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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짜여진 코믹 일상 보고 싶다!

93년 <오박사네 사람들>로 시작 최근 시트콤 전성시대△일시 : 2000년 8월2일 11시△사회 : 김승수 MBC 드라마국 부국장△토론 : 주병대 SBS <순풍산부인과> PD 김성덕 MBC <세친구> 작가 오지명 fun TV 대표이사 오수연 SBS 작가김승수: 이 달 초 한 시청률 조사 기관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SBS <순풍산부인과>가 15.3%, <멋진 친구들>이 11.2%로 나와 9.7%인 MBC의 <뉴스데스크>를 10% 미만으로 추락시켰다. 이는 우리 나라처럼 프라임타임대인 평일 저녁 9시에 뉴스가 강세인 상황이 시트콤에 의해 바뀌었다는, 과장하면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우리 나라에 시트콤이란 이름으로 첫 방송이 나갈 때가 1993년 SBS <오박사네 사람들>을 시초로 MBC <김가 이가>와 KBS <합이 셋이요>가 선보인지 7년만에 일어난 "사건"이라 말할 수 있겠다.이처럼 단시간에 불구하고 현재 우리 나라에서도 이제 시트콤은 폭 넓은 대중적 호응을 얻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지난 7월 "Broadcasting&Cable"에 의하면 시청률 10위안에 시트콤이 4개나 들어가 있고 모두 프라임 시간대에 방송되고 있다. 우리도 방송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맞아 시트콤이 드라마와 함께 메이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분명한 것은 뉴스나 드라마가 주축이었던 한국 지상파 방송 편성시간대에 시트콤이 중심자리로 옮겨가고 있다는 현상이다.따라서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는 시트콤 제작자와 출연자들이 함께 이 시대의 중심프로그램인 시트콤을 깊이 있게 해부해 보는 자리를 마련했다.오지명: 시대분위기에 따라 요즘은 "밝은" 드라마가 강세를 보인다. 예로 SBS <도둑의 딸>이 잘 만든 프로그램임에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원인은 소시민들의 얘기이고 배경도 칙칙하다는데서 일부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같은 시간대의 MBC 드라마는 무대가 화려하고 밝아 상대적으로 더 인기를 얻고 있다.김성덕: 시트콤의 강세는 갑자기 일어난 일이 아닌 그 동안 보이지 않는 노력의 결과이다. 몇 년전 "이휘재의 TV 인생극장"을 할 때 시트콤을 연습한다는 느낌으로 만들었다. 여기에서 "드라마로도 웃기는 것이 가능하구나"라는 확신이 들었고, 그래서 <남자 셋 여자 셋>을 시작하게 됐다. 이런 식의 시도가 그 동안 방송사 내부에서 많았으나 단지 노하우 부족으로 시행착오도 많았다. 그러던 중 SBS <오박사네 사람들>이 시트콤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요즘 시트콤의 인기 그 이면에 실패한 시트콤이 아직 많다는 것이 간과돼서는 안 된다. 몇몇 작품이 뜨니까 전체 시트콤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아직까지 제작자의 노하우가 부족하다. 그리고 방송사 경영진이 시트콤을 보는 잘못된 마인드 즉 "쉽게 제작할 수 있다", "무조건 웃기면 된다"는 것도 문제이다.김승수: SBS가 개국하면서 경제성과 효율성을 따져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Less Input, More Output" 마인드로 시트콤에 힘을 기울였다. 그래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지금은 <순풍산부인과>라는 일일시트콤으로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시트콤의 첫 테이프를 끊은 주병대 PD가 한국적 토양에서 겪은 경험담을 말해달라.주병대: 초창기 <오박사네 사람들>을 할 때 상당히 힘들었다. <웃으면 좋아요>, <유머1번지> 등을 해오다가 코미디의 새로운 활로를 찾을 필요성을 느껴 시트콤의 가능성을 모색하게 됐다. 우선 시트콤은 카리스마 있는 배우가 중요하다. 어떤 배우냐에 따라 전체 시트콤의 색깔이 대변된다. 그래서 오지명 씨를 선택해 시작하게 됐다. 