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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외압에 멍든다

▼방송외압, 그대로 둘 것인가▼국민의 정부, 달라진 것 없다▼자율성 침해하는 방송사 조직 문제▼제작자율성은 존중돼야 한다▼방송외압 사례

방송외압, 그대로 둘 것인가“민감한 문제 건들지 마라”주한미군, 국방부 다루는 건 금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권력의 방송외압 실태는 한결같이 정부의 민감한 문제인 국방부와 미군문제를 다루었고 경영진이 밝히는 불방 이유도 “국익을 위해서”라는 점 등이 공통적이다. 또 최근 늘어가는 방송외압의 출발이 김대중 대통령이 “반미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발언이후라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위에서 열거한 KBS <추적60분>이나 MBC 은 매향리와 한미행정협정을 통해 주한미군의 문제를 다루었다는 것이 불방의 유일한 이유다.<추적60분> 경우 국방부는 “하루 평균 13시간 동안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폭격이 계속된다” “지난 50년동안 주한미군 폭격훈련으로 매향리 주민 12명이 목숨을 잃었다”등의 방송내용에 대해 “폭격시간은 하루 평균 3∼6시간”이며 “미군폭격 관련 사망자는 12명이 아니라 1명”이라고 반박한 것이다. 도 주한미군범죄와 SOFA(한미행정협정)문제를 다룬 이유로 방송 두시간전에 중단지시가 내려진 것이다.애초 양민학살에 관한 내용을 다뤄 6·25 특집 극으로 방송예정이었던 KBS<유리구슬>또한 “미국에 대한 나쁜 감정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심의평가실의 평가로 결국 세달 여간의 진통 끝에 이달 12일에 방송됐다.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에서 일어난 양민학살을 겪은 주인공의 경험을 통해 평화의 의미를 되새겨보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단지 미군의 문제를 다뤘다는 이유로 반미드라마라고 규정된 것이다.또한 EBS <통일의 길>‘귀향을 앞둔 비전향 장기수 이야기’(연출 박창순 8월27일 방송 예정)도 민감한 문제인 장기수를 다뤘다는 것이 불방 이유다. 9월2일 북송을 한 비전향 장기수 중 우용각, 김중종씨와 비전향 장기수송환추진위원회 권오헌 대표가 출연해 장기수가 된 이유나 북에 가려는 이유 등에 관한 내용이지만 경영진은 “출연자와 내용이 편향됐다”는 주장으로 프로그램 제작이 완성됐음에도 불방 결정을 내렸다.

윤지영 기자

국민의 정부, 달라진 것 없다5·6공 시절 외압에 뒤지지 않아‘방송의 날’ 대통령 회견 방송3사 앵무새 중계외압의 원인으로 제작진들은 50여년 동안 체화된 방송의 체제순응적인 속성과 정권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얼마 전 있었던 방송의 날 <대통령 회견 녹화방송>은 정권 홍보에 급급한 현 방송계의 모습이 그대로 표면화됐다. 3사가 합동으로 한 ‘녹화방송’은 정권의 정책을 홍보하는 내용으로 채워졌고 방송사 노조가 강력히 반발을 했음에도 녹화방송은 3사 동시에 강행됐다. 방송독립선언의 날이 정권홍보의 날로 전락한 셈이다.노조의 반발에 대해 MBC 노성대 사장은 “노조가 오히려 편협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여전히 경영진의 ‘정권 눈치 보기’가 심각함을 알 수 있다.일선제작진들과 언론관계자들은 이러한 현상이 ‘국민의 정부’를 자처하는 현 정권 또한 마찬가지라는데 공감하고 있다.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강상현 교수는 “방송의 독립과 자율성을 존중하겠다는 국민의 정부 또한 허울뿐인 방송위원회를 통해 각종 인사권을 비롯해 프로그램까지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어 ‘방송의 정치 개입화’는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고 우려했다.MBC 정길화 PD는 “이번 방송의 날 3사 합동 녹화방송은 여전히 ‘방송이 정권의 시녀’임을 증명한 셈이며 우리 방송의 태생적 한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해 역시 현 정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언론노련은 노보를 통해 “최근의 사태가 위험수위를 넘었다”고 판단하며 “이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밝혔다.KBS노조(위원장 현상윤) 또한 “일련의 사건들은 5·6공 시절로 다시 돌아간 것이 아닌가라는 착각마저 든다”며 “국민의 정부라는 김대중 정권이 얼마나 변했나를 보면 극히 회의적이다”고 밝혔다.