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회 프로듀서간담회 - 디지털 카메라 시대의 의미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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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술은 제작시스템과 의식의 변화를 부른다

|contsmark0|디지털 카메라 등장으로 자료축적·소재접근 용이, 보다 우수한 pd·카메라맨 요구돼소형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직접 촬영하는 pd들이 늘고 있다. 가정용 카메라에 불과하다고 여겨지던 디지털 카메라가 방송에 투입돼 제작 시스템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소위 원맨시스템의 바람이 우리 방송계에도 불어닥치는 것인가? 디지털 카메라로 프로그램을 제작한 경험이 있는 pd들과 비디오 저널리스트, 전문 기술인을 한 자리에 모아 이 새로운 제작방식의 의미와 전망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편집자 주>참석자김광필 kbs 일요스페셜 pd이강국 mbc 다큐스페셜 pd오기현 sbs 시사교양국 pd정수웅 ‘다큐서울’ 대표이종화 kbs 기술연구소안해룡 비디오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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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새로운 제작 방식의 출현
|contsmark3|이강국 : 얼마전 mbc 다큐스페셜의 신생아병동 25시 를 연출했었습니다. 6백그램 되는 미숙아들을 다룬 내용이었는데, 전 장면이 6밀리 디지털 카메라로 제작됐어요. 다시말해 기획·연출·촬영·조명·음향·편집·구성 등 프로그램 하나가 완결되는 전과정을 pd 혼자서 다할 수 있었다는 것인데, 일반적인 과정으로 제작된 프로그램과 비교해 화질이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손색이 없었습니다. 2백여만원에 불과한 디지털 카메라 하나가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 새로운 제작방식에 많은 pd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오늘 간담회는 이것이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를 경험을 통해 논의해 보는 자리가 될 것 같습니다.이종화 : 원천적으로 올라가면 모르스 부호시대가 디지털 시대의 시초지요. 지금같은 디지털로 발전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 셈입니다. 디지털 카메라가 갖는 개념은 카메라를 조작하는데서의 디지털화와, 빛을 흡수해서 전기적 신호로 바꾼후 영상신호 자체를 디지털화하는 두가지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초기에 디지털 카메라라고 하면 제어 조정 등이 디지털화됐던 것을 의미하고 현재 들어와 있는 것도 그 정도 수준입니다. 최근에는 영상자체를 디지털화해서 정보를 압축하는 vcr같은 일체형 카메라 또는 하드디스크가 내장된 뉴스개더링 카메라 형태가 나와있죠. 아직 eng쪽은 디지털화가 늦은 편이지만 스튜디오는 상당히 디지털화가 돼 있습니다.그 역사를 보면 80년 초반 디지털 제어형 카메라가 나왔다가 90년대 들어 영상자체를 디지털화하는 카메라가 개발돼 현재에 이르고 있는데 아쉬운대로 kbs위성방송의 경우는 주조, 부조, 중계차까지 모두 디지털화하고 있습니다.
