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9일 박희태 대표와의 주례회동에서 주고받았다는 대화는 현 정권의 시국 인식이 얼마나 자의적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날 대통령은 “미디어 법안이 최고 일자리 창출 법안이고 미래 최대 성장 동력이다”는 등의 레토릭을 고장난 축음기처럼 반복했고, 이에 박대표는 2월 임시국회 처리를 강조하는 등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금 정부 여당이 미디어법안이 ‘경제살리기법’이라며 정치적으로 접근하지 말라고 계속해서 강조하는 것부터 제발 저리는 격이다. 이 법안으로 졸지에 일자리가 2만 6천여 개나 늘어나고, 대기업과 신문사가 한국어 뉴스를 하면 글로벌 미디어기업이 된다는 등의 신기루는 아무리 관변 연구기관을 동원해 급조된 보고서를 뿌린다고 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현 정권이 미사여구로 당위성을 강변하다 해도 이번 미디어법안이 조중동과 대기업에게는 ‘보상’을 해주고, 눈엣가시인 지상파 공영방송에는 ‘보복’을 하며, 이로써 장기 집권으로 가는 정치적 기반을 ‘보장’받으려는 ‘3보’임을 부정할 수 없다. 필경 그렇게 미디어법안을 강행해서 ‘축배’를 들면 ‘3보 1배’가 완성되는 것인가. 그러나 당신들의 오만과 독선은 처절한 ‘배신’을 당할 것이니 그것이 바로 한나라당의 진짜 ‘3보 1배’다.
이른바 TK들이 약진한 이번 검찰 인사에서 물러난 박영관 제주지검장은 퇴임사에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를 남겼다. 이는 ‘그대도 죽을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 즉 ‘모든 것은 변하니 교만하지 말고 겸손하라’는 뜻이다. 여기에는 그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정부 여당은 힘으로 밀어붙여 배반(杯盤)이 낭자한 축배를 획책하다가 스스로의 모략에 배신당하고야 말 것인가. 그 여부는 야욕을 비우고 진정 겸손하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지금 이 말이 귀에 들리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