현 정권이 역시 방송에 개입하려는 의지를 증명하는 또 하나의 예는 각 방송사의 토론프로그램에서도 나타난다. 토론프로그램은 특성상 사회의 문제를 다루며 이 과정에서 사측과 정권의 ‘가시’로 작용할 가능성이 많다. 그렇기에 경영진과 정권의 마찰은 역대로 계속돼왔고 현정권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경영진들은 출연자선정에 개입하려 하고 있으며 아예 “토론프로그램의 출연자는 사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지시까지 내리기도 했다.실제로 지난 7월8일 KBS <심야토론>에 나온 중앙대 이창근 교수와 8월24일 ‘국민의 정부2년 반에 대한 보도’에서 고려대 이필상 교수가 현정권을 비판한데 대해 사장은 불만을 표시했다.을 대표적으로 크고 작은 마찰을 빚어지고 있는 MBC는 이런 마찰을 최소화하고 제작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취지하에 이미 올해 초 1월에 노사합의로 6개항의 ‘토론프로그램운영준칙’을 제정했지만 별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주제선정에 관한 어떠한 형태의 청탁이나 압력도 배제 할 것’ ‘출연자의 일방적 불참이 주제선정이나 다른 토론자 구성에 영향을 줘서는 안될 것’ 그리고 ‘이런 규정이 위반될 경우 사장에게 문책할 수 있다’는 것이 합의안의 주요내용이지만 토론프로그램 제작진들은 “합의안은 그저 보여주기 밖에 안된다”고 말한다.윤지영 기자자율성 침해하는 방송사 조직 문제 KBS 현상윤 노조위원장, 비대한 관료계층 혁신필요 최근 들어 <추적60분>을 중심으로 ‘공영방송’ 인 KBS에도 방송외압의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에 KBS 현상윤 노조위원장을 만나 프로그램 외압의 바람이 거세지는 현실의 문제점과 극복방안을 들어봤다.- 프로그램외압이 점점 심해짐에 따라 현 정권의 방송독립의지가 무색하다는 의견이 많은데외압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고 집권말기가 되면서 권력 재창출을 시도하기 위해 권력의 외압은 더 심화될 것이다. 권력으로부터 방송이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본질적 특성이 현 정권에서도 그대로 재확인되고 있다. 이것은 우리 방송의 태생적인 한계다. 정권은 프로그램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이제는 노골적으로 방송독립의 의지를 말살하려 하고 있다. 지난 방송의 날 있었던 ‘대통령과의 회견 녹화방송’의 본질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방송의 날은 47년 ITU로부터 호출부호 HL를 처음 통보 받은 것은 기리는 날로서 독립국가로서의 방송 정체성을 처음으로 인식한 날이다. 방송인의 독립선언적 의미로서의 이 날이 완벽하게 정권홍보의 날로 변해버렸다. 방송독립의 의지가 전혀 없는 정권의 본질과 그 정권을 튼튼하게 뒷받침해주고 있는 경영진의 모습이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는 시점이다.- 외압의 본질은 현 방송의 태생적인 한계에서 나타나는데 정권의 문제 외에도 제작 자율성을 침해당할 수밖에 없는 방송사 조직의 문제점도 거론되고 있다.방송사 조직이 자율성과 창의성을 담보로 하는 조직이 아니며 비대한 관료계층이 핵심적으로 버티면서 자율적 환경을 통제하고 있다.방송의 고부가가치는 질 높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인데 이런 통제집단 속에서 자율성이 지켜지기란 무척 어렵다. 관료자들의 눈밖에 나는 제작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불이익을 받고 있다. 일례로 이번 <추적60분>사건을 통해 해당 CP 또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순치된 방송인력을 가지고 자율성, 창의성, 다양성이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이런 비대한 관료계층을 어떻게 할 것이지가 자율성이 존중받는 방송사가 될 수 있는 중대한 문제이다.