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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최경진 대구가톨릭대 교수

국내외 경제 동향과 전망을 전문가 수준 이상으로 예측 진단하고 나름대로 해법마저 제안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인터넷 공간상의 한 논객이 전격 체포되면서 그 구속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연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사회적 혼란 야기와 경제적 악영향 파급이 그를 처벌해야한다는 측의 주장인 반면, 표현의 자유에 대한 통제이자 지나친 법적 잣대로 인권마저 유린당하고 있다는 것이 그 반론이다.

일명 미네르바라고 불리는 그 인터넷 논객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구속 결정은 기실 그동안 인터넷 공간에서 일어났던 크고 작은 문제나 폐해에 대한 국가 공권력의 본격적인 통제 성격을 띠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미디어와 인터넷을 장악해 언론권력을 손아귀에 넣으려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속내와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와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 중앙일보 1월9일자 3면

때마침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려는 7대 악법 중의 하나가 인터넷 관련 법안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어쩌면 이번 사건은 그들에게 그동안 기회를 별러오던 중 소위 ‘시범 케이스’로 걸려든 ‘정치적 호재’일지도 모른다. 특정 포털사이트에 대한 ‘평정론’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한나라당 모 국회의원처럼 그 야욕이 더욱 구체화되고 현실화되는 듯 하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미네르바에 대한 구속이 매우 정치적인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미네르바에 대한 구속을 정당하다고 보는 측은 ‘자유에 따른 책임론’과 함께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으면서 최근 정부 여당이 내놓은 인터넷 관련 미디어 법안의 타당함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미네르바에 대한 구속을 매우 정치적인 계산이 깔린 처사라며 표현의 자유를 통제하여 정부 비판적 여론을 잠재우려는 반민주적 행위로 규정짓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한국사회의 민주주의가 오히려 후퇴되었다고 믿는 여론이 우세하게 나타나는 씁쓰름한 결과가 나왔다. 민주주의가 후퇴되었다는 주장은 수입쇠고기 파동을 둘러싼 성난 민심과 촛불시위에 대한 강압적 제지를 비롯해 특정 방송의 비판적 프로그램에 대한 집요한 탄압 그리고 최근 미디어 관련 7대 악법을 밀어붙이려 했던 정부 여당의 처사와 특히 이번 미네르바 구속을 통해서도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미네르바에 대한 구속 사유가 허위사실 유포라는 주장도 엄밀히 따지자면 사실관계에 문제가 있다. 외환매수 자제를 위한 정부당국의 은행권에 대한 접촉이 협조차원이든 지시차원이든 양자 간의 긴밀한 협의가 분명히 있었다고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는 것이다. 미네르바의 글에 문구상 불명확함이 있기는 해도 그 글 내용의 배경이 전혀 근거 없는 허위가 아니라는 점에서 미네르바에 대해 들이댄 강경한 법적 잣대는 지나침이 없지 않다.

미디어 7대 악법 강행을 저지했던 야권은 이번 미네르바 구속을 두고 법치국가에서 백주대낮에 벌어진 반민주적 행위라고 규정짓고 위헌법률심사 신청도 했다. 충분한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미디어 관련 법안들을 밀어붙이려 했던 정부 여당의 ‘속도전’을 어느덧 검찰과 법원이 따라 배운 것은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마저 든다.

▲ 최경진 교수
미네르바 구속 사건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비단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만은 아니다.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포함한 일부 의원들조차 미네르바에 대한 구속은 지나친 처사라면서 문제제기를 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같은 소속당의 주장들에 반론까지 펴면서 비판했겠는가.

옛날부터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다. 이제 세상이 많이 바뀌어 넷심(net心)이 곧 천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무리한 법적 잣대를 옹호하며 주장하는 ‘자유에 대한 책임’은 이번 사안의 경우 ‘훈방’ 정도일 것이다. 법정구속이라는 무리수에 박수치는 강경론자들과 현 정국의 공권력에 대한 넷심의 분노가 향후 어떻게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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