|contsmark4|영상채록수단의 변화와 pd역할
|contsmark5|정수웅 : 우리방송의 경우 영상채록 수단의 변천을 살펴보면 필름의 시대는 상당히 길었습니다. eng 시대도 거의 20년 정도됐지요. 필름은 마치 붓과 같습니다. 서예하듯 하나하나 정성들여 찍고 편집할 때도 수공을 했어야 했는데 고전적이죠. 필름의 시대는 아무나 못하는 것이었어요. 훈련받고 충분히 경험 있는 사람만이 했는데 eng는 만년필과 같아서 잉크만 넣으면 글씨를 쓸 수 있는 거죠. 이제 디지털은 볼펜처럼 누구든지 쓸 수 있게 보편화가 됐습니다.김광필 : 제가 처음 디지털 카메라를 만져본게 작년 11월 지리산 현지보고 반달곰은 살아있나 를 제작하면서였습니다. 그전에 느티나무 둥지 100일의 기록 을 비디오저널리스트인 임완호 씨가 베타캄과 디지털로 찍어 가져왔는데 처음엔 우려했었습니다. pd들이 가장 신경쓰는게 화질 아닙니까. 두가지 종류의 카메라로 찍어왔으니 갑자기 화조가 바뀌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좋았습니다. 이 카메라를 한번 보고 싶다 했더니 vx-1000을 가져 오더군요. 낮시간 광선이 아주 강할 때 말고는 저녁이나 아침 등 어떤 부분에서는 베타캄보다 나았어요. vhs 8밀리 카메라가 처음 나와서 pd들이 한 두사람 사기 시작했을때 나만 따라가지 못하는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있었는데다가 소형 디지털 카메라가 의외로 화질이 좋다는 것을 경험하고 나서는 지리산 반달곰… 할 때 선뜻 나도 이번에 카메라 한 번 배워보자 해서 시작했습니다. 임완호 씨가 주로 찍었지만 저도 쓰든 안쓰든 카메라를 들고 열심히 작업을 했습니다. 촬영분 중 베타캄으로 한 것이 15%, 디지털 카메라가 85% 정도였습니다. 집에서 tv로 볼 때 문제가 있지나 않을지 걱정했는데, 오히려 어떤 부분은 해상도도 더 뛰어 ぐ 맛도 나서 놀랐습니다. 그럴즈음에 여러 pd들이 디지털 카메라로 작업한 것들이 나가는 걸 보고 어느정도 pd 개인개인에게도 가까이 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생태비상 황소개구리를 잡아라 를 제작 중인데 카메라맨의 양해하에 같이 작업하고 있습니다.
|contsmark6|미국·일본의 경험과 우리나라의 다른 점
|contsmark7|이강국 : 이렇게 pd들이 조작하기 쉬운 카메라를 들고 현장에서 직접 촬영하는 것은 또 하나의 카메라를 쓰는 것이라는 보완의 의미를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제작상 사용되는 전문영역의 카메라 역할에 대해 가볍게 본다거나 하는 것과는 전혀 관계 없다는 뜻이죠. pd들이 찍는 게 카메라맨이 찍은 것보다 결코 나을 수 없습니다. 순간 포착이나 특이한 질감을 내기 위해 보충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지요. 디지털 카메라는 제작이 간편하고 접근이 어려운 소재에 접근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는 동시에 특이 질감을 표현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는데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정수웅 : 디지털 카메라가 가져온 일련의 변화들은 카메라맨의 역할을 축소시키는게 아니라 보다 더 우수한 카메라맨을 요구합니다. 우선 카메라맨들이 훈련돼야 해요. 6밀리 사용을 위해 카메라맨과 여의도 광장에서 사흘정도 같이 훈련을 한 적이 있습니다. 무거운 카메라를 쓰다 소형 카메라를 쓰면 흔들리고 불안정한 화면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리고 pd는 전체 상황을 봐야하는데, 자신이 찍는다는게 전체 상황을 보는데 문제가 되기도 하죠. 물론 비디오저널리스트는 다른 문제지만.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측면에서 매력을 갖는 것은 사실입니다.안해룡 : 혼자 작업하는게 장단점이 다 있는데 어떤 때는 사람이 필요할 때가 있어요. 카메라맨이 찍을 때는 pd가 편집하면서 이런 그림이 찍혔구나 알 수 있지만, 직접 찍을 땐 pd가 느끼는 게 직접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전달되죠. 우리나라의 경우 vhs나 수퍼 vhs가 화질로 보면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외부 프로그램의 공급기회가 많지 않아서 기존의 방식에 익숙해 있었죠. 미국에서는 8밀리에서 하이 8로 넘어가는 과정, 지금 디지털 카메라에 비하면 덜하지만 당시로서는 혁명적이었습니다. 