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엄기영 회장의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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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만한 엄기영 회장의 발언
[사설]
  • PD저널
  • 승인 2009.01.14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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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방송통신인 신년 하례식이 열렸다. 이는 구 방송위 시절에는 없던 행사로서 방통위 출범 이후로는 처음이다. 방송통신인들이 모여서 덕담을 나누며 방송통신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까지 마다할 이유는 없다. 다만 이런 전시성 행사를 통해 방송사 경영진들을 방통위원장 앞에 줄세우고 점호를 취하는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특히 현 방통위원장은 남의 잔치상에 가서 악담을 하는 등 예의와 금도가 없는 인사로 알려져 있어 더욱 그러하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날 엄기영 방송협회장의 인사말이다. 그는 방통융합 시대에서도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담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엄회장은 “방통융합의 상징인 IPTV가 본격 상용화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방송의 공공성과 통신의 산업성이 충돌해 불협화음이 생기고 있음”을 지적했다. 또 “융합의 흐름 속에 공익성을 어떻게 담보할지 정책입안자와 사업자, 학계 등이 서로 의견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최근 미디어법안과 관련된 문제의 핵심을 적확하게 진단했다고 본다.

물론 뒤이은 축사에서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엄회장의 발언을 부정하듯“올해는 미디어 빅뱅의 해”라고 전제하고,“방통위원장으로서 매체 간 장벽을 허물고, 낡은 규제의 틀 속에서 확보된 공정성보다 견제와 경쟁을 통해 공정성이 더욱 향상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갈등을‘새로운 성장을 위한 진통’일 뿐이라고 일축하는 등 시종 고압적인 태도로 훈시성 발언을 늘어놓았다.

이날 참석자의 대부분은 통신계 인사들이고 방송계 인사는 소수인 가운데 청와대와 국회 문방위, 방통위의 고위 관계자들이 나와 세과시를 하고 있는 양상이었다. 엄회장은 지상파를 대표하는 방송협회장으로서 거의 단기필마로 자신의 소신을 피력했다. 임시국회가 봉합되고 언론노조의 파업이 유보된 후의 시점에서, 현안에 대한 입장을 고뇌 끝에 개진한 엄회장의 차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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