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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인권] 김학웅 변호사 (언론인권센터 언론피해구조본부장)

▲ 김학웅 변호사 / 언론인권센터 언론피해구조본부장
김주하 아나운서와 중앙일보의 ‘밥그릇 논쟁’

최근 MBC 구성원들의 투쟁을 둘러싼 김주하 아나운서와 중앙일보 사이의 ‘밥그릇 논쟁’이 중앙일보의 판정패로 일단락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논쟁에서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밥그릇 챙기기 vs 방송의 공익성․공공성 사수’라는 식의 접근 방법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접근은 ‘공공성과 사익은 대립되고, 공공성은 사익을 배척함으로써만 달성될 수 있다’는 사고방식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과연 공공성은 사익과 한 하늘을 이고는 도저히 존재할 수 없는 것인가? 사익은 항상 공공성을 위해 희생되어야만 하는가? 이는 결국 공과 사에 대한 철학의 차이이다.

헤겔의 절대정신과 국가

나폴레옹의 군대가 유럽을 휩쓸던 시절, 2등 국가였던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신의 치환개념인 절대정신, 절대정신의 발현체인 국가’라는 개념을 정립하였는데, 그러한 절대정신․국가가 불완전하고 유한한 개인보다 질적으로 우월하고, 신의 영광을 위해 창조된 피조물인 인간이 국가를 위해 희생되어야 할 국민이 될 수밖에 없음은 그의 논리상 필연적이다. 더구나 패전한 2등 국가의 부국강병을 달성해야 하는 당시의 상황에서야 더 말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국가로 표상되는 public은 목적적 존재로, private는 수단적 존재로 관념되었고, 그의 논리는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이라는 그의 이름만큼이나 길게 역사에 짙은 그림자를 남기며 메이지 천황의 교육칙어를 거쳐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는 박정희 대통령의 국민교육헌장을 통해 세기를 넘어 이 땅을 배회하고 있는 것이다.

▲ MBC 노조와 인터뷰하고 있는 김주하 앵커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
헌법 제10조와 양문석 박사의 촌철살인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위해 태어났나? 우리는 부모의 사랑과 쾌락의 산물이고, 본능적으로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이기에 국가를 조직하는 규범인 헌법(Verfassung)은 제10조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함으로써 국민 개개인의 존엄과 가치, 행복이야말로 국가가 추구해야 할 목적임을 밝히고 있는 것이고, 개인의 행복의 압축적 표현이 바로 밥그릇인 것이다!

그래서 양문석 박사가 MBC 파업 현장에서 한 “일부에서 말하듯 이번 파업을 밥그릇 싸움이라고 얘기하라, 여러분의 밥그릇이 깨지면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정보, 오락, 여가가 깨지는 것이다, 교육, 건강, 여가, 오락에 있어 핵심적 완충지대로서 여러분의 존재 자체가 공익이다”라는 말은 촌철살인이 되는 것이고, 공공성이 사익과 병존하거나 사익의 추구를 통해 달성될 수 있음은 ‘고용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로 경제 위기를 극복하겠다’라는 2MB의 경제 정책이 ‘밥그릇 숫자를 늘려서 파이를 키우겠다’는 말로 치환될 수 있음에서도 알 수 있는 것이다. 

▲ 지난 6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네 번째 언론노조 총파업 결의대회에는 3000여 언론노동자가 참여했다. ⓒPD저널
마봉춘, 밥그릇을 위해 싸워라! 그러나 국민을 우롱하지는 마라!

마봉춘, 그대들의 싸움이 밥그릇을 위한 것이라도 괜찮다. 다만 그대들의 밥그릇을 위해 방송의 공공성을 방패로 이용하지 말고 밥그릇을 통해, 밥그릇과 함께 방송의 공공성도 도모해라. 그리하여 연기대상에서 공동대상이나 주는 그런 작태(듣기 거북살스러운가? 스스로의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 그대가 김명민 뿐 아니라 송승헌 에게도 연기대상을 안겨준 이유를. 그럼에도 듣기 거북살스럽다면 방송의 공공성이란 얘기는 더 이상 하지  말고 그냥 밥그릇을 위한 싸움이라고 이야기해라)는 공공성과 상관없다는 식의 논리(http://ooljiana.tistory.com/295)에서 벗어나 국민들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라. 그게 그대들이 이야기하는 방송의 공공성으로 가는 첫 발걸음이 될 것이고, 만일 그렇지 않다면 그대들은 2MB보다 더 무서운, 그대들이 주인으로 섬겨야 할 국민들을 적으로 만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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