미국 시트콤과 우리의 차이는 확연하다. 미국은 30분 분량 하나에 실제내용은 25분, 장면은 12∼16개가 일반적인데 우리는 60분 분량으로 하려니 드라마 스타일에 가까워졌다. 줄거리는 모두 만들어져 있고 장면들은 모두 웃겨야 하니 대본을 몇 번 수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고 또 연기자도 짧은 시간에 대사를 외워 하루만에 녹화를 해야 하니 아주 서둘러야 했다. 다음으로 시트콤 전용극장이 없는 상황에서 <코스비 가족>을 흉내내 객석을 만들었다. 그런데 미국 전용극장은 세트가 평면이고 카메라 워킹도 평면인데 반해 우리는 전부 입체로 움직인다. 카메라맨들도 한자리에 고정돼 움직일 생각을 안하고 카메라의 회전도 어려워 객석에 앉아 있으면 스텝들 엉덩이밖에 안 보였다.이런 시행착오를 겪다 지금 방영중인 <순풍산부인과>까지 왔다. 그러나 <순풍산부인과>도 40분 분량에 일주일에 5일이나 방영하다보니 자세히 보면 기승전결이 없다. 이야기 두 개를 섞어 놓아 드라마도 아니고 시트콤도 아닌 꼴이 됐다. 그래서 조금 과장시키고 눈물 흘리는 것도 카메라 워킹으로 클로즈업 잡는 등 일반적인 시트콤과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김승수: 미국도 1년에 시트콤 52편이 방송되는데 이중 26편만 제작하고 나머지 26편은 재방송되는 것들이다. 이처럼 에피소드 만들기가 아주 어렵다는 얘기이다. 또 중간광고가 있기 때문에 방송하다 중간광고를 내보내 자연스럽게 4개의 시퀀스가 기승전결로 잘 되어 있다. 또 하나의 시트콤을 제작할 때 프로그램 기획서와 함께 재미난 얘기를 프로덕션이 방송사에 제출하는데 보통 100∼300개 정도가 올라온다고 한다. 이중 100개 정도를 골라 샘플스크립터와 데모테이프의 제작비를 줘 만들게 하고 이중 20∼30개만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제작되고 결국 2∼3개만 방송된다. 300개 중에서 3개만 방송되는 꼴이다. 그러니까 100대 1로 대본이 걸려져 그만큼 작가의 몫이 중요하다. 시트콤 대본은 드라마처럼 한 사람이 책임지지 않고 감독과 배우들이 공동으로 작업하는 것이기 때문에 작가입장에서 어려운 점과 장점이 있을 것 같다.오수연: 시트콤은 여러 작가가 쓰고 있고 외국처럼 코미디를 맡아서 쓰는 작가 따로 있는 식으로 분업이 이루어져 있다. 공동작업이라 각 작가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합쳐지기가 쉽지 않은 면이 있고 드라마의 경우 흐름을 타고 가는데 반해 시트콤은 상황이 고정되고 등장인물의 캐릭터도 고정돼 있어 캐릭터의 일상을 보여주고 생활을 보여줘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김승수: 시트콤 연기와 일반 드라마를 비교하면 어떤가?오지명: 개인적으로는 일반드라마 출연은 줄여나갈 계획이다. 스토리 위주로 가는 일반 드라마에 비해 시트콤은 캐릭터 위주로 가는데 이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고 어렵다. 캐릭터 하나가 정해지면 그 이미지가 상당히 오래 가고 배우입장에서는 일단 연기가 편하고 더 전문적이 될 수 있다.김승수: 주 30분의 <코스비 가족> 연기자들과 제작진들은 일주일을 출퇴근하듯이 스튜디오에서 지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작가가 일단 초고를 쓰면 배우와 연출자가 모여 토론하면서 수정하는 식으로 피드백을 정리해 새 대본을 만들고 시트콤 스튜디오가 관광지가 된 LA나 뉴욕에서 각기 녹화기가 달린 여러대의 카메라로 공개리허설을 통해 방청객의 반응을 체크한 다음 또 수정한다. 이런 과정이 5일 동안에 이루어지고 최종 금요일에 음악과 자막을 넣는 포스트프러덕션을 통해 완제품을 만든다.경쟁력이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우리는 대본이 하루에 나오는 구조여서 솔직히 애드립이 강할 수밖에 없고 애드립이 강하다 보면 앞뒤가 잘 안 맞고 연결이 안되고 심지어 배우가 못 받아주는 경우도 있다. 흔히 시트콤이라고 하면 돈 적게 들여서 많은 성과를 보고 판매도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 컨텐츠가 중요한 다매체 시대에는 가장 촉망받는 장르로 시트콤을 꼽는다고 한다. 사실인가?김성덕: 시트콤 전체 제작비는 분명히 싸다. 그런데 제작구조를 살펴보면 낭비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너무 투자를 안 하는 부분도 있다. 