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미니(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 http://www.pal.or.kr)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휴전 선언에 이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일주일 휴전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18일 KBS 인터넷 뉴스 ‘하마스, 1주일 휴전 발표’ (http://news.kbs.co.kr)

앞의 문장을 읽고 아마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별다른 문제를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문장에는 큰 결함이 있는데 ‘무장단체 하마스’라는 부분입니다. 2006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으로 그동안 세상에 이름이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헤즈볼라가 널려 알려졌듯이 이번 이스라엘의 가자학살 과정에서 하마스라는 조직이 매일 같이 언론의 입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언론은 헤즈볼라에게 그랬듯이 하마스 앞에 ‘무장단체’라는 수식어를 붙임으로써 하마스가 무엇을 하는, 어떤 조직인지를 미리 규정해버렸습니다.

▲ 팔레스타인을 체포하고 있는 이스라엘 군인. <사진제공=미니>
하마스가 무장을 한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하마스의 무장은 하마스를 설명하는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번 가자 학살의 역사적 뿌리가 되는 지난 2006년의 총선에서 의사와 교수 등 여러 지식인들이 하마스의 후보로 선거에 나섰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하마스를 집권당으로 선택한 이유는 하마스가 가난한 이들을 위해 교육이나 의료와 같은 사회복지 사업을 많이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장의 정도, 군사력의 사용 정도 등을 따져보자면 이스라엘 앞에 ‘강경무장세력’이라는 말이 붙어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전 어떤 언론도 테러리스트 이스라엘, 강경무장세력 이스라엘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이스라엘은 그냥 이스라엘인데 왜 하마스는 그냥 하마스일 수 없는 걸까요?

안타깝게도 양측 모두 순순히 휴전안을 받아들일 태세가 아니다. 이스라엘은 남부 이스라엘에 가공할 공격을 감행해 온 하마스의 로켓 기반시설을 초토화하겠다며 별러 왔다. (중략)하마스도 “가자지구가 이스라엘 병사들의 무덤이 될 것”이라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어느 쪽도 어린이를 포함한 죄 없는 민간인의 피해를 염려하는 기색이 아니다. (하략) -중앙일보 1월 5일 사설 ‘무고한 희생 막게 중동 총성 즉시 멈춰야’

저는 하마스가 결사항전을 외치는 것을 해석할 때 하마스의 말을 정말로 무슨 희생을 치르고라도 계속 싸우겠다는 말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이스라엘의 학살로 수 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하마스는 그동안 팔레스타인인들을 보호하려고 애써 왔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에게 줄기차게 사람·식량·석유·의약품의 이동을 가로막는 봉쇄의 해제를 요구했던 것입니다. 

지금 일단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을 선언한 상태이고, 앞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의 하마스에 대한 지지는 더욱 높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 팔레스타인인들이 자신의 생명에는 관심도 없는 하마스를 무조건적으로 지지할 거라 생각지 않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생활이나 권리가 향상될 수 있도록 힘쓰는 정당이나 조직을 지지하고 있는 겁니다.

▲ 미니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
하마스를 비롯해 지금 이스라엘과 싸우고 있는 인민전선, 알 아크사 순교자 여단, 이슬람 지하드 등은 그들이 바로 ‘팔레스타인 민간인’이고, 그 민간인들의 가족이고 친척이고 이웃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피도 눈물도 모두 버린 이들이 아니라 그들이 바로 팔레스타인인입니다. 하마스와 팔레스타인인을 분리해서 사고하려는 태도는 철저하게 외부의 시선입니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어떤 실수는 그러잖아도 삶의 큰 고통에 처해 있는 사람들의 가슴에 또 다른 상처를 남길 수도 있습니다. 언론의 책임은 그 상처에 대해 생각하는 마음을 잊지 않는 것에서 출발할 것입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