 많이 다르지 않았을까.

이런 저런 고민과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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