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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언필칭 ‘KBS 출신 초대 사장’이라는 이병순 사장이 그야말로 만행을 저질렀다. MB 정권의 방송장악 시나리오에 따라 정연주 사장을 ‘적출’하고 낙하산으로 들어선 그는 그동안 보복 인사, 개혁 프로그램 폐지, 부적격 인사 중용 등을 자행하더니 있을 수 없는 망동을 감행했다.

지난해 8월 이사회의 정연주 전 사장 해임 결의와 자신의 취임에 적극 반대했던 ‘사원행동’ 소속 양승동 PD, 김현석 기자, 성재호 기자 등 3 명에 대해 16일 파면과 해고 조처를 내렸다. 선배라는 이가 후배들의 등에 칼을 꽂은 것이다. 최소한의 인간적 도의마저 팽개쳤다.

이 날은 이 정권에 의해 YTN 사장이 된 구본홍 씨가 보도국장 인사에서 사원 총의를 배신하고 전횡을 휘두른 날이기도 하다. MB 정권의 방송장악을 상징하는 두 대리인 이병순, 구본홍 양인에 의해 폭거가 자행된 이 날은 한국방송사상 최악의 날로 기록될 것이다.

공교롭게도 16일은 전 KBS 이사인 신태섭 전 동의대 교수가 학교를 상대로 낸 해임무효 확인소송에서 승소한 날이기도 하다. 비록 1심이긴 하지만 이번 승소는 이병순 체제의 정당성을 따지는 장정의 시작이다. 그런데 바로 이날 대학살이 자행된 것이다. 가증스럽다.

있을 수 없는 이 만행에 방송계는 물론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우리는 이병순 사장의 폭거를 규탄하며 PD협회, 기자협회의 제작거부를 지지한다. 사원행동 사원들의 노조 집행부 참여가 임박한 시점에서 나온 이번 사태는 연합 집행부의 전열을 와해시키려는 사측과 정권의 야합에서 왔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번 국면의 돌파를 위해 무엇보다 KBS 노동조합 집행부와 조합원들이 희생을 각오하고 공영방송 KBS와 동료 조합원을 지키기에 나서기를 당부한다. 만약 KBS 노조가 관제사장 이병순의 이번 선전포고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우리는 방송독립을 바라는 국민들이 추동하는 실질적이고 전면적인 대KBS 투쟁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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