제작비 시스템이 너무 경직돼 있다는 말이다. 방송사와 타 프로그램의 제작비나 시스템 기준에 맞추다 보니 임대비나 출연료, 작가비가 어느 테두리에 묶여 있다.시트콤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맞는 제작시스템이 탄생해야지 다른 장르와 비교하다보니 변칙이 나온다. MBC의 <세친구>는 외주로 나간 후 타방송사에 비해서 작가비를 3배 더 투입하고 있다. MBC <남자 셋 여자 셋>의 성공이유를 하나 꼽으라고 하면 작가시스템이나 작가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하고 다른 부문의 낭비를 줄였다는 점이다.예를 들면 우리 나라 작가들은 코미디적인 마인드보다 드라마적인 마인드가 많이 있어 자동차가 나오는 장면에서 데이트를 한다면 자기도 모르게 차를 타고 가면서 대사를 한다.그러면 벌써 촬영시간이 세배 더 들고 제작비도 올라간다. 그래서 작가에게 "차를 구석에 세워놓고 얘기해도 어차피 코미디니까 괜찮지 않냐"고 요구한다.오지명: 배우 캐스팅을 할 때 시트콤이라고 하면 출연료를 두 배를 요구한다. 왜냐면 저질 내지는 자기의 이미지가 깨진다고 보고 더 요구하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배우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그리고 제작비 투입도 드라마 수준은 돼야 한다.적은 제작비로 어느 정도의 시청률에 만족하는 게 공중파의 시트콤에 대한 인식이다.주병대: 미국은 일주일에 30분 분량 하나 하는데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투입하고 우리는 일주일에 30분 분량 5개를 하든 60분 하나를 하든 아니면 60분이나 30분 주 2일 중에 선택을 하고 있다. 결국 우리와 미국은 경제규모가 틀리다. 작가나 배우에게 "일주일에 30분 분량을 개런티 하루 받고 하라"고 하면 할 사람 없다. 주 5일은 돼야지 한 달에 어느 정도의 계산이 나온다. 일일드라마는 작가 펜 가는 대로 써 가면 되는데 시트콤은 일상생활의 에피소드를 매일 한편씩 쓰는 건데 다른 장르와 비교가 안 된다.그래서 기승전결 딱 맞는 기가 막힌 시트콤 만들기가 힘들다. 결국 우리는 다매체 시대에 엄청난 물량을 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면 시트콤을 전문으로 하는 프로덕션과 시트콤 전용 스튜디오가 있어야 한다. 시트콤을 학술적으로 얘기하면 "생활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일의 재미난 다이얼로그를 통한 캐릭터쇼"인데 이것이 가능하려면 기본적으로 실제 생활이 돼야 한다. 수돗물이 나오고 실제 피아노가 올라가는 세트가 필요하다.김승수: 시트콤이란 시추에이션 코미디의 준말이고 코미디는 비극과 함께 인류 역사상 가장 사랑받아온 드라마 장르라는 사실이 이번 기회에 개념정리가 되면 좋겠다.다시 말하면 시트콤은 드라마 제작에서 중요한 한 장르라는 것이다. 과거 군사정권에서는 모든 분야에서 표현이 자유스럽지 못한 점이 있었지만 이제는 표현의 자유가 문제가 아니고 표현의 능력에 문제가 있는, 다시 말하면 만드는 사람들인 작가나 연출 배우의 극작술, 연출능력, 연기력에 시트콤의 성공 실패가 달려있는 것 같다.오지명: 앞으로 fun TV 작품이 방송사에 납품될지 어떨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방송사가 주는 비용이다. 차라리 우리도 투자를 하고 판권을 방송사와 나눠 가지는 것이 좋다고 본다. 사실 공중파에서 방영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예를 들어 우리가 중국에서 방송하고 싶은데 저작권 문제가 이쪽에서 걸려서 꼼짝 못하는 것을 해소하자는 것이다.주병대: 시트콤 제작비 관리는 외주에서 해야 된다. 방송사는 제작비를 대 그 콘텐츠만 갖고 와 경쟁력이 있으면 된다. 예를 들어 시트콤 제작자가 어떤 배우에게 출연료를 "200"만큼 주고 싶은데 그 배우가 드라마에서 받는 출연료 수준이 "100" 정도라면 시트콤 출연료로 "100" 이상을 주지 못한다는 식이다. 그래서 모순이 있다.오수연: 지금 구조를 보면 드라마는 기획이고 작업이 굉장히 길게 잡는데 반해 시트콤은 반대다. 오히려 시트콤이 캐릭터를 개발해야 하는 등 제작기간이 길어야 한다. 또 원고작업도 드라마는 전체 방향을 잡고 쓰면 되고 사실 한 방향만 잡히면 작가입장에서는 쓰는데 많은 시간이 안 걸린다. 시트콤은 항상 원고가 쫓기고 있어 작가가 볼 때는 사전 제작이 필요하다. 1주일에 5개를 매주 써낼 수는 없다. 