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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닷컴] 김욱한 포항MBC PD

시골이 소비되는 방식 (2)
        
 - 첫 번째 글에 이어 두 번째 글도 양해의 표시로 시작하고자 한다. 애정에서 비롯되었든 염려에서 시작했든 이 글이 우리의 선배, 동료 PD들에게 행여 누가 가지 않기를 바란다. 많은 비판과 비평의 갈래 중에서 ‘지역의 정신’이라는 잣대로 프로그램을 들여다 본 작은 성찰로 받아주길 바란다. -

재밌다. 그리고 즐겁다. 주말이면 전국 방방곡곡의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을 나 또한 가족들과 더불어 즐겁게 시청하고 소비하고 있다. 솔직히 한 명의 자연인으로써 시골을 무대로 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을 충분히 즐길 준비가 되어있음을 고백한다.

▲ KBS <해피선데이> '1박2일' MC ⓒKBS
그러나 서울을 기준으로 했을 때 변방에 속하는 방송사의 제작자로써는, 시골을 아이템의 메뉴가 아닌 삶의 바탕으로 살아가야하는 촌PD로서는 어쩔 수 없이 비판적인 잣대를 주말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들이댈 수밖에 없음도 고백한다. 그 쉽지 않은 고백을 PD들 사이의  동료 의식보다 앞에 세워보고자 한다.

세계를 크게 중심과 주변부로 나누는 세계체제론이 우리 사회의 여러 단계에 적용해 볼 수 있는 아직도 유효한 인식틀이라는 전제를 인정한다면, 주변부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우리 사회를 좀 더 건강하게 바꿀 것이라는 가정도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지방 안에서도 가장 주변부에 속하는 시골이 시골에서 제작되는 프로그램 속에서 발견되지 않을까 하는 의문에서 나의 고백을 시작해본다.

굳이 장르로 구분하자면 ‘시골 순회 리얼 버라이어티’ 쯤으로 분류될 수 있는 주말 예능 프로그램들의 그 어디에도 시골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적지 않게 그 마을과 특산물과 사람들이 소개되지만 왠지 주인이라기보다는 어색한 손님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TV속에 무대로 등장하는 시골은 한없이 조용하고 인적이 드문 느낌이다. 아무리 시골 인구가 줄어든다고 하지만 그 쟁쟁한 서울의 연예인들이 그것도 단체로 찾아왔는데 그 흔한 구경꾼하나 없다는 게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필자가 촬영하러 가본 시골 마을은 늘 참견하기 좋아하고 어울리기 좋아하는 어르신들의 애정 공세에 제작진들이 행복해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는데 말이다.

▲ <패밀리가 떴다> ⓒSBS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혹시 시골이라는 공간을 사람 사는 마을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방송사 세트를 대체할 신개념 야외 세트로 이해한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만약 그렇다면 시골은 프로그램의 기획에서부터 타자화된 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이고 제작 과정에서도 철저히 소외받게 되는 것이다.

물론 프로그램의 기획 과정에서 공간과 사람을 꼭 한 묶음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의 문제 제기도 가능하다. 특정 공간 그 자체가 하나의 훌륭한 방송 소재가 될 수 있고, 역으로 특정 공간에 구애 받지 않는 인물이 좋은 아이템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허나 이는 그 공간과 사람들에게 방송이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가정에서만 이해될 수 있다. 남의 집 안방에 들어가서 주인은 내쫓고 객들만 모여 방송을 제작한다면 그 집 주인은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특히나 궁색하고 쪼들리는 집이라면 그 자격지심의 정도가 더할 것이고.

▲ 김욱한 포항MBC PD
그래서 지리와 인문은 예로부터 따로 분리될 수 없는 학문이 아니었을까? 서울의 명동 거리를 사람들이 다니지 못하게 차단하고 촬영을 한다면 이미 그 명동은 명동이 아닌 것처럼 그 공간의 고유한 정체성은 사람과 분리되지 않는 것이 아닐까? 더구나 서사와 연출이 개입하는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말 그대로 ‘리얼’을 표방하는 프로그램 속에서라면….
 
 -시골을 조금 다녀 본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우리네 시골 어르신들은 모두 대한민국 대표 MC를 맡아도 손색없을 끼와 리얼리티를 가지고 계셨습니다. 시골을 타자화해서 소비하기 보다는 과감하고 전격적인(?) 캐스팅으로 그 분들을 끌어안아 보기를 기대하는 것은 오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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