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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입시노동’ 비판하던 그가 입시학원 광고모델?

순간 잘못 본줄 알았다. 일간지를 뒤적이다 전면광고에서 ‘의외의’ 인물을 발견하고 무슨 광고일까 살펴봤다. ‘독설보다 날카로운 신해철의 입시성공 전략’이라니. ‘특목고에서 명문대까지 맞춤전략으로 승부한다’는 한 대형입시학원의 전속모델로 활약하고 있는 가수 신해철씨의 모습이 놀라웠다.

신해철이 누구인가. 그는 토론 프로그램의 단골 논객으로 출연해 각종 사회현안에 쓴소리를 늘어놓는 몇 안 되는 연예인이다. 교육문제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해 교육부의 ‘4.15 학원자율화조치’ 직후 그는 <교육희망>과의 인터뷰에서 “미래에 대해 확실한 목표나 꿈 없이 입시노동을 강요하는 것은 청소년을 노예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신해철씨가 전속모델로 활약하고 있는 한 대형학원의 일간지 광고.
신해철씨는 인터뷰에서 분명 입시위주의 교육을 반대했다. 그는 논란이 됐던 ‘24시간 학원 교습’ 조치에 대해서도 강한 부정적 입장을 나타낸바 있다. 그런 그가 ‘입시노동’의 주무대인 입시학원의 광고모델로 활약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율배반처럼 느껴졌다. 사교육 시장이야말로 ‘과열된 입시문화’에 기대어 배를 불리고 있다는 것을 신해철씨가 모를 리 없다.

같은 인터뷰에서 그는 “학교에서 자신의 꿈을 키우지 못하고 공부하는 기계로 길러지는 현실에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야 될 지 걱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러 발언을 종합해보면 신해철씨의 교육론은 아이가 주체이고, 어른들은 당사자가 원하는 것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도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사교육이라고 생각지는 않을 것이다.

얼마전 MBC <100분 토론> 400회 특집에 출연해 변함없는 입담을 자랑하던 신해철씨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는 이제 대중음악가이자 토론 프로그램의 인기 논객이다. 사회현안에 대한 신해철씨의 쓴소리가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독설만으로는 부족하다. 말과 다른 자기모순적 행동은 그의 발언을 ‘튀기 위한 쇼’처럼 보이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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