그러니 졸속제작이 되고 또 야외로 나가는 것도 시간만 충분하면 세트에서 개발할 수 있는 소재가 있는데도 시간에 쫓겨 야외로 나가 해결한다. 시간만 충분하면 세트에서 작업할 수 있다.주병대: 결국 제작시스템의 문제인데 재미있는 현상은 드라마의 경우 16부작이라면 처음에 시청률이 12∼13% 나오면 유명작가라도 "다 됐군!" 이러다가 막판에 시청률이 올라가면 "역시 00야"라며 대미를 끝낸다.그런데 우리는 시트콤 한편을 외국에 비해 상당히 오래하고 있다. 그래서 제작자가 "이제는 그만해야 되겠다"고 하면 "더 하라!"고 하다가 시청률이 떨어지면 "이제 00 PD도 다 됐군"이란 반응이 나온다. 끝내 영광은 사라지고 상처만 남는 식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그래서 <순풍산부인과>도 "잘 나갈 때 끝냅시다"라고 했더니 "계속 하라"고 하는데 끝이 보이는 것 같다. 김승수: 시트콤 방송시 들리는 방청객의 웃음소리에 대해 연기와 타이밍이 안 맞아 "김 새게 한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미국은 웃음소리가 치밀하게 계산이 돼 있다. 현재 제작여건에서 최소한 웃음소리라도 잘 집어넣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현재 시트콤을 보면 청춘 시트콤이 평균 저녁 7시대에 편성돼 있고 <세친구>같은 성인용이 11시대에 편성돼 있는데 궁극적으로 시트콤은 전 가족층을 잡지 않으면 성공 못할 것 같은 데 어떻게 생각하나?오지명: 공감하지만 한편으론 가족 드라마로서 시트콤에 대한 생각은 조금 다르다. 카리스마가 있는 배우 한 두 명만 나와도 충분히 30분은 잘 끌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것이 시트콤의 장점이라고 보기 때문에 굳이 가족 전부가 나오는 가족 드라마로 시트콤의 지향을 가져갈 필요는 없다. 그리고 저녁 7시 시트콤은 청소년들만 대상으로 하는데 이것도 굳이 청소년들에게만 포커스를 맞출 필요는 없다. 재미만 있으면 가족드라마가 들어가도 성공할 수 있다.김성덕: 방송시간에 대해 얘기하면 외국에서는 30분이면 광고가 많이 들어가니까 실제 시간은 18분 정도이다.통상 방송시간은 25분에서 30분이 제일 적당하다. 드라마는 흘러가는 것이기 때문에 60분이라도 보는데 <세친구>가 아무리 재미있어도 60분으로 늘리면 재미없어진다. 25분에서 30분이 시트콤의 많은 노하우를 쌓은 사람들이 정해 놓은 시간 같다. 그래서 <순풍산부인과>가 40분으로 늘렸을 때 솔직히 걱정이 됐다.김승수: 보통 30분 편성을 해서 승부를 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솔직히 잘 못 웃으면서 살아왔다. 그래서 잘 안 웃는다. 그런데 60분 내지 50분 짜리 시트콤을 편성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그래서 긴 시간을 편성해야 한다면 짧은 시트콤으로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몇 개 보여주는 식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중간광고가 있어 이런 방식이 가능하다. 매체환경이 바뀌면서 공중파 방송사의 생존전략 중 하나는 중간광고이다. 중간 광고가 시행되면 모든 프로그램의 구성과 전략이 당연히 수정되어야 한다. 시트콤은 어떤가?주병대: 실제 중간광고가 들어가는 것은 시트콤 제작자 입장에서 환영이다. 쉬어갈 수 있고 시퀀스를 바꿔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40분 일일편성은 대단히 무리이다.오수연: <코스비 가족> 30분 하나에 18명의 작가가 있는데 이만큼 시트콤 대본이 어렵고 작가의 중요성을 반증하며 여기에 걸맞는 대우가 필요하다. 여러 명의 작가가 공동작업을 하기 때문에 작가의 중요성이 간과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김성덕: 대단히 중요한 얘기이다. 일례로 <남자 셋 여자 셋>이 3년간 방송될 때 1년에 한번씩 작가협회에서 주는 상을 그나마 한번은 받을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심사 자체에서 탈락됐다. 시트콤은 코미디 분야로 들어가 있는데 혼자 쓴 게 아니라는 점이 탈락의 큰 이유였다. 이러니까 작가들이 느끼는 실제 감정은 "그래 나도 드라마가 좀 편한 것 같고 명예가 있으니 옮겨야겠다"는 것이다.