그 카메라로 뉴스제작하는 vni(video news international)라는 방송국이 만들어질 정도였는데 거꾸로 하이 8로 취재해 디지털로 모든 것들을 송출하는 방식이었어요. 소형 카메라가 갖는 기동성, 신속함, 항상 휴대가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주목을 받았죠. vni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제작단가, 프로그램 공급 단가를 파격적으로 낮췄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해외 제작물을요. 그래도 미국쪽은 채널이 많았으니까 이윤보장이 됐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그렇지 못합니다.일본에서도 그런 경험을 받아들여 기존의 방송사가 하기 힘든 부분의 취재들을 소형카메라로 찍어 방송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은 카메라의 효능성 때문에 혁명적 변화들이 있었고 그것은 외부에서 밀고 들어오는 식이었는데, 우리나라는 방송사 외부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적고 은밀성, 기동성 때문에 고발성 프로그램 등 오히려 방송사 내부에서 주목한 형태였습니다.김광필 : 외부에서 활성화되고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엄청난 차이가 나면 선호하게 되고 고려를 하게 되죠. 제일 위기를 느끼게 되는 건 카메라맨들일텐데 어떻게 해결할 지 고민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contsmark8|경영 측면에서의 변화 가능성
|contsmark9|오기현 :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을 방송경영측면에서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공중파방송은 방송의 특수성만 강조해 방송경영의 문제점은 등한시해왔던 것이 사실이죠. 최근 케이블 tv와 위성방송의 등장으로 본격적인 경쟁체제에 편입된 공중파방송들이 경영의 효율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이런 점에서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은 방송경영의 변혁을 가져오는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방송은 pd와 카메라맨, 엔지니어 등이 서로 침범할 수 없는 고유영역을 유지한 채 서로 협력해서 생산하는 ‘협업산물’로 생각해왔어요. 그러나 하드웨어의 발전은 우리의 이런 고정관념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교양 pd는 pd 이상의 역할이 요구되는 ‘광의’의 저널리스트 영역에 편입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은 이런 면에서 볼 때 방송환경의 변화에 따른 필연적 산물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정수웅 대표의 지적처럼 디지털 카메라는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는 방송경영 방침에 부합한다고 봅니다. 물론 카메라맨을 비롯한 스탭과의 관계설정이 남아 있지만 좀더 전문적인 영역에서 전문가들의 역할은 계속 유지될 것이고, 역으로 pd적 자질이 있는 카메라맨이 독립제작을 할 수 있는 통로도 열려 있어야 할 것입니다. 카세트 테이프의 등장이 60년대 이후 라디오 pd의 원맨 시스템을 정착시켰듯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은 tv 원맨 시스템의 정착을 가속화할 것이라 생각됩니다.이강국 : 신생아 병동… 은 조명을 밝힐 수도 없고 eng 들고 왔다갔다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디지털 카메라의 기능이 빛을 발한 경우죠. 카메라가 느낌을 잡아내는 것, 아기를 멀리서 당겨잡는 것이 아니고 다가가서 콧김이 뿜어져 나오는 그 앞에서 촬영했을 때 전율했었습니다.하지만 pd들이 제작기술을 다 알 수도 없고 프로그램 제작은 협업이기 때문에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하는데 제작기술에 대한 무지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장애가 됩니다. 소형 디지털 카메라는 렌즈가 기존 프로페셔날 카메라의 10분의 1도 안되거든요. 렌즈가 작다는 건 영상의 질이 떨어진다는 뜻이죠.
