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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들이 알아야 할 방송 환경

|contsmark0|주어진 글 제목은 ‘pd들이 알아야 할 방송 환경’이지만, 아마도 자연스러운 제목은 ‘pd들이 알아야할 방송 환경의 변화’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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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환경의 변화가 없다면 여태껏 살아온 대로 살아간들 별 일이 없을테니, 환경에 대한 새삼스런 주목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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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그리고 이렇게 주목할 만한 환경의 변화에 인식의 변화가 동반하지 않을 때, 그리고 인식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행동의 변화가 이어지지 않을 때 도태가 일어난다--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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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다른 한편, 늘 겪어 왔던 환경에는 큰 변화가 없음에도 환경이 부여하는 생존의 조건에 대해 좀더 치밀하게 따져 인식의 전환을 꾀함으로써 생존의 기회를 넓히기도 하는데 이 글이 조명하는 방송 환경의 변화는 바로 이런 인식의 변화라는 관련하에서의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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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2|pd의 문화상품 생산자로서의 생존조건은 뉴미디어와 세계화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크게 변한 것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잘 만들면 어떤 시장에서도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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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5|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지나쳐왔던 생존의 조건에 대해 한 번 더 숙고함으로써 지금 pd 집단이 당면한 불확실성의 극복에 일조해 보자는 데 이 글의 목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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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8|더구나 이 직업 집단은 외국문물의 거센 도전에 맞서 한국민을 한국민답게 유지하는 중대한 임무를 담당하고 있는 만큼, pd라는 직업 집단의 건강한 생존을 위한 고민은 단순한 집단 이기주의에 비길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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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1|이 글의 뼈대가 되는 학문적 성찰은 (미디어) 경제학의 그것인데, 특별히, 이런 학문적 성찰의 미덕 가운데 하나는 표면적으로 관찰되는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 밑바닥에서 변치 않고 지속하는 생존의 근본 조건에 대해 성찰함으로써 닥쳐온 환경의 변화를 효율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방도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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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4|특별히 이 글에서 생각해 보고자 하는 것은 위성방송이나 인터넷과 같은 뉴미디어가 제공하는 새로운 프로그램 배급창구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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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7|영화는 극장에서 비디오 대여점으로, 다시 지상파 방송, 케이블 텔레비전 채널로 이동해 가면서 시간차를 두고 되풀이해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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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0|영화와 같은 문화상품이 시차를 두고 배급되는 창구를 윈도우라고 하며,
|contsmark31|따라서 윈도우잉은 각 윈도우에 시차를 두어 프로그램을 출시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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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4|그리고 각 윈도우의 시청자나 관객이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부담하는 비용은 윈도우마다 각기 다른 것이 상례이다--즉, 윈도우별로 가격차별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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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7|뉴미디어는 새로운 윈도우를 만드는데, 왕년의 뉴미디어 vcr이 비디오 판매나 대여라는 새로운 배급창구를 형성한 것은 대표적인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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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0|뉴미디어에 의해 다원화된 윈도우 혹은 프로그램 배급 창구는 단일한 프로그램 배급 창구만이 존재하던 시기보다 더 큰 프로그램 기대 수익(expected return)을 낳음으로써 프로그램의 예산 규모와 질을 증진하여 시청자 복지를 향상시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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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3|예컨대 위성방송이라는 새 윈도우는 프로그램의 새로운 수익 발생 지점이 되고 영화제작자는 위성방송이라는 배급창구에서 발생할 수익까지 계산함으로써 영화의 예산규모를 그만큼 늘려 잡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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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6|따라서 국내에서 생산되는 영화의 질--적어도 관객의 만족도--은 늘어난 예산규모에 엇비슷하게 향상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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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9|그런데 윈도우잉을 뒤집어 보면 재미있는 논리가 성립하는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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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2|예컨대 어떤 극장주가 다수의 영화 제작자들로부터 경쟁적으로 영화를 납품 받는다고 가정하자.
|contsmark53|서로 경쟁하는 관계에 있는 영화 제작자들은 극장 다음의 배급창구에서 얻어질 미래의 기대 수익--예컨대, 홈비디오 판매 및 대여, 지상파 텔레비전 방영권, 케이블 텔레비전 방영권등에서 얻어질 수익--의 규모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에, 영화 제작비에서 극장 이외의 배급창구에서 기대되는 미래의 수익만큼을 뺀 가격에 입찰함으로써 경쟁자를 물리치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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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6|똑같은 논리가 방송사 외주제작 납품의 경우에도 성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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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9|즉, 경쟁 시장의 외주제작사에게는 프로그램 제작비에서 지상파 방송 뒤에 위치한 배급창구들에서 얻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미래의 수익만큼을 뺀 가격에 납품하는 것이 경쟁에 유리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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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2|외주제작사가, 다음 배급창구들에 대한 저작권이나 방영권을 보유하는 한에서는,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납품하는 것이 오히려 경제적으로 유리한 때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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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5|뉴미디어의 등장은 문화 상품의 수입원을 다양하게 발전시킴으로써 매체산업의 저변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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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8|윈도우잉 덕분에 시청자나 관객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게 된다면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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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71|그러니까 외주제작사가 심지어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납품하는 것은 거대 방송사의 착취라기보다는 경쟁적 시장에서의 합리적 선택의 결과라는 측면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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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74|이러한 납품 행위를 무조건 불공정 거래로 간주하여 규제적 간섭을 가하는 것은 시장의 왜곡이라는 점에서 심히 우려해야 할 사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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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77|방송사는 외주제작 프로그램에 적정한 가격을 지불하고 지상파방송이라는 윈도우 뒤에 있는 배급창구들에서의 저작권을 사들여 자신이 직접 하위 배급창구에서의 흥행에 나서던지, 아니면, 하위의 배급창구에서 미래에 발생할 수익을 미리 고려하여 납품가를 적절히 낮추는 것이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외주제작사와 계약조건을 흥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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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80|아무리 새롭고 또 새로운 미디어가 쏟아져 나오더라도 이것이 매체산업의 저변을 관통하는 기본 원리에 기초한 방송사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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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83|또, 이런 합리적 선택을 따를 때 효율적인 방송사 경영과 시청자에 대한 보다 깊은 헌신도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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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86|환경의 변화로 불안해질 때는 생존의 조건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잘 따져보는데서 좋은 처방이 나올 수 있다. 대개 인식의 전환이란 어디 별 나라에서 온다기보다는 자신이 발 디디고 선 바로 ‘여기’에 대한 뜨거운 반성에서 오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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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89|정리하면, 다수의 외주제작사가 서로 경쟁하는 시장에서 외주제작 프로그램의 낮은 납품 가격은 방송사의 횡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외주제작사가 자신의 이해를 충실히 쫓은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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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2|그리고 인터넷과 같은 뉴미디어가 만들어 내는 새로운 윈도우는 외주제작 프로그램의 방송사 납품가를 더욱 낮출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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