김승수: 최영근 PD의 LA 특파원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의 에미상 위원장이 "시트콤의 승패는 전적으로 작가에게 달려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훌륭한 시트콤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작가를 찾아내야 한다는 얘기이다. 미국의 경우 에피소드 하나당 100만불의 고료를 받는 경우도 있고 가장 낮은 고료를 받는 작가가 한 작품에 1만7000불을 받고 있다. 이 같이 작가료 비중이 크기 때문에 작가가 직접 회사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김성덕: 우리도 드라마프로덕션 사장은 PD가 하지만 시트콤프로덕션 사장은 작가가 99%이다. 그러니까 시트콤 PD는 디렉터가 아니고 작가라고 여기기도 한다.김승수: 시트콤은 배우도 디렉터의 역할을 한다. 주어진 대본에 의한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트콤에서 배우는 핵심요소이다. 이처럼 프로듀서와 연출자, 작가, 배우 이 3요소는 주종관계가 아닌 함께 출발해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협업관계가 맞다고 본다. 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제작 구조가 되어야 하고 우리 나라의 영상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시트콤 전용극장은 꼭 필요하다.이제 우리도 시트콤 장르의 전문 프로듀서와 연출자, 배우, 작가가 함께 고품질의 시트콤을 제작해 시청자에게 사람이 얼마나 밝고 따뜻할 수 있나를 보여주어야 할 때인 것 같다. 그리고 방송사나 정부는 시트콤 전용 스튜디오를 만드는 데 과감한 투자를 해야하는 등 인프라 구축에 우리 모두 관심을 모을 때이다.

정리·요약 이종화·윤지영 기자 93년 <오박사네 사람들>로 시작 최근 시트콤 전성시대방송사의 시트콤은 93년 5월 SBS <오박사네 사람들>로 시작했다. "공개 코믹 드라마"로 해석되는 시트콤은 시추에이션 코미디(Situation Comedy)의 압축어로 외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자리잡아온 장르의 하나이다. 우리의 경우 "코믹성이 강한 드라마"로 여겨져 드라마와 코미디 사이의 중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시트콤이라는 한 장르로의 정착은 멀었다고 시트콤 제작진들은 말한다.지금까지 방영된 시트콤들로는 KBS <합이 셋이요>, MBC <김가 이가>, <남자 셋 여자 셋>, SBS <오경장>, <사랑은 생방송>, 등이 있고 지금 방영중인 시트콤들로는 KBS <멋진 친구들>, MBC <세 친구>, SBS <순풍산부인과> 그리고 지난달부터 방영되고 있는 iTV <닥터 닥터> 등 과거에 비해 제작편수나 새로운 시도의 시트콤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제작진들은 이처럼 점차 시트콤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사회적 분위기의 수용 가능성과 드라마의 코믹화 현상"을 들고 있다. 외국에 비해 시트콤의 전성이 늦은 이유도 과거 억압적인 사회분위기에서 코미디도 제대로 자리잡기 어려운 상황에서 드라마식 코미디는 더욱 시도하기 쉽지 않았다는 얘기이다.이처럼 사회 분위기의 변화와 함께 시트콤이 경제성을 따지는 방송사의 욕구에 부합된다는 지적도 있다. 야외촬영이 적어 같은 분량의 드라마에 비해 훨씬 제작비가 싸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방송사가 앞다투어 시트콤 제작에 나서고 있다.그러나 현재의 시트콤이 단순한 말장난 위주에서 벗어나 한국적 시트콤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시트콤에 대한 방송사의 인식이 바뀌고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트콤 전문 작가와 연기자의 양성 그리고 전용세트 등이 마련되지 않는 한 소재개발의 한계에 다다른 시트콤은 내리막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 제작진들의 경고이다.

이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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