- 외압의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제작자들이 될 수밖에 없는데KBS의 경우 “심의 자체는 실제 제작 당사자의 책임이다”라는 운영방침이 존재하고 있지만 문제는 현실이 결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책임을 제작자 본인에게 준다면 그에 맞는 권한도 함께 줘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사측은 프로그램 최종 권한과 책임은 사장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현업 제작진들은 ‘작은’ 권한과 ‘무거운’ 책임만을 가지는 셈이며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사측은 결국 ‘책임’ 이 있는 PD의 자율성을 침해하게 된다.- 그래도 역시 방송 현업인들의 자세가 중요한 것 같은데방송의 역사는 투쟁의 역사다. 정권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방송독립을 이루기 위해 방송선배들은 끊임없이 싸워왔다. 상황에 안주하지 말고 부당함을 제기할 수 있는 현업인들의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그러나 보이지 않는 인사상의 불이익으로 인해 현업인들은 좌절을 겪으며 사실 회의적인 분위기로 변한 부분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작진들은 투사보다는 생활인의 성향이 강할 수밖에 없어 자신의 일에 매몰되다 보면 돌아볼 여유가 부족하게 된다. 하지만 이 상황을 뚫고 나가지 못한다면 방송독립은 더 멀어지게 된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제작진의 모습이 필요하다.윤지영 기자제작자율성은 존중돼야 한다편성규약 제정 필요다양한 제작의지들을 프로그램에 녹아들게 하고 그 책임을 주는 것, 자신의 소신과 상식을 규제 없이 펼쳐내는 것, 이것이 제작자율성이다. 제작자율성이 존중될 때 제작진들은 질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고 시청자들은 ‘보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다.제작자율성이 제도화될 수 있기 위해서 제작진들은 “편성규약제정이 시급하다”고 말한다.편성규약은 제작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급자와의 의견갈등에 대한 대안을 찾아낼 수 있는 제도적 대안으로 작년 방송법 파업으로 얻어낸 성과다. 경영진의 독점적인 편성권을 분산시킬 수 있는 편성규약을 제정하기 위해 그 동안 실무팀을 구성해 논의해왔지만 경영진의 반대로 이미 예정일인 9월3일을 넘긴 상태다.MBC 노조는 이미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를 핵심으로 하는 조합안 확정안을 만들어 사측의 합의를 기다리는 상황이며 이번 주 노사합의를 통해 제정할 계획이다. KBS도 “공정방송위원회 조항을 폐기하지 않는 한 논의가 불가능하다”는 경영진의 주장으로 노사간의 대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노조의 한 관계자는 “현재는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계속적으로 제기해 곧 제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이 외에도 일선 제작진들의 의지와 노조 역할도 중요하게 제기된다.지난 <추적 60분>’국방연구소‘편의 불방 지시에서 보여준 제작진들의 투쟁의지는 결국 불방 취소로 이어졌듯이 현업인들의 적극적인 저항이 있어야 제작자율성을 얻을 수 있다.에서 나타난 외압이 불방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MBC노조 채완규 홍보국장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조 중심으로 외압을 막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고 밝혔다.윤지영 기자방송외압 사례98.8 통일부의 사전 심의요구로 KBS<일요스페셜>‘북녘산하기행’ 연기98.10 KBS <개혁리포트>‘탈세’편에서 탈세가 확인된 개그맨에 관한 보도에 관해 스카우트한다는 명목으로 경영진 은폐. 또 간부들의 압력에 담당 PD가 도중에 팀을 그만둠.