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봄 개편의 편성원칙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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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봄 개편의 편성원칙이 궁금하다
[기자수첩] 장수프로 잇단 폐지·신설 프로도 '오락가락'
  • 김도영 기자
  • 승인 2009.04.14 2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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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다음 주부터 봄 개편을 실시한다. 오는 16일 개편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지만, 이미 <가족오락관>, <부부클리닉 사랑과전쟁>, <TV소설> 등 장수 프로그램이 잇따라 폐지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 차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들의 폐지 이유는 각각 시청률·광고판매 저조, 제작비 절감 등이라고 알려졌다. 정확한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KBS 편성기획팀장에게 전화했지만 “홍보팀에 문의하라”는 짧은 답변이 돌아왔다. 홍보팀 담당자는 “아직 개편안을 받지 못했고, 그 부분(폐지 이유)에 대해서도 들은바 없다”고 말했다.

▲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KBS
KBS 내부에서는 잇단 장수 프로그램의 폐지를 두고 “공영방송이 시청률과 광고경쟁력 차원으로만 접근하면 되겠느냐”며 “도대체 편성전략이 뭔지 궁금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신설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KBS는 이번 봄 개편에 <북카페>를 신설한다. 정확한 포맷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TV, 책을 말하다>가 지난 1월 갑자기 폐지된 후 4개월여 만에 부활하는 ‘책 프로그램’이다. 기획제작국의 한 PD는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폐지된 책 프로그램이 4개월 만에 다시 생기는 것은 편성이 얼마나 일방적이고 자의적인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비판했다.

새로 생기는 <명랑충전 TV오락관>(가제)은 얼마 전 폐지된 <가족오락관>과 비슷한 포맷으로 만들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KBS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을 만들거면 뭣하러 장수 프로그램을 폐지했는지 모르겠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새로운 프로그램에 일선 PD들의 아이템보다, 경영진이나 간부들의 의견이 일방적으로 반영되는 ‘하향식’ 의사결정구조”라는 지적도 있다. 기획제작국의 다른 PD는 “심지어 신설 프로의 담당 PD가 어떻게 기획했는지 몰라 허겁지겁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며 “의사결정구조가 점점 왜곡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교양제작국의 한 PD는 “스타가 모교를 찾아가는 <최고의 수업> 같은 프로그램 포맷은 일본 NHK에서 20년전 하던 것”이라며 “윗선에서 내려오는 ‘오더성’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전체적으로 방송이 올드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가다간 체제가 바뀌어도 KBS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걱정된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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