|contsmark10|카메라맨과의 합의 필요
|contsmark11|김광필 : 일단은 욕심이 많으니까 디지털 카메라를 많이 확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만, pd들 중 반 정도는 회의적입니다. pd가 그것까지 해야 하느냐는 것이죠. 각각의 영역이 있는 것이고 pd가 해야할 일도 많은데 오히려 다른데 시간을 투자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는데 굳이 카메라까지 신경 쓸 필요가 있느냐는 문제의식입니다. 제가 황소개구리… 촬영에 디지털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는데 동료 pd 하나가 그거 가져갔을 때 카메라맨이 어떻게 생각하겠는지 물어보더군요. 그전까지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카메라맨을 만나서 처음엔 상당히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는데 그분은 디지털 카메라에 대해 잘 아는 분이었어요. 오히려 필요하다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같이 작업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사전에 합의하고 이해를 도출하지 않으면 문제가 됩니다. 효과는 좋지만 결국 인간들끼리 하는 일이라는 면에서 중요한 문제입니다.이강국 : 카메라맨보다 오히려 pd가 더 힘들어질 겁니다. 그림까지 소화할 수 있는 pd가 몇이나 되겠습니까. 노하우 없이 자동으로 다 된다고 해서 그냥 찍어서 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6밀리가 하나의 스타일이 될 수 있고 목적에 부합하는 경우 유용한 수단이 될 수는 있지만, 어떤 영역의 경계를 넘나든다는 의미보다 영상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나 반성을 요구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고 봅니다.오기현 : 전에 제가 아침 프로할 때 비디오 동아리를 운영했었습니다. 그 사람들의 촬영분이 방송량을 상당히 차지했고 제작여건에서 오는 압박을 해소시키는데 많이 기여했어요. 제작비 절감방법이기도 하구요.김광필 : 황소개구리가 곧 산란을 시작하는데 카메라 동원하려면 시간 배정, 배차에 카메라맨 만나고 등등 부담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밤에 제가 카메라 들고 가서 촬영하면 됩니다. 6밀리가 옆에 있으니 부담없이 일할 수 있어요. 그런 측면에서 프로그램에 대한 중압감이 크게 덜어졌어요.eng가 뉴스개더링이잖아요. 정보를 주워담아오는. 앞으로는 파일 개더링이 될 것 같아요. 자료축적도 참으로 용이해졌습니다.정수웅 : 디지털 의식 혁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문명의 이기가 나오면 시스템과 생각이 바뀝니다. 예를 들어 처음 필름제작 시대에는 다섯명이 나가야 했습니다. 렌즈 돌리는 사람도 따로 있었을 정도였죠. eng 시대는 세사람만 나가면 되고 디지털 시대엔 혼자 나가도 작업이 됩니다. 시스템이 바뀌죠. 4천만이 다 pd가 될 수 있는 세상입니다. pd들이 공부하면서 전문화돼야 합니다.이강국 : 회사 입장에서는 절감된 제작비 때문에 관심을 가질지 모르겠지만 pd입장에서는 구석구석 소외된 현장이나 소재들을 찾아내 기록하고 늘 영상을 보면서 체크해 영상에 친숙해진다는 측면에서 아주 관심가질만한 도구라고 생각됩니다.
|contsmark12|수용자 채널 참여 확대 기대
|contsmark13|안해룡 : 좋은 프로그램들이 평준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반인도 여태까지는 재미를 추구하는 수준에서 가족사 정도를 찍는 형태였지만 이제는 어느정도 수준이 높아지고 화질도 괜찮은 상태가 됐어요. 수용자에게 채널이 열릴 가능성도 많아졌습니다. 수용자가 직접 제작해 방송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진거죠. 질적인 측면은 논외지만 시청자가 단순한 수용자로서 모니터 비판이라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느껴지면 직접 제작·방송하는 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공적 채널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방송할 수 있어야 하고 채널도 열어 미국의 퍼블릭 억세스 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어졌죠.이종화 : 10대·20대 중심의 영상세대가 판을 치면 영상도 신세대 중심의 감각적 영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년 쯤이면 가정에서 디지털 vtr로 편집까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전문가인 pd들이 유의해 계층간의 구별 없이 사회 여론이 편중되지 않도록 선도해야 할 것입니다. 일반화될 때 생기는 불균형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도 pd들의 몫이죠. 정수웅 : 디지털 카메라가 주는 메시지라고 한다면 뛰어난 순간 포착력과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변화하고 있는 사회에서 잡아 내지 못하고 놓쳤던 많은 변화들을 있는 그대로 리얼하게 잡아낼 수 있다는 점이겠죠. 동시에 일반화되고 보편화될수록 프로페셔널리즘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인식하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사실에 접근하는 방식이나 관점이 관성화 되어 있지는 않은지 끊임없이 반성하게 됩니다.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발전합니다. 공부할게 더 많아졌어요. 좋은 문명의 도구로서 수용해야 할 것입니다.|contsmark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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