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구속·체포, 방송가 휘감는 ‘8월 잔혹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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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장악 2차 로드맵’ 있나…언론계·시민단체·야당 ‘연대’ 분주

또 다시 ‘8월 잔혹설’이 방송가를 휘감고 있다. 집권 2년차의 이명박 정부가 꾀하고 있는 언론 관련 법·제도 변화와 공영방송 구조개편 작업이 오는 8월을 정점으로 이뤄질 것이며, 그 과정에서 이를 반대하는 방송·언론인에 대한 대대적인 ‘정리’ 작업이 병행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권 비판언론 사정 정국, ‘8월 잔혹설’의 신호탄?

방송·언론인들의 위기감은 지난 24일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구속되고 다음 날인 25일 오후 <PD수첩> ‘광우병’ 편의 제작자인 이춘근 MBC PD가 검찰에 의해 강제 체포되면서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각각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인신 구속이 된 것이지만, 방송·언론가 주변에선 이들이 대통령 특보 출신 사장을 250일이 넘도록 인정하지 않고 정부 정책 집행에 결과적으로 걸림돌이 됐기 때문에 일종의 ‘본보기’가 됐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희용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이 노종면 위원장 구속 직후 “(정권이) MB정부에 반대하는 기자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려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거나 사장실을 점거한 혐의(업무방해) 등으로 구속된 YTN 노종면 노조위원장이 30일 검찰에 송치, YTN노조원들이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석방을 요구하며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언론·시민단체뿐 아니라 국제기자연맹(IFJ)과 국제앰네스티까지 언론인 체포·구속 사건과 관련해 언론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사건이라고 지적하면서 언론의 독립과 나아가 민주주의의 후퇴까지 염려하고 있지만, 정부 여당은 아랑곳 않는 분위기다. 실제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31일 “판사가 발부한 구속·체포 영장에 의해 수사를 하고 있음에도 야당 등이 공안통치·민주주의 후퇴 운운하는 것은 올바른 처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방송·언론인들은 정권 차원의 노림수가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언론구조 개편을 위한 ‘로드맵’의 실행단계를 밟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으로 방송·언론가 주변에선 ‘YTN 노조와 <PD수첩> 사법처리(4월)→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등 지도부 구속(5월)→언론관계법 표결 강행처리(6월)→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개편(8월)→KBS·EBS 이사진 개편(9월)→공영방송법 제정(10월)’ 수순의 시나리오가 언급되는 상황이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오는 6월 정부 여당의 언론관계법 강행처리 실현에 이어 8월 MBC의 최대주주인 방문진이 정권과 코드를 맞출 수 있는 이사진들로 개편되고 나면 현재 공영방송의 축으로서 기능하고 있는 MBC의 위상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의 언론인 사정정국은 결국 이 같은 8월의 계획에 대비하기 위함이 아닌가 싶다. 지난해 8월 정연주 당시 KBS 사장이 정권에 의해 강제로 물러난 이후 또 한 번의 8월 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언론계·시민사회·야당 ‘언론탄압 저지’ 연대 가시화

그러나 ‘8월 잔혹설’이 현실화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우선 잇단 언론인 구속·체포에 대한 언론계의 반발이 상당하다.

노종면 위원장 구속에 이어 이춘근 PD 강제 체포 직후 전국언론노조가 지난 26일 발표한 성명은 방송·언론인들의 정권에 대한 저항 심리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YTN 조합원이 4백명의 노종면을 자처했듯이 MBC 2천여 조합원이 이춘근이 되겠다고 나설 것이고 1만 2천 조합원이 노종면, 이춘근이 되고자 과감히 현업을 박차고 거리로 나올 것이다.”

언론계는 물론 시민사회와 야당의 연대 징후도 보인다. 실례로 전국언론노조는 내달 2일 오전 국회에서 민주당 등 야4당과 언론·시민단체와 함께 ‘언론탄압 규탄 결의대회 및 언론악법 저지 100일 행동 출범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민주당도 지난 30일 의원총회를 열고 분산돼 있던 언론·공안 등 투쟁위원회도 ‘민주주의 수호 및 공안 탄압 저지 대책위원회’로 확대 개편하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발송, “언론인을 잡아 가둔다고 비판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비판 언론이 생기고 더 큰 저항이 생길 뿐”이라며 해고·구속된 언론인들에 대한 문제 해결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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