‘언론’편에서도 동아일보의 반론보도를 제작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의 방송지시 정치인들의 직무유기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는 이유로 MBC<가상특종 if>의 파일럿프로그램 방영취소99.3 KBS, MBC, SBS 방송3사가 청와대 요청으로 각 정부부처의 대통령 국정보고 생중계를 계획해 외압설 제기 MBC <뉴스데스크> ‘박재동의 TV만평’ 이 검찰풍자로 인해 폐지KBS <정범구의 세상읽기>에서 진보적 인사들이 출연한다는 이유로 폐지 거론KBS 다큐멘터리 <동강>의 재방송 때 건설교통부장관 발언 자막이 누락됨. 대통령이 동강댐에 관한 보도태도를 문제삼은 결과라는 주장제기99.4 KBS <추적60분>‘재벌 몰락, 그후’에서 해외재산 도피 의혹관련한 재벌이름이 내부검열에 의해삭제99.9 10월 가을 개편 때 MBC와 SBS가 동시에 토론프로그램을 신설한 것에 대해 노조가 “총선을 앞두고 정권의 외압으로 갑자기 편성되었다”는 성명 발표99.10 MBC <정운영의 100분토론>‘중앙일보 탄압사태와 언론개혁’에서 출연예정이었던 중앙일보측 언론장악음모분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생방송 몇 시간 전에 출연 취소됨|CONTSMARK250||CONTSMARK251|SBS 가을 프로그램 개편 때 박준영 청와대 공보수석이 정권홍보를 위한 토론프로그램인 <오늘과내일>을 신설하도록 압력했다는 의혹제기|CONTSMARK252||CONTSMARK253||CONTSMARK254|S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봉두완의 SBS전망대>가 중앙일보 홍석현 사장 사건을 다룰 예정이었으나 외압에 의해 불방|CONTSMARK255||CONTSMARK256||CONTSMARK257|99.12∼2000.1 김대중 대통령이 KBS<거실에서의 대담> KBS·MBC <평화선언> MBC<21세기 위원회> SBS<한선교·정은아의 좋은 아침>등 한달 동안 4편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총선을 의식한 사전 선거운동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이 중 수준이하의 질문으로 일관된 <거실과의 대담>에 대해 KBS 노조는 “정권의 홍보로 전락한 방송”이라고 공방위에서 제기|CONTSMARK258||CONTSMARK259||CONTSMARK260|2000.5 MBC ‘재벌, 족벌언론비판’에서 모재벌의 협찬이 취소됨에 따른 경영진의 불만제기|CONTSMARK261| |CONTSMARK262|2000.6 KBS 특집극 <유리구슬>이 반미감정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방송불가조치. |CONTSMARK263|이후 9월 12일 방송|CONTSMARK264| |CONTSMARK265|2000.7 KBS <추적60분>‘매향리 그 후, 우리 정부는 어디에 있는가’ 국방부의 소송과 그에 따른 소극적 경영진의 태도로 인해 8월6일 방송에서 해명성 멘트를 함|CONTSMARK266||CONTSMARK267||CONTSMARK268|KBS<심야토론>에서 중앙대 이창근 교수의 정권비판 발언에 경영진 불만표시|CONTSMARK269||CONTSMARK270||CONTSMARK271|MBC ‘고위직 인사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현정권의 인사문제를 다뤄 경영진의 압력 받음|CONTSMARK272||CONTSMARK273||CONTSMARK274|2000.8 KBS <추적60분>‘국방연구소는 왜 해체되었나’편이 방송불가조치받음. |CONTSMARK275|이후 내용수정을 거쳐 9월3일 방송.|CONTSMARK276||CONTSMARK277||CONTSMARK278|MBC ‘헬로우 아저씨의 진실’편 방송2시간 전에 불방 지시|CONTSMARK279||CONTSMARK280||CONTSMARK281|KBS <국민의 정부 2년 반에 대한 보도>에서 고려대 이필상 교수의 정권비판 발언에 경영진 불만표시|CONTSMARK282||CONTSMARK283||CONTSMARK284|MBC <100분 토론>‘SOFA와 주한미군’ 에 대해 출연예정이던 홍근수 목사에 대해 경영진의 교체압력|CONTSMARK285||CONTSMARK286||CONTSMARK287|EBS <통일의 길>‘귀향을 앞둔 비전향 장기수 이야기’ 불방|CONTSMARK288||CONTSMARK289||CONTSMARK290|2000.9 방송의 날 특집 ‘방송3사 합동 대통령 회견 녹화방송’이 정권홍보로 치우쳤다는 문제제기|CONTSMARK291